‘편세권’의 등장과 편의점 업계에 분 변화의 바람
‘편세권’의 등장과 편의점 업계에 분 변화의 바람
  • 정예원 수습기자
  • 승인 2019.01.02
  • 호수 1488
  • 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2000년 이후 편의점 점포 수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다.
▲ 2000년 이후 편의점 점포 수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다.

이제는 ‘역세권’보다 ‘편세권’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지하철역과 가깝다는 의미로 통하는 역세권처럼 거주지가 편의점과 가깝다는 의미로 쓰이는 편세권은 최근 포털 사이트의 사전에 등재되기도 했다.

하지만 편의점이 늘어나는 것이 마냥 좋은 일은 아니다. 편의점이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각 점포의 순이익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로 인해 편의점 지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일부 점포는 야간 영업을 중단하기도 한다.

편의점은 지난 2000년부터 2010년 사이에 약 1만4천여 개 증가했다. 최근 8년 사이에는 2만3천여 개 증가했다. 최근 10년 사이에 편의점 시장의 규모가 약 3배 정도로 증가한 셈이다. 오동윤<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편의점 수가 증가한 이유에 대해 “인구가 고령화되고 조기 은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이 사람들이 퇴직하면서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편의점 시장에 진출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편세권이라는 단어는 주택시장에서 커지는 1∼2인 가구의 위상을 증명한다. 이런 흐름은 부동산 어플에서도 볼 수 있다. 매물을 검색하면 구하려는 집이나 방이 편의점과 얼마나 가까운지 확인할 수 있다. 오 교수는 “1인가구와 편의점이 증가하면서 편세권이라는 말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편의점은 높은 접근성과 24시간 열려 있다는 편리성을 지닌다. 서기연<생활대 실내건축디자인학과 17> 씨는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에도 멀리 나가지 않고 필요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편세권의 장점이다”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A씨는 “얼마 전 새벽에 급하게 두부가 필요했는데, 근처에 편의점이 있어 새벽에 손 쉽게 구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더해 도시락 및 가정 간편식, 디저트 등 현대 생활에 맞는 상품을 적절하게 개발해 내놓고 있는 점도 성장 요인이다.

편의점은 1인 가구의 경비실 역할도 하고 있다. 택배를 대신 받아주고, 방범 시설 역할도 한다. 국내 일부 유통 업계와 일부 편의점 본사가 개별적으로 협약을 맺었다. 해당 유통 사이트에서 배송시킨 택배를 제휴 맺은 편의점에서 대신 받을 수 있다.

위험 상황에서 편의점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경찰청은 지난해 4월부터 편의점 ‘C’ 사의 운영자와 업무협약을 맺고 편의점을 방범 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포스기에 ‘원터치 신고 시스템’을 설치해 범죄가 발생하면 편의점 직원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할 수 있다. A씨는 “자취방에서 택배를 받을 때 편의점을 이용해서 편리하다”고 전했다.

편세권이라는 신조어가 생길만큼 편의점의 인기가 증가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편의점 개별 점포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서비스업조사 잠정결과’에 따르면, 편의점 전체 매출액이 2016년부터 2년 연속 20%대 증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편의점 가맹점 수도 약 5천여 개가 늘어나 경쟁이 심화된 탓에 가맹점당 매출액 증가율은 5.9%에 그쳤다.

순이익이 줄어들어 야간 영업을 포기하는 편의점도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편의점 ’ㅇ’ 사는 야간 영업이 자율인 만큼 2017년 말 30%를 넘었던 심야영업 점포 비중은 작년 상반기 26%로 감소했다. 편의점 ‘ㅇ’ 사로 이동하는 점주들도 늘고 있다. 서 씨는 “밤늦게 근처 편의점이 닫혀서 멀리 있는 편의점에 가는 불편함을 겪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최근 편의점 업계는 매출액 감소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달 3일 ‘편의점 산업의 거래 공정화를 위한 자율규약’을 승인했다. 이 규약으로 인해 기존 편의점으로부터 50~100m안에는 같은 회사를 포함해 경쟁사 편의점이 들어 설 수 없다. 이런 편의점 출점 제한 규약은 지난 2000년에 공정위가 담합이라고 여겨 폐기한 후 18년 만에 부활했다.

더불어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는 올해 1월부터 매출 5억~10억 원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를 2.05%에서 1.4%로 낮추기로 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회원사 가맹점의 약 50%에 해당하는 약 1만9천360여 개 점포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점포당 절감할 수 있는 카드수수료는 연간 약 240여만 원으로 추정했다.

오 교수는 “최근 최저임금이 급격히 올라 자영업자들이 많이 어려워졌다”며 대표적으로 어려워진 게 편의점주 분들이다”고 의견을 전했다. 오 교수는 “편의점 출점 제한에 거리제한을 두면서 자영업자 경쟁이 완화되고, 카드수수료가 인하돼서 매출에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최근 편의점 업계의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한편 오 교수는 “신규로 편의점 시장에 출점하려는 자영업자들에게는 반대로 역차별이 될 수 있다”며 “편의점 매매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런 편의점 업계의 변화가 소비자들에게 끼칠 영향도 상당하다. 오 교수는 “편의점 관련 규약과 정책으로 인한 결과 모두 결국은 소비자가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카드수수료는 카드사를 거쳐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줄어드는 등의 방식으로, 출점제한 및 영업제한은 소비자의 불편함으로 소비자의 부담이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움: 오동윤<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인포그래픽 황가현 기자 areyoukkkk@hanyang.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