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빨대, 가벼운 편안함이 무거운 대가로
플라스틱 빨대, 가벼운 편안함이 무거운 대가로
  • 정예원 수습기자
  • 승인 2018.12.01
  • 호수 1487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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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거북의 콧구멍에 플라스틱 빨대가 들어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의 영상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해당 영상은 유투브 조회수 1천만 뷰를 돌파하며 우리가 쓰고 난 빨대가 바다거북에는 흉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환기했다. 유엔(UN)에 따르면 매년 8백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가고 있으며, 그 양이 매년 8% 이상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순영선<자연대 물리학과 16> 씨는 “일회용 컵에 빨대 구멍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습관적으로 빨대를 찾게 된다”며 “플라스틱 빨대를 대체할 물건이 없기 때문에 결국 계속 사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쓰레기 중에서도 빨대는 특히 재활용이 힘들고 점차 부서져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김현경<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빨대에 이물질이 많이 껴있어 세척해서 배출해야만 재활용이 가능하다”며 “세척이 어려워 대부분 일반폐기물로 버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빨대는 가볍고 작아 재활용이 어렵다. 전병훈<공대 자연환경공학과> 교수는 “플라스틱 빨대는 재활용 처리 시스템의 분류 장치로는 분류되기 어렵다”며 “이 과정에서 플라스틱 빨대가 유실돼 매립지로 보내지거나 물속을 떠돌다 해안으로 유입되기 쉽다”고 전했다.

2015년 영국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바다 속에 최소 15조에서 최대 51조의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세 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해 먹은 강과 바다의 생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이를 생물을 섭취한 인간에게도 악영향을 끼친다. 이와 관련해 전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을 삼킨 해양 동물들은 여러 부작용을 겪는다”며 “이들의 소화관에 축적된 미세플라스틱이 인간의 입속으로 되돌아올 경우 독성 화학 물질을 옮기는 운반체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플라스틱 퇴출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1년까지 플라스틱 빨대의 사용·제조·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에서도 말리부, 시애틀 등 일부 도시에서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했다.

최근에는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대체하거나 아예 빨대를 사용하지 않는 업체도 등장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스타벅스와 맥도날드가 경쟁적으로 종이 빨대 시험 사용 방침을 올해 3월과 5월에 각각 발표했다. 미국의 한 스타트업 기업이 만든 휴대용 빨대 ‘파이널 스트로’는 접이식 빨대와 세척 솔을 자동차 키 크기의 케이스에 넣었다.

그러나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책은 미흡하다. 우리나라 환경부에서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양을 현재의 50%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없는 상태다. 정부는 지난 5월 페트와 일회용 컵, 비닐 등을 포함해 대대적인 폐기물 감축 대책을 발표했지만 빨대와 관련한 내용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자원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에서 규정한 ‘사용억제·무상제공금지 대상 일회용품’에도 플라스틱 빨대는 해당되지 않아 법적으로 판매와 제공을 제한할 수 없다. 즉 현재 플라스틱 빨대는 법적으로 사용을 규제하거나 재활용을 촉진할 아무런 근거가 없는 셈이다.

전 교수는 “그동안 인간에게 많은 편리함을 가져다 준 플라스틱이 자연에 버려져 지구환경과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며 “우리의 생활습관을 바꾸어 플라스틱 의존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활동가는 “모두가 다회용기·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것, 빨대 꽂지 않고 먹는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대학생들의 참여와 관심을 촉구했다.

환경을 위한 첫걸음은 생각보다 단순할 수 있다. 당장 이번 주에 커피 한 잔을 마실 때,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미세플라스틱: 미세플라스틱이란 의도적으로 제조됐거나 기존 제품이 조각나 5mm 이하로 미세화된 합성 고분자 화합물을 의미한다.

도움: 김현경<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전병훈<공대 자연환경공학과> 교수
김종훈 기자 usuallys18@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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