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사설]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노동자의 현실도 고려해야
[기자사설]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노동자의 현실도 고려해야
  • 한대신문
  • 승인 2018.12.02
  • 호수 1487
  •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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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며 탄력적 근로시간제(이하 탄력근로제)의 기간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생산 시기가 몰려있는 일부 제조업체는 법정근로시간이 최대 52시간으로 제한되면서 기간 내에 생산물량을 맞추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각각 현행 탄력근로제 기간 3개월을 6개월, 1년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탄력근로제는 특정일의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대신 다른 날의 노동시간을 단축해 일정 기간 평균 노동시간을 법정근로시간에 맞추는 제도다.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에 지속적으로 반대했고, 전국민주노동조합연맹은 지난달 21일 총파업을 실시했다.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탄력근무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위해 노동계와 경영계 등이 참여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를 만들었다.

현재 논의 중인 탄력근로제는 노동자의 처우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처사다. 우선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는 노동자의 임금 감소를 초래한다. 현 근로기준법은 주 40시간의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면 임금의 1.5배로 초과근무수당 지급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탄력근로제를 시행해 특정기간 동안의 근로시간이 주 평균 52시간을 초과하지 않으면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 이에 노동자는 연장 근로를 하는 것보다 탄력근로제를 시행할 때에 더 적은 임금을 받아 피해를 입는다. 같은 노동 시간임에도 받는 임금이 다른 것은 문제다.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는 임금 감소 외에도 노동자에게 과로를 강요할 수 있다. 탄력근로제 기간이 6개월로 확대된다면 현 탄력근로제에서 노동자가 최대 근무할 수 있는 시간이 주 64시간 6주에서, 주 64시간 12주로 늘어난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노동자가 특정 질병에 결렸을 때 그 원인을 만성 과로로 인정하는 기준인 12주 연속 주 60시간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결국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에 따른 노동 시간 증가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동시에 ‘저녁 있는 삶’이라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의 취지와도 어긋난다.

우리나라는 현재 탄력근로제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해 탄력근로제 도입 시의 임금보전방안을 마련하도록 한 규정이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 규정에 따라 노사 협의를 통해 임금을 보전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실효성이 없다. 법률에 구체적인 시행세칙이 없어 기업이 자의적으로 법률을 해석해 노사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노동자와 기업이 대등한 위치에서 임금 협의를 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지켜주는 보호망이 구축되기 전에는 탄력근로제 기간을 확대해서는 안 된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를 경사노위 판단이 있을 때까지 미뤄달라”며 경사노위의 결과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정부와 여야는 노동자가 우려하는 점에 대한 본질을 깨닫지 못하고 기업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 경사노위는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논의하는 것과 동시에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연장 노동 시간 제한과 같은 최소한의 보호망을 함께 협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자의 실상을 파악하고 탄력근로제에 관한 논의를 지속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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