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결정과 결과 그리고 책임
[장산곶매] 결정과 결과 그리고 책임
  • 김도렬 편집국장
  • 승인 2018.12.02
  • 호수 1487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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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렬<사진·미디어부> 부장
▲ 김도렬<편집국장>

드디어 마지막 신문을 발행한다. 신문사에 입사한 2학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편집국장의 1년 임기를 끝마치고 4학년이 돼 졸업을 앞두고 있으니 감회가 새롭긴 하다.

2년 반 동안 40호의 한대신문을 냈다. 매 순간이 쉽지 않았다. 수습기자 때는 단 2백 자 분량의 짧은 기사를 쓰는 데도 밤을 지새웠다. 정기자 때는 직접 기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한 번은 마감 4일 전까지 인터뷰이를 구하지 못해 수업에서 몰래 빠져나와 새로운 인터뷰이를 찾았다. 부장 때 겪은 어려움은 정기자 때의 경험과는 또 달랐다. 글만 쓰는 게 아닌 글을 봐주고 부서를 운영해야 하는 입장이 됐는데, 이 역시 쉽지 않다는 걸 몸소 체험했다. 남의 글을 평가하기 위해 내 글을 쓸 때보다 더 많은 신경을 쏟아야 했다. 

하지만 즐거웠다. 이런 과정을 어렵고 힘들다고만 생각하지 않았다. 이를 해결하며 얻었던 값진 경험과 짜릿한 성취감이 더 컸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조금씩 편집국장이라는 자리에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한대신문사에 대한 애정도 컸고, 신문사 내부에서 어느 정도 인정도 받았던 터라 ‘까짓것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패기롭게 편집국장 지원서를 제출했다. 그렇게 자신감만 가득 찬 채 편집국장에 취임했고 이 번지르르한 칭호에 스스로 만족하며 올해를 시작했다. 첫 장산곶매에서 기본을 지키자고 했지만, 이때도 사실 기본보다는 괜스레 편집국장이니 나름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신문사의 현재보다는 미래를 고민했다. 

그 멋진 칭호와는 대조적으로 편집국장으로서의 신문사 생활은 처절하기만 했다. 신문사의 미래에 대한 고민 이전에 당장의 신문 발행과 인력난부터 해결해야 했다. 23년 인생 중 지난 1년간 편집국장을 하면서 느낀 책임감과 부담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취임한 이후로 하루하루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 물론 전 편집국장을 보며 어렴풋이 그 자리의 무게를 짐작하긴 했지만,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했다. 직접 그 입장이 돼봐야 상대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편집국장이라는 직함과 자리가 얼마나 무겁고 어려운지는 방중회의와 1학기를 거치며 깨달을 수 있었다. 

결정은 선택의 영역이고 선택은 결과를 발생시킨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결정한 이가 져야 한다. 과거엔 상황에 대해 책임질 일이 없었다. 신문사 내에 무슨 일이 있어도 그저 의견 정도만 낼뿐 그 이후는 편집국장의 몫이었다. 결국 최종결정권은 그곳에 있으니까. 하지만 직접 그 자리에서 경험해보니, 많은 이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이를 바탕으로 결정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됐다. 물론 그렇다고 임기 내에 이렇다 할 정도로 큰 책임을 져야 했던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오히려 사소한 문제까지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는 게 부담스러웠다. 

편집국장의 결정에서 파생되는 결과는 곧 기자단의 신임과 독자들의 반응으로 이어진다. 이에 대한 걱정으로 언제부턴가 서서히 주장을 내는 걸 주저하기 시작했다. 결국 독자에 대한 고찰보다는 어떤 결정을 해야 신문사 내외적으로 위험을 가장 줄일 수 있을지를 더 고민한 것 같다. 임기를 마치는 지금 어딘가 모르게 찝찝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다. 마지막 발행이 끝나면 속 시원할 거라 생각했지만 어째 반성과 후회의 마음만 생기는 듯하다. 결과의 불확실성이란 논리에 기대어 기자들의 준비한 새롭고 신선한 소재에 필자가 제동을 건 적도 적지 않았다. 신문사의 발전을 원했다면 새롭고 틀을 깨는 시도에 편집국장으로서 힘을 같이 실어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고 미안할 따름이다.

다음 학기를 꾸려갈 기자단에게 많은 짐을 떠넘기는 입장에서 마음이 편하지 않다. 예년보다 적은 수의 기자들로 시작하는데다가 그들 앞에 놓인 신문사 내외의 전망이 좋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런 그들에게 떠나는 입장에서 무작정 꽃길을 걸을 거라고 하는 건 기만일 것이다. 그저 신문사에 주어진 결정과 결과 그리고 책임의 무게를 구성원들이 서로 이해하고 분담하며, 독자에 대한 고민을 끝까지 놓지 않기만을 바란다. 다음 학기의 기자단이 이 두 가지만 잘 지킨다면 좋은 신문을 낼 능력을 모두가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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