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강사에게 재계약 불가 통보… 강사법 시행 대비?
시간 강사에게 재계약 불가 통보… 강사법 시행 대비?
  • 이지윤 기자
  • 승인 2018.12.03
  • 호수 1487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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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캠 “아직 확정된 사항 아니다”
시간 강사 “대부분의 시간 강사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 
강사법 제도, 학생들에게도 영향 미칠 것으로 우려  
강사와 교수, 학교 측 입장 엇갈려

지난달 22일 언론 매체 ‘뉴시스’를 통해 서울캠이 시간 강사들에게 재계약 불가 통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캠 모 학과장은 지난 10월 29일 강사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그동안 강사 수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지속해 왔으나 이제는 노력이 한계에 봉착했다”며 “2019년 1학기부터는 학부와 일반대학원 학과에서 개설‧관장하는 모든 교과목을 전임교원이 맡고 극히 일부 과목만 겸임 교수나 특훈 교수에게만 배정하도록 결정했다”고 전했다. 공개된 이메일 속 학과장은 또한 해당 강사에게 “향후 신분 변동이 가능한 경우 겸임 교수의 지위로 다시 강의를 맡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학교 관계자 A씨는 “시간 강사에게 재계약 불가 통보를 한 것은 학교 차원에서 확정된 사항이 아니다”라며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확실하게 답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간 강사 B씨는 관련 기사를 접한 후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업 강사인 시간 강사들은 다른 직업이 없기 때문에 겸임 교수가 될 수 없다”며 앞선 메일 속 학과장의 제안이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간 강사 C씨는 “이와 같은 학교의 통보는 강사법 시행에 대비한 학교의 구조 조정”이라고 주장했다. 

강사법은 강사 임용 계약에 포함되는 임용 기간, 급여 등 구체적인 계약조건을 법령에 명시해 강사들의 처우 개선을 목적으로 마련됐다.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 4대 보험 지급이 강사법의 핵심이다. 그러나 최근 재정 부담을 느낀 사립대학은 시간 강사 수를 최소화하고 졸업 이수학점을 줄이며, 교양 과목 수를 줄이는 등의 대응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립대학 등록금은 10년간 동결됐기 때문에 재정적인 부담을 느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 대책 없이 강사법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정부의 재정 지원이 충실히 반영된 상태에서 이 법이 시행돼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 사립대학의 입장이다. 

그러나 강사 구조 조정은 여러 문제를 지니고 있다. B씨는 “시간 강사 구조 조정을 통해 대부분의 시간 강사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이는 강의하기 위해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각종 시험을 통과한 시간 강사들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새로운 강사법이 시행되면 현재와 다르게 시간 강사들에게 방학 동안에도 강의료를 지급해야 한다. 신규임용되는 해를 포함해 3년까지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을 포함한 4대 보험료와 퇴직금 등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이에 대해 C씨는 “이러한 추가 비용을 계산해 봤을 때 학교 전체 예산의 1% 정도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통계가 있다”며 “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약 7만여 명에 이르는 시간 강사를 길거리로 쫓아내는 것은 비용 절감으로 이익을 보겠다는 속셈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B씨는 “기존 교수들이나 전임 교수들의 업무량이 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며 “연구와 수업을 병행하는 교수들의 수업 시간이 늘어나면 반대로 연구 시간은 줄어들게 될 텐데 교수가 연구를 하지 못 하면 좋은 수업을 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강사 구조 조정은 학생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익명을 요구한 교수 D씨는 “강사 구조 조정으로 인해 시간 강사가 담당하던 강의와 졸업 이수 학점이 주는 등 학생들이 강의를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이는 교육의 양과 질의 저하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씨 역시 “시간 강사 수를 줄이게 되면 학교는 여러 반을 통합해 한 반에 80명 이상 들어가는 대형 강의를 만들거나, 면대면 교육이 아닌 인터넷 강의를 늘릴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학생들은 양질의 수업과 일대일 피드백을 받을 수 없고 공정한 성적을 받기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D씨는 강사 구조 조정을 반대하며 “강사법이 개정되더라도 강사 인원은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캠 교수들도 시간 강사 구조 조정에 대한 목소리를 냈다. 서울캠 교수 53명은 지난달 29일 ‘지성의 전당으로서 대학을 지키려는 한양대 교수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발표된 성명서에서는 “대학들이 ‘시간강사 제로’를 목표로 절반가량 강사를 해고하고 그 자리를 전임·겸임 교수로 대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사립대 강사 처우개선 예산’을 마련해 ‘강사 고용 유지’를 조건으로 대학에 지원하면 문제는 간단히 풀린다. 시간 강사가 약 7만5000여 명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약 700억 원이면 충분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강사법 시행으로 인해 학교가 강사 구조 조정을 하는 것에 이준석<예체대 체육학과 17> 씨는 “전임 교수들이 자신의 전공 외의 수업을 맡으면 전문성이 떨어져 학생들의 강의 만족도가 낮아지게 될 것”이라며 “실제 우리 과에 개설돼있는 일부 강의들은 외부 강사가 전임하는 것으로 바뀌면서 더욱 체계적으로 배우게 됐다는 평이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교육과정이 개편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이 씨는 “등록금은 그대로 내면서 졸업 이수 학점이나 강의 선택의 폭이 줄어든다면 학생들이 일방적으로 손해”라는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E씨도 “이와 같은 대학의 조치는 현재보다 교육의 질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강사법을 비롯한 교육분야 23개 법안이 의결됐다. 강사법은 내년 8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현재 여야는 강사법을 위해 내년 550억 원의 예산을 통과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강사법을 위한 550억 원의 예산안은 예산결산심사위원회를 통과해야 실현될 수 있다. 

대학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함께 강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대학 측의 분담 노력이 한층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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