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해 더 나은 세상으로, 유니버설과 셉테드 디자인
함께해 더 나은 세상으로, 유니버설과 셉테드 디자인
  • 정주엽 기자
  • 승인 2018.12.03
  • 호수 1487
  • 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은 아이디어와 구상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지난 6월 서초구의 ‘방배1동 반딧불센터’는 권위적인 국제 공모전 ‘코어77 디자인 어워즈’ 사회적 디자인 부문에서 최고상을 받았다. 수상의 영예를 안은 반딧불센터는 일반주택지역에서 관리사무소 역할을 하는 건물이다. 이 건물은 공간과 공간 사이의 턱을 최소화하고 내·외부에 노란 색상을 활용해 모든 사람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코어 77 디자인 어워즈’에서 수상한 ‘방배1동 반딧불 센터’의 모습이다.
▲ ‘코어 77 디자인 어워즈’에서 수상한 ‘방배1동 반딧불 센터’의 모습이다.

이처럼 최근 사회를 바꾸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중 반딧불 센터에 적용된 ‘유니버설 디자인’과 ‘셉테드 디자인’은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대표적 디자인들이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 유니버설
유니버설 디자인(이하 유니버설)이란 장애, 연령, 성별에 관계없이 모두가 편하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디자인을 말한다. 고영준<서울과기대 디자인학과> 교수는 “제품이나 환경, 서비스 디자인을 할 때 특정한 사용자만이 아닌 △고령자 △시각장애인 △외국인 △휠체어 사용자 등 모두가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유니버설”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우리 학교 근처 성동구보건소는 올해부터 유니버설을 적용해 새롭게 단장했다. 보건소 앞 버스 정류장에는 휠체어 대기 공간이, 입구에는 낮은 경사로가 마련됐다. 시설 안에서도 이러한 디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실내 화장실에서는 낮은 소변기와 노약자를 위한 안전 손잡이가 설치돼있어 이용자들의 편의를 돕는다.

성동구 보건소 버스 정류장 앞에 있는 휠체어 대기 장소의 모습이다. 이는 사회적 약자의 편의를 돕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대표적 사례다.
▲ 성동구 보건소 버스 정류장 앞에 있는 휠체어 대기 장소의 모습이다. 이는 사회적 약자의 편의를 돕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대표적 사례다.

유니버설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에는 △고령화 △세계화와 국제화 △장애인의 사회적 통합의 필요성 등이 꼽힌다. 고 교수는 “유니버설은 사회적 약자들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효과가 있다”며 “고령화 사회, 장애인들의 사회 적응, 외국인 방문객 증가 등이 유니버설이 주목받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고 밝혔다. 평소 유니버설을 자주 접했다는 장덕<인문대 국어국문학과 18> 씨는 “유니버설은 모든 이를 배려하는 디자인이라는 점에서 사람에 대한 따뜻함과 다정함이 느껴진다”며 “앞으로 이러한 디자인을 주위에서 자주 보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안전하게 만들어 드릴게요, 셉테드
셉테드 디자인(이하 셉테드)는 일명 범죄 예방 환경 디자인이다. 구도심이나 골목길처럼 상대적으로 범죄에 취약한 곳의 디자인을 개선해 지역 주민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진욱<서울과기대 건축학과> 교수는 “슬럼화된 도시를 안전하게 변화시키기 위한 공간 설계에서부터 셉테드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디자인은 우리 학교 가까이에서도 볼 수 있다. 성동구는 3년 전부터 셉테드를 적용한 ‘안전마을’ 조성 사업을 꾸준히 시행하고 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사근동 일대의 주택가 골목에는 1인 가구, 여성 등 범죄 취약 계층을 위한 셉테드 시설이 갖춰졌다. 특히 마을 입구부터 골목 구석구석까지 △막다른 길 표지판 △비상벨 △사각지대 센서등 등을 설치해 안전성을 높였다. 

이러한 셉테드의 긍정적 효과에는 무엇이 있을까? 김 교수는 “셉테드는 주민들의 심리적 안정감을 부여하는 동시에 도시 공간을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익명을 요구한 성동구청 관계자 A씨는 “주민 범죄 안전 체감도를 설문한 결과, 2015년 사근동 지역에 셉테드가 도입된 후 더 안전해졌다고 느끼는 주민들의 수치가 증가했다”며 셉테드가 가지고 오는 효과에 대해 언급했다. 사근동에 거주하는 김예명<사범대 국어교육학과 17> 씨는 “통학할 때마다 항상 좁고 어두운 골목길을 이용한다”며 “밤늦게 귀가하는 경우, 비상벨과 같은 시설을 통해 위험에 처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안심 된다”고 전했다. 이렇듯 셉테드가 성과를 낼 수 있는 배경에는 ‘넛지 효과’가 있다. 넛지 효과는 직접 강요하기보다는 유연하게 개입해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즉 환경에 변화를 줌으로써 행동의 결과를 바꾸는 것이다. 셉테드 역시 이러한 효과를 이용해 범죄가 잘 일어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며 범죄율 감소에 나선다. 김 교수는 “셉테드는 넛지 효과로 인해 환경을 변화시켜 범죄가 쉽게 드러나는 공간으로 만든다”며 “이는 근본적인 범죄 유발 가능성을 낮춘다”고 설명했다.

한계를 넘어 변화의 장을 열다
하지만 유니버설과 셉테드 역시 한계점이 존재한다. 먼저 설계 초기부터 계획하지 않으면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현재는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셉테드를 설계하지 않는다”며 “문제가 이미 발생한 곳부터 빨리 해결하고자 해 적절한 초기 예산 투입에 차질이 생긴다”고 우려했다. 또한 두 디자인 모두 사후 관리가 그 설계의 효과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설치 이후에도 지속적인 유지 및 보수가 요구된다. 김 교수는 “사후 관리가 부실하다면 결국 기관장들의 보여주기식 사업으로밖에 남을 수 없다”며 “지어진 후에도 실효성이 있도록 주민과 설립 주체 모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 사근동 안전마을의 ‘막다른 길’ 표지의 모습이다. 이는 좁고 어두운 골목길, 주민들의 안전을 도모하는 셉테드 디자인이다.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를 듣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개선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는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 통합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유니버설에 대한 체계를 일원화했다. 또한 서울시는 매년 공공 공간 1∼2곳에 유니버설을 적용한다는 목표로 꾸준히 디자인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김 교수는 “지자체가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정비하는 것은 의미 있는 작업”이라며 “앞으로도 세미나 등을 개최해 유니버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고 그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셉테드의 경우 주민참여를 늘리며 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다. 성동구 셉테드 안심마을 조성 사업은 주민 의견 수렴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성동구 관계자 A씨는 “주민들이 직접 위험 구간을 선정하고, 그 지역 특성에 맞는 셉테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며 “구 또한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해 주민설명회를 여러 차례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셉테드 설계부터 주민참여가 활발하다면 그것이 보여주기식 사업이 될 위험성을 차단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주민과 지역 사회가 디자인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며 “지자체 같은 디자인 설치 주체가 주민의 요구를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유니버설과 셉테드, 두 디자인 모두 그 한계를 극복한다면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앞으로 두 디자인에 관심을 갖고, 그들이 펼쳐갈 변화의 모습을 함께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

도움: 고영준<서울과기대 디자인학과>교수
김진욱<서울과기대 건축학과>교수
우지훈 수습기자 1jihoonwoo@hanyang.ac.kr
사진 출처: 성동구청홈페이지
Core77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