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칼럼] 좋은 사회 만들기
[교수칼럼] 좋은 사회 만들기
  • 김성수<사회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8.11.26
  • 호수 1486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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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수<사회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우리는 개인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보다 살기 좋은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점은 경제발전이 공동체 구성원들의 능력과 재능을 자동적으로 신장시키고 시민적 도덕성을 발현시켜준다는 믿음이다. 근대화 이론적 측면에서 본다면 동의하는 측면도 있지만 바로 그런 생각이 19세기 초 이후에 양산된 불평등과 양극화, 유대와 연대의 해체 등을 정당화하면서 오직 시장경쟁에서 승자들의 미덕을 미화시키는 정치적 수사로 사용되었다는 측면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누군가의 지적처럼, ‘고삐 풀린’ 자본주의가 얼마나 인류 전체의 생존과 안녕을 위협할 수 있는지를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존엄한 인간으로서 자율성을 실현하는 필수적인 조건이라는 자유주의는 하나의 공리로 간주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자율성을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이 극소수이고 대다수 사람들이 궁핍한 물질적 조건에서 실질적인 정치적, 경제적 자유의 행사에 심각한 제약을 받고 있다면 그런 자유주의 사회는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어떠한 변화가 필요할까? 파편화된 개인들의 자유주의적 공동체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연대를 복원해야 하며 우리는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에 의해 손상된 공동체적 가치를 복원하는 적극적인 시도가 필요할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은 시장에 의해 추동되는 자기이익 추구적인 소비자들이 진정한 시민으로서 어떻게 공통의 사회적 연대와 실천에 참여하는가를 모색하는 것이다. 달리 말해, 기껏해야 가족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이익을 중심으로 이해관계를 가진 개인들이 어떻게 동료 시민들을 향한 의무나 애정과 갖은 가치를 가지게 할 것인가? 이익의 거래가 아니라 정서적이고 정치적인 소속감에 기반하여 공무에 참여하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화합의 가치를 가진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어 유지할 것인가? 아마도 이는 존 스튜어트 밀의 공리주의가 제안하는 것처럼, 민주적 시민의 역량을 함양하는 시민의식 발현이 필요하다. 이윤과 경쟁의 논리가 당연시 되는 자본주의 사회일지라도 상호이해, 존중 그리고 협동의 도덕적 원리에 따라 유지되는 개인적 관계들과 집단이 육성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이러한 시민의식에는 다음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나 사회적 권위로부터 보호받는 언론·사상·종교·집회·결사의 ‘자유 (freedom)’, 민주적 권리와 자유가 모두에게 차별 없이 보장 되어야 하는 ‘포괄(inclusion)’, 민주적 권리와 자유는 모두에게 동등하게 분배되어야 하는 ‘평등(equality)’, 개인의 경제적 번영과 안녕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의 ‘공정/공평(equity)’,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존중(respect)’, 다른 사람의 견해를 이해하고 그들과 조화를 이루는 ‘관용(tolerance)’,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를 방지하는 ‘복지(welfare)’, 다양한 이익집단과 지도자들간의 끈질긴 거래·타협·조정의 ‘협력(cooperation)’, 선출된 정치인이나 정부 관료들의 책임의식에 대한 ‘신뢰성(trust)’, 그리고 국방을 포함한 개인의 신체와 소유권에 대한 ‘안보(security)’등의 가치가 포함 돼야 할 것이다.

불확실성의 시대 속에 신자유주의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파편화된 개인들 간에 거래에 기반하지 않은 신뢰와 유대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우리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보수주의자들은 역사에 대해 ‘우연과 시행착오를 통한 선택과정의 작용’이라 정의 내리고 있다. 손상된 공동체를 복원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이제 우리는 과거의 선택들을 되새겨 보아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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