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중의 살인자를 마주하다
공기 중의 살인자를 마주하다
  • 임해은 기자
  • 승인 2018.11.26
  • 호수 1486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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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위험 물질 라돈·석면·포름알데히드

올해 우리는 생소한 이름의 물질을 언론에서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최근 우리가 잠을 자는 침대에서 ‘라돈’이 다량 검출돼 논란이 일었다. 우리가 매일 가는 학교와 무심코 지나다니던 재개발 현장에서는 생각지 못한 ‘석면’이 등장했다. 게다가 각종 위생용품에서는 ‘포름알데히드’가 다량 검출돼 전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그렇게 이들은 한동안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다. 라돈은 폐암의 주요 원인으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를 1급 발암물질로 정하고 있다. 석면은 발암성이 높은 유해물질 중 하나다. 포름알데히드에 일정 수준 이상 노출될 경우 각종 염증과 중독 증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 우리 숨통을 조여 오는 라돈, 석면, 포름알데히드는 무엇이며, 어떻게 이 물질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지 알아보자.

이제는 제품을 이용하는 것도 무섭다, 라돈
지난 5월 ‘라돈’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침대 매트리스에서 발견돼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었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아파트 건물, 온수 매트 심지어 생리대에서도 라돈이 검출되며 국민들의 불안은 멈추지 않고 있다. 이에 여러 지자체는 시민들이 스스로 라돈을 측정해볼 수 있도록 라돈 측정기 대여 사업을 잇따라 시행했지만, 이것도 예약이 밀려 2~3개월은 대기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토록 국민들을 공포에 떨게 만든 ‘라돈’은 무엇일까.

국민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인 라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라돈이 1급 발암물질이라는 점 때문이다. 조승연<연세대 라돈안전센터> 교수는 “라돈은 지구가 생성될 때 존재했던 우라늄, 토륨에서 유래되는 자연 방사능 가스로 폐암의 10% 내외가 라돈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비흡연자의 경우에도 폐암의 1순위 원인이 라돈”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에는 라돈이 피부암, 뇌암, 혈액암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조 교수는 “라돈은 무색, 무미, 무취의 기체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검출 장비를 쓰지 않는 이상 라돈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라돈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현재 △건축물 마감 재료는 국토교통부 △실내 공기 질과 먹는 물은 환경부 △의료기기와 의약외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 △학교 라돈 문제는 교육부가 관리한다. 이처럼 관리 부처가 통일되지 않은 상황이다. 현 관리 체계에 대해 조 교수는 “측정 기준, 저감 기준, 저감 방법 등이 부처별로 따로 관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라돈 관리 부처를 일원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 시민들이 라돈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조 교수는 “공기청정기와 숯은 라돈 수치를 낮추는 방안이 될 수 없다”며 “가장 손쉬운 방안은 환기”라고 답했다. 그 외에 “라돈 측정기를 이용해 집 내부의 라돈 수치를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라돈에 대한 우려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대책은 국가의 구체적인 해결 방안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침대, 온수 매트 등에 관련된 처벌에 집중하는 것 외에도 라돈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나도 모르게 축적되는 석면
지난 13일부터 국내 최대 규모의 재건축사업이 진행 중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단지에서 석면 해체·제거 공사가 시작됐다. 이곳은 축구장 72개 크기의 부지로 주변에는 9개의 학교가 들어서있다. 하지만 공사가 시작된 후 인근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석면 철거공사에 문제가 있다며 안전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토록 학부모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석면’은 무엇일까.

최예용<환경보건시민센터> 박사는 “석면은 오래전에 화산활동으로 생겨난 특수한 형태의 자연 광물”이라며 “자연 광물이지만 위험성이 확인된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최예용 박사는 “그럼에도 석면은 그동안 건축 자재, 단열재 및 군사 물자 등 각종 분야에서 많이 쓰였다”고 밝혔다. 

석면에 대해 주민들이 우려하는 이유는 석면이 1급 발암물질이라는 점이다. 최원준<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석면에 노출될 경우 폐암, 악성중피종, 석면폐증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석면이 더욱 문제가 되는 이유는 우리 몸속에 축적된다는 것이다. 축적된 석면은 짧게는 10년, 길게는 40년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 후 질병을 일으킨다. 석면의 위험성이 확인되면서 1980년대 후반부터 북유럽을 시작으로 지금은 전 세계 약 60여 개의 국가에서 석면 사용을 전면 중지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석면을 사용하는 것은 금지돼있다. 문제는 수많은 노후 건물이 석면 사용이 사용되기 전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건축자재에 석면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최예용 박사는 “대부분의 오래된 공공시설, 학교 등에는 석면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시설이 노후화돼서 냉·난방 시설을 이용할 때 석면 가루가 발생해 흩날릴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석면에 대해 시민들이 대응할 수 있는 대책 중 가장 쉬운 방법은 라돈과 마찬가지로 ‘환기’다. 최예용 박사는 “석면을 제거하기 위해 청소기를 사용하는 것은 더 위험하다”며 “물티슈로 조심스럽게 닦아내는 것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석면의 위험성이 확인되면서 현재 많은 곳에서 석면 제거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석면에 대한 아무런 대책 없이 진행되는 제거 작업은 무턱대고 벌집을 터뜨리는 행위와 같다. 석면 제거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공사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최소화해야 한다.

우리가 만지고 있던 포름알데히드
최근 유아용 면봉을 만드는 회사의 제품에서 포름알데히드(61mg/kg)가 검출됐다. 해당 회사의 경우 ‘포름알데히드 무첨가’라고 표기했지만 이와는 다른 것으로 드러나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일회용 종이냅킨·행주·타월 등에는 각각 포름알데히드 검출 기준을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회용 면봉에는 현재 포름알데히드 기준이 없는 실정이다. 

논란이 된 포름알데히드란 무엇일까. 박경호<과기대 화학분자공학과> 교수는 “포름알데히드란 자극성이 강한 유기 화합물로 상온에서 기체 상태로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포름알데히드는 탄소를 포함한 연료가 연소할 때 만들어진다”며 “산불이나 담배 연기, 자동차 매연에서도 발견된다”고 말했다. 

포름알데히드는 우리 주변에서 자주 사용되는 물질에서도 발견된다. 박 교수는 “접착제, 도료, 방부제 등의 원료 중 하나로 사용된다”며 “페인트 등의 건축자재뿐만 아니라 접착제를 사용한 포장용 봉투, 상자에서 검출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다양한 제품에 포함된 포름알데히드는 우리 생활에서 위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박 교수는 포름알데히드로 인한 피해로 천식, 호흡 장애, 두통, 아토피 등의 증상을 꼽았다. 최원준 교수는 “포름알데히드로 인해 코와 목 부위에 암을 일으키는 비인두암이 나타날 수 있다”며 “백혈병의 위험 요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국가는 포름알데히드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이종현<EH R&C 환경보건안전연구소> 소장은 “국가는 실내공기질 관리법을 통해 포름알데히드가 일정 농도 이상이 되지 않도록 관리·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민들도 스스로 포름알데히드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이 소장은 “보일러를 틀어 온도를 높여 포름알데히드가 최대한 빨리 실내에서 빠져나가게 하는 방법이 있다”고 언급했다. 박 교수는 “가스레인지를 이용해 장시간 요리할 경우에는 반드시 환기가 필요하다”며 덧붙여 “버스, 자동차 배기구 근처에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름알데히드의 경우 많은 제품에서 사용되고 있음에도 모든 제품에 대한 기준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과 관련된 위험 물질인 만큼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도움: 박경호<과기대 화학분자공학과> 교수
이종현<EH R&C 환경보건안전연구소> 소장
조승연<연세대 라돈안전센터> 교수
최예용<환경보건시민센터> 박사
최원준<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우지훈 수습기자 1jihoonwo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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