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캠 ‘좋은수업TF’로 드러난 학교 측의 학사제도 개편안
서울캠 ‘좋은수업TF’로 드러난 학교 측의 학사제도 개편안
  • 김민주 기자
  • 승인 2018.11.26
  • 호수 1486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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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논의 사안에 대해 70% 이상의 학생이 반대해

‘좋은수업만들기TF’(이하 좋은수업TF)는 수업 전반에 관해 논의하는 학교·학생 간 상설협의기구다. 이는 지난 2015년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학생 측 요구로 시작됐다. ‘셀프리더십(HELP4)’이 교양필수 과목에서 제외된 것이 좋은수업TF의 대표적 결과다. 좋은수업TF에는 학사팀과 중앙운영위원회, 교육정책위원회(이하 교정위)가 참여한다.

올해 좋은수업TF에서 논의된 주요 안건은 △수강신청 최대학점 축소 △재수강 횟수 2회 제한 △성적 증명서에 재수강 여부 표기 △P/F 과목 PASS 기준 상향이다.

제시된 개편안 중 ‘수강신청 최대학점 축소’가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 학교 측이 제시한 개편안에 따르면 한 학기 수강신청 최대학점이 20학점에서 18학점으로 줄어든다. 다만 공대 1학년은 최대 20학점까지 수강할 수 있고, 모든 학생은 졸업 학기의 경우 최대 24학점 수강이 허용된다. 유연택<교무처 학사팀> 팀장은 최대학점 축소에 대해 “현재는 학생들이 최대 20학점까지 수강하고 있기 때문에 학업 부담이 크다”며 “교수들도 더 깊이 있는 수업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수업이 쉬워지고 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정준구<교무처 학사팀> 차장은 “수강신청 최대학점 축소는 현재 양 중심의 교육에서 질 중심 교육으로의 변환에 꼭 필요한 단계”라며 “*PBL 수업과 같은 소규모 강좌를 늘리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많은 수의 이론 수업을 개강하기는 어렵고, 강좌 수를 줄이려면 수강신청 최대학점 조정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교정위원장 신하섭<인문대 국어국문학과 10> 씨는 “수강신청 최대학점 축소는 사실상 등록금 인상과 같다”고 말했다. 또한 박예빈<공대 도시공학과 16> 씨는 “공대는 전공 수업만으로 18학점을 수강하는 경우가 많다”며 “수강신청 최대학점이 축소된다면 교양과목을 듣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재수강 횟수를 과목당 2회로 제한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유 팀장은 “재수강을 무제한 허용하면 학생들이 수업에 방만하게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며 “재수강하지 않는 학생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재수강을 2회로 제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답했다.

다음으로는 성적증명서에 재수강 여부를 표기하는 것이 있다. 유 팀장은 “재수강 여부를 표기하지 않는다면 재수강하지 않고 받은 A0학점과 재수강해서 받은 A0학점이 결과적으로 같게 된다”며 형평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정 차장도 “현재 많은 대학이 재수강 여부를 표기하고 있다”며 “우리 학교만 표기하지 않을 경우 취업 시 타 대학과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재수강 제도 개편에 대해 신 씨는 “재수강은 학점을 높이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충분한 학업 성취가 필요할 때도 이뤄진다”며 “재수강 횟수 제한은 학생들의 수업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답했다. 또한 신 씨는 “특정 기업에서 재수강 여부를 물어본다면 그 기업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성적 증명서에만 재수강을 표기하면 된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P/F 과목의 PASS 기준을 현 60점에서 80점으로 올리는 것도 제안했다. PASS 기준인 60점은 절대평가 기준으로는 D학점에 해당한다. 유 팀장은 “낙제를 면했다고 학점을 이수했다고 보는 것이 맞느냐”며 “B0학점에 해당하는 80점 수준으로 PASS 기준을 상향하는 것이 현재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P/F 과목을 개선할 방법”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신 씨는 “PASS 기준을 상향한다고 해도 교강사가 점수를 후하게 주면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방만한 수업에 대해 실질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지난 10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학사제도 변경 대응을 위한 설문조사’의 결과다.
▲ 지난 10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학사제도 변경 대응을 위한 설문조사’의 결과다.

비상대책위원회는 학교 측 개편안에 대한 학생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지난 10일부터 18일까지 9일간 ‘학사제도 변경 대응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는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됐으며, 총 5천435명의 학생이 설문에 응했다. ‘수강신청 최대학점 축소’에 반대하는 학생은 무려 5천206명(95.8%)이다. 그 외의 사안에 대해서도 모두 70%가 넘는 학생이 반대의견을 표했다.

신 씨는 “다음 좋은수업TF는 12월에 개최된다”며 “설문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학교 측에 ‘학사제도 개편안을 재고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차장은 “현재 개편안에 대한 학생들의 반대는 예상했다”며 “학생들도 ‘학점포기제’와 같이 자신에게 유리한 제도를 제안해 모두가 만족할 만한 협상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 차장은 이와 더불어 좋은수업TF에서 학생 측과 협의가 완료된 후에 다시 학생들에게 학사제도 개정의 이유를 설명하고 설문조사를 실시할 계획을 밝혔다.

신 씨는 “학교 측 개편안은 질 중심의 교육을 어떻게 시행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 없이 현행 체제를 축소하고 제한에만 초점을 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신 씨는 학생들에게 “학사제도와 좋은수업TF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바란다”고 전했다. 


*PBL 수업: 학습자의 문제해결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문제, 사례, 과제를 제시해 학생들 스스로 해결책을 찾도록 돕는 수업이다.

인포그래픽 황가현 기자 areyoukkkk@hanyang.ac.kr
자료 제공: 비상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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