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사회 내 ‘학생참여형’ 총장직선제 요구 바람 불어
학생사회 내 ‘학생참여형’ 총장직선제 요구 바람 불어
  • 이율립 기자
  • 승인 2018.11.11
  • 호수 1485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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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대넷은 지난달 17일 교육공무원법·사립학교법의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전대넷은 지난달 17일 교육공무원법·사립학교법의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한 차례 고난을 겪은 이화여대가 지난해 1월 총장 선출 방식을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꾸면서 학생사회에 ‘학생참여형’ 총장직선제를 요구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 성신여대는 지난 5월 교수·동문·직원·학생이 참여한 총장 선거를 진행했고, 광주교대, 상지대 등도 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총장직선제를 도입했다.

학생사회가 학생참여형 총장직선제를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화여대는 최경희 전 총장의 일방적 정책 추진과 정유라의 입학 비리 논란을 계기로 학생들이 총장 선거에서 직접 투표권을 행사하게 됐다. 성신여대의 경우 이사회 추천으로 임명된 심화진 전 총장이 교비 횡령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이후 총장직선제가 도입됐다. 임은희<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이에 대해 “최근 들어 대학에 산재해 있는 다양한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자 대학사회 내 학생참여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임 연구원은 “총장직선제는 다양한 학내 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여러 대학의 학생회는 학생참여형 총장직선제 도입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국의 총학생회가 연합해 발족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준비위원회’(이하 전대넷)는 지난 3월 ‘학생참여 총장직선제를 위한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를 조직했다. 운동본부에는 고려대, 동덕여대, 홍익대를 비롯한 26개의 단위가 함께한다. 이들은 △대학 구성원별 총장선출 투표 반영 최소 비율 보장 △교원·직원·학생 등 대학 구성원의 자치활동 보장 △교원·직원·학생 등 대학 구성원의 직접 선거를 통한 총장선출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전대넷 이승준<고려대 심리학과 11> 사무국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은 등록금심의위원회, 대학평의원회 등에 참여하면서 대학 운영의 주요 사항들을 최종 심의한다”며 “이미 학생들은 학교 행정에 깊이 참여하고 있는데 총장 선출에서만 학생들을 배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대부분의 대학은 임명제 혹은 간선제로 총장을 선출하고 있다. 지난달 박경미<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직선제를 도입한 사립대는 올해 7월 기준, 7개교(8.6%)에 불과하다. 사립대의 대부분인 71.4%(99개교)는 구성원의 참여 없이 법인이 총장을 임명하는 ‘완전임명제’를 사용하고 있다. 간선제 방식을 선택하고 있는 학교는 32개교로 전체의 23.2%에 해당한다. 간선제는 선출위원을 선출한 뒤 선출위원의 간접선거로 총장후보자를 선출하는 ‘간선대의제’와 총장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가 후보자를 법인에 추천해 총장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한편 학생참여형 총장직선제를 도입하는 과정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사립학교법 제16조(이사회의 기능) 1항에 따르면 이사회는 학교법인이 설치한 사립학교의 장과 교원의 임용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할 권한을 지닌다. 또한 제53조(학교의 장의 임용) 1항에 따라 각급 학교의 장은 당해 학교를 설치‧경영하는 학교법인 또는 사립학교 경영자가 임용한다. 임 연구원은 “사립대의 총장 선임 권한은 법인 이사회에 있다”며 “학생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학생참여형 총장직선제를 도입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교육부와 국회 모두 사립학교법 개정에 소극적”이라며 “총장 선출과 관련한 부분이 특히 그런 것 같다”고 전했다. 운동본부에 참여하며 학생참여형 총장직선제 도입을 위해 움직였던 고려대와 동덕여대, 홍익대도 여러 어려움에 부딪히며 올해 이를 도입하는 것이 무산됐다.

학생참여형 총장직선제를 도입한 학교에서도 진통은 여전하다. 학생 투표 반영 비율이 교수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는 점이 이들이 마주한 어려움 중 하나다. 사립대 중 최초로 학내 모든 구성원이 직접 총장을 뽑은 이화여대는 교수 77.5%, 직원 12.2%, 학생 8.5%, 동창 2%의 비율로 정해졌다. 성신여대 또한 교수 76%, 직원 10%, 학생 9%, 동문 5%로 투표 반영 비율을 결정했다. 학생 투표 반영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성신여대에 재학 중인 박경민<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14> 씨는 “학생들은 교수와 함께 총장을 조력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투표 반영 비율은 그 역할에 비해 낮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례적인 반영 비율을 결정한 학교도 있다. 개교 63년 만에 처음으로 총장직선제를 도입한 상지대는 지난 4일 대학자치운영협의회(교수협의회, 총학생회, 노동조합으로 구성) 15차 회의를 통해 교수 70%, 학생 22%, 직원 8%의 투표 반영 비율을 확정했다. 상지대의 학생 투표 반영 비율은 총장직선제를 도입한 사립대 중 가장 높다.

총장직선제에도 우려는 있다. 특히 교수 중심의 총장직선제가 과열될 경우 학내 연구 분위기를 해치거나 선거가 보직 인사의 기준이 되는 등의 파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임 연구원은 “자칫하면 총장직선제로 인해 교수사회에 파벌이 형성되거나 요직을 요구하는 등의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며 “교수뿐만 아니라 학생과 직원 등이 모두 균형 있게 참여해 서로를 견제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총장직선제가 학내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정답은 아니다. 그러나 민주적으로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임 연구원은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며 “모든 구성원이 참여해 투표로 대표를 뽑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총장은 교무를 통괄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휘·감독하며 학생을 지도하고, 대학교를 대표한다. 대학사회에서 최근 총장 선출에 관한 사안이 논의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숙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도움: 임은희<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전대넷 이승준<고려대 심리학과 11> 사무국장
사진 출처: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준’ 페이스북 페이지 기자회견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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