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서윤 기자님, 글 좋아요. 수고했어요.”
[취재일기] “서윤 기자님, 글 좋아요. 수고했어요.”
  • 정서윤 기자
  • 승인 2018.11.11
  • 호수 1485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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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서윤&lt;문화부&gt; 정기자<br>
▲ 정서윤<문화부> 차장

필자는 글 쓰는 것, 글 읽는 것 모두 그 누구보다도 싫어했다. 물론 언론계 진출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학보사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그저 밤마다 쓰는 일기와 대학 입시 당시 작성했던 자기소개서가 정성들여 써본 글의 전부였다. 하지만 1년 동안 기자는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서윤 기자님 글 너무 잘 읽었어요. 수고했어요.”라는 말을 가장 듣고 싶어 하는 ‘기자’가 됐다. 

수습기자일 때는 선배 기자들이 시키는 일만 하면 어느 순간 신문은 발간돼있었다.  선배 기자들이 퍼놓은 ‘밥’에 ‘반찬’만 올리면 되는 셈이었다. 흑백의 학보사 신문에 이름 석 자가 적히고 한대신문 문화부 기자라는 개인 명함이 나오면서 ‘기자’라는 이름표에 익숙해졌을 쯤 정기자가 됐다. 

정기자가 된 후에는 단 한 번의 발간도 쉽지 않았다. 취재는 물론 많은 학우들과 교수님들, 그리고 심지어는 외부인들까지 필자가 쓴 기사를 읽게 된다는 부담감에 기사의 짧은 인트로 작성마저 몇 시간이 걸렸다. 인터뷰이와의 갈등은 물론 일방적으로 기자를 책망하는 인터뷰이들도 많이 만났고, 인터뷰이의 요청에 따라 쓰고 싶지 않은 인터뷰 내용을 기사에 넣어야 할 때도 많았다. 게다가 수습 기간을 함께했던 동기들이 하나 둘씩 신문사를 떠나면서 필자는 더욱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타 기자들의 기사와 필자의 기사를 비교하면서 매번 자신감이 하락했다. 필자는 ‘기자’라는 역할의 무게감을 견디기 힘들었다. 심지어는 한대신문에서 ‘가장 빨리 포기할 것 같은 기자’로 불릴 정도였다. 하지만 기자로서 성장하는 것은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필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약간씩 흔들릴 수 있음을 과감히 인정하는 여러 문턱을 넘은 ‘기자’로 성장하고 있었다. 

학보사 기자는 ‘학우들을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이다. 흔히 학보사 기자라고 소개하면 주변 친구들은 ‘글을 잘 쓰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필자는 오랜 학보사 활동에서 글을 ‘잘’ 쓰는 방법만을 배우진 않았다. 정확한 맞춤법, 문법의 잘 다듬어진 글’도 중요하지만 익숙한 주제에 대해서도 독자들이 자신만의 해석으로 깊게 생각하게 되는 글이 ‘좋은 글’이다. 한 글자, 한 문장에서 정성을 담아야지만 필자가 하고자 하는 말이 전달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독자들이 지극히 당연하게 느끼는 것들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시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가끔은 같은 뜻이라고 해도 말보다는 글로 전하고 싶은 내용들이 있다. 글로 적혀있는 글자들이 말보다 더 큰 힘을 가질 때가 있다. 글 자체로도 의미 있는 언어로 읽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어 같은 글이더라도 각자의 시선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잠재력을 글자 한 자, 한 자로부터 끌어내는 것이 기자가 해야 할 일이다. 

곧 필자의 학보사 생활은 막을 내린다. 하지만 필자는 언제까지나 타인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는 글을 꾸준히 쓸 것이다. 필자는 이제 스스로에게 듣고 싶다. “서윤 기자님, 글 좋아요. 수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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