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카도, 마르크스가 말하는 한미 FTA
리카도, 마르크스가 말하는 한미 FTA
  • 한대신문
  • 승인 2006.07.23
  • 호수 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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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서울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2차 협상이 파행 속에 결렬됐다. 미국은 건강보험 약값책정 적정화 방안을 철회하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렬을 선언했다. 앞으로도 농업, 자동차 분야에서 쉽지않은 협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대신문은 리카도와 마르크스의 사상과 저작들을 참고하여 두 사상가들이 한미 FTA의 허와 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어 보았다.

"외국에서 수입하여 쓰고 우리는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자. 부의 성장은 예측을 불허할 만큼 지속될 것이다."

 

 




 

"여러분! 자유라는 추상적인 말에 속지마라. 그것은 노동자의 피땀을 눌러 짜내기 위해 자본이 누리는 자유다."

 



 



1. 한미 FTA가 상호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가

리카도 : 국제적인 자유거래는 세계를 부유하게 한다.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의 교역이라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후진국에게 더 유리한 산업이 있기 마련이다. 국가 간의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상품을 교역 한다면 특정한 한 나라의 이익이 아닌 모든 나라의 이익이 될 것이다. 

마르크스 : 당신이 말하는 나라의 이익이라는 것은 노동자 계급이 철저하게 빠져 있는 일부 자본가들의 이익일 뿐이다. 따라서 국가의 이익이 곧 모든 국민의 이익을 말하는 것이 아니며 당신이 주장하는 것처럼 자유무역이 모든 국가의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다. 상품가치가 다른 품목을 거래하기 때문에 국가 간의 이익이 공평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옷을 만들 때 면화 한 품목이 가지는 가치는 다른 모든 원료들을 합친 것 보다 훨씬 더 큰 상업적 가치를 가진다. 어떻게 면화를 생산하는 국가와 단추를 생산하는 국가가 같은 이득을 본다는 것인가.

리카도 : 공평하지 않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상품의 가치는 그것을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노동력으로 평가 할 수 있다. 상업적 가치는 가격으로 표시되는데, 가격이 높은 상품은 가격이 높은만큼 많은 노동력이 소요된다. 즉 같은 단위를 생산 한다고 할 때 가격이 낮은 상품은 높은 상품에 비해 가격만큼 노동력이 덜 소요된다.

마르크스 : 왜 노동자 계급의 처우를 개선하는데 쓴다는 그 이윤이 노동자의 노동력 착취에서 나온 것이라는 걸 생각하지 못하나? 자본가는 자신이 가진 공장과 기계, 그리고 노동자들의 노동을 더해 점점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해 내지만 그 이윤은 자본가의 주머니로 들어가 계급 간의 갈등을 더 심화시킬 뿐이다.

리카도 : 반대로 생각해 보자. 국가가 자국의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자유화를 제한해 우수한 기술 수준들과 경쟁 할 수 없다면 국가의 발전은 뒷걸음질 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계층은 노동자 계급이다.

마르크스 : 하지만 당신이 앞에서 말한 비교우위론에 따라 상품을 교환한다면 비교열위에 있는 산업은 쇠퇴할 것이다. 그러면 그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그렇지 않은 자본가들과의 격차가 더 커지지 않겠는가?

리카도 : 비교우위에 있는 항목을 교환한다는 것은 산업을 집중시킨다는 것이다. 비교열위에 있는 항목에 종사하던 사람들을 점진적으로 비교우위에 있는 항목으로 이동 할 수 있게 지원 한다면 이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2. 스크린쿼터제 폐지는 한국의 이익에 부합되는가

리카도 : 한국의 스크린 쿼터제를 이야기해보자. 나는 아직도 일부 관련 사람들이 스크린 쿼터를 폐지를 반대하는 것을 이해 할 수 없다. 한국의 문화산업에서 영화만 편애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는 대표적인 보호무역이다.

마르크스 : 영화산업의 자유화 또한 영화계의 자본가와 노동자의 계급차이를 넓힐 뿐이다. 한국의 애니메이션계는 오랜 기간 동안 ‘디즈니’사의 하청일을 해왔다. 하지만 지금 그 업체들이 디즈니사가 가지고 있는 부와 명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 하는가?

리카도 : 한국은 미국 할리우드의 대작들과 자유롭게 경쟁하면서 한국 영화의 현 위치를 깨닫고 미국보다 한국이 더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한다. 반드시 영화만 아니라도 연극·TV드라마 등에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마르크스 : 대표적인 영화계의 자본가라고 부를 수 있는 할리우드와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한국의 자유무역은 한국 영화인들을 할리우드의 또 다른 하청업체로 전락시킬 것이다. 한국 최대의 영화배급업체인 ‘CJ’사와 ‘현진시네마’라는 작은 배급사와의 경쟁은 결국 어떻게 됐는가? 현진시네마의 영화 ‘홀리데이’는 ‘투사부일체’에 밀려 막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자유경쟁이 만들어 놓은 이런 모든 파괴적 현상은 자유무역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더 거대한 규모로 재생산된다.

리카도 : 한국은 더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알고 그 곳에 집중해야 한다. 한국 영화가 세계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면 비교우위의 상품이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다른 비교우위의 산업을 집중적으로 발전시키면 된다.

마르크스 : 어떤 위치에 있는 산업이든 간에 국가 간의 자유무역은 한 나라 안에 만연했던 노동착취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뿐이다. 그건 영화뿐만 아니라 당신이 말하는 비교우위 산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3. 쌀 시장 개방도 FTA에 포함돼야 하는가

리카도 : 영화에서 농산물 문제로 넘어가 보자. 한국이 자유무역을 통해 쌀 개방을 하면 국민들은 이전보다 저렴한 가격의 농산품을 구매할 수 있다.

마르크스 : 물론 쌀을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는 있다. 하지만 쌀 개방의 결과 쌀 가격이 하락하고 따라서 지대가 하락한다면 더 이상 농업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영세농민들은 자신들의 땅을 아주 싼 가격에 팔게 될 것이다. 이런 한국 농민들의 몰락은 어떻게 할 것인가?

리카도 : 정부는 자국이 우위를 지니고 있는 산업으로 그러한 부작용을 보완 할 수 있다. 오히려 보호무역이 소비자들에게 끼치는 해악이 더욱 심하다.

마르크스 : 나는 보호무역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당신은 정부가 쌀 개방으로 손해 본 농민들의 처지를 개선해 줄 수 있다고 하지만 내게 정부란 의미가 없다. 그것은 자본가의 일상사를 처리하는 위원회에 불과하다. 공정한 중재자도 아니고 일반의지의 결합체도 아니며 다만 소수의 지배계급이 다수의 인민을 지배하는 도구일 뿐이다. 옛날 정부가 봉건적 토지귀족의 전유물이었다면 이제는 자본가의 전유물이다. 세계는 자본가와 노동자의 두 계급으로 양분돼 있을 뿐이다.

리카도 : 정부가 쌀시장 개방을 하게 된다면 우리는 10시간의 노동으로 쌀 1가마니를 얻을 수 있다고 가정 할 때 개방 후 더 효율적인 산업에 집중 투자하게 된다. 즉 더 많은 이익을 기대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10시간보다 적은 양의 노동으로도 쌀 1가마니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것은 국민 모두의 이익이 아닌가?

마르크스 : 미국에서 저렴한 가격에 쌀을 들여올수록 한국산 쌀의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한국 농민들은 이전과 같은 수익을 얻기 위해 더 많은 노동을 해야한다. 즉 노동가치가 저하되는 것이다. 이처럼 비교우위는 상대국 간의 보완의 형태가 아니다. 오히려 비교우위 산업의 제한적인 인원에 들지 못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농업으로 돌아가게 되면 자유무역 이전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

4. 끝으로 FTA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리카도 : 1970년대 한국은 미국에 비해 ‘절대우위’를 가지고 있는 산업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섬유·봉제·신발 등 우리가 비교우위를 확보 할 수 있는 노동집약적 분야에 전문화를 함으로써 산업화를 위한 자본은 축적 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은 앞으로도 계속 돼야 한다. 보호무역 체제 속에서 경쟁력 없는 상품을 계속 생산 하는 것 보다 한국이 상대적인 우위에 있는 산업을 집중적으로 힘을 쏟는 것이 나라를 부강하게 한다. 한미 FTA는 한국이 선진국과 자유로운 경쟁 속에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국가가 발전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마르크스 : 자유무역은 자본가로 대표되는 ‘국갗만을 살찌우고 있다. 리카도 당신은 소수의 이득을 위해 다수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 한국이 지금 성사하려는 한미FTA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 자유무역을 통해 양국의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적대적 관계는 극단까지 이르러 자본주의와 양립할 수 없는 점에 다다른다. 이미 노동자들은 자본가들에 반대하는 물결이 거세다. 오랫동안 지속된 계급간의 갈등을 깨버릴 수 있는 것은 자유무역을 통한 자본주의 계급간의 갈등을 더 심화 시키는 것이다. 여기에 한미FTA는 그 촉진제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나는 오직 이러한 혁명적 의미에서만 자유무역에 찬성하는 것이다.

강동오 기자 kangd5@hanyang.ac.kr
김보만 기자 qhaksdl@hanyang.ac.kr


※리카도
(Ricardo, David, 1772.4.18~1823.9.11) 
경제학의 여러 분야에서 빛나는 업적을 남긴 경제학자. 자유무역이 바람직하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입증한 것이 가장 유명하다. 비교우위설을 통해 자유로운 교역이 이에 참여하는 모든 나라에게 이득을 가져준다고 주장했다. 각 나라가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상품만을 생산하여 다른 나라와 교역하게 되면 모든 나라의 국민들이 더 높은 생활수준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
(Marx, Karl, 1818.5.5~1883.3.14
불세출의 경제학자, 철학자. 런던에서 공산주의자동맹이 결성되자 엥겔스와 함께 이에 가입하여 명저 ‘공산당선언’을 발표했다. ‘자본론’을 통해 ‘잉여’의 개념을 파헤쳐 당시 자본가들을 곤경에 몰아넣었다. “철학자들은 단지 세계를 여러 가지로 해석해왔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혁하는 것이다”라는 말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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