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사로] 인공지능 캠퍼스는 필요한가?
[진사로] 인공지능 캠퍼스는 필요한가?
  • 원장희 과장
  • 승인 2018.10.15
  • 호수 1483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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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장희<ERICA 교무처 학사팀> 과장

2016년, 미국 조지아공대의 한 온라인 수업을 들은 300명의 학생들은 학기가 끝나서야 수업 조교가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 프로그램임을 알게 됐다. 미국 IBM사의 인공지능 ‘왓슨’을 기반으로 제작돼 20대 백인 여성이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던 인공지능 조교 프로그램 ‘질 왓슨(Jill Watson)’은 일반적인 조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비록 일종의 실험이었지만 이후 온라인 과정에 대한 신뢰도가 향상되는데 기여했다고 한다. 최근 이러한 학생들의 학사 관리나 수업 지원을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이 하는 사례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위 사례처럼 직접 개입하는 건 아니지만, 학생 개개인의 점수를 예측하고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중재가 필요한 시기를 예상하는 시스템(조지아 주립대학)이나, 교내 설문조사 등에 활용된 챗봇, 플랫폼(코넬 대학) 사례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국내에서 먼저 시작한 곳은 단국대였다. ‘국내 최초 인공지능 캠퍼스’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다. 2016년 컨설팅을 받으며 시작해 2021년 구축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올해 챗봇 서비스를 공식 오픈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장소, 시간,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질문하고 답변을 들을 수 있게 됐다. 한편 성균관대는 이미 지난해 인공지능 기반 챗봇 서비스인 ‘킹고’를 런칭, ‘국내 대학 최초 챗봇 서비스 도입’을 선포했다. 이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단국대와는 달리 소속 학생이 아니어도 웹채팅방을 통해 질문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서비스들은 완벽하지 않다. 몇 단계만 들어가도 원하는 답변이 존재하지 않거나, 키워드 중심에서 벗어나면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기도 한다. 나름 유명하다는 국내 기업들의 챗봇 서비스를 이용해 본 사용자라면 느꼈을 그런 아쉬움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이런 대학들의 노력은 유행에 편승한 무의미한 실험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다음 2가지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

첫 번째는 패러다임의 변화다. 4차 산업혁명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교육 기관에서의 ‘서비스’ 개념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기존 대학에서 일방적으로 교육과정을 만들고 다수에게 따라오게 했다면, 이제는 학생의 역량과 진로에 따라 맞춤형 교육이 요구된다. 교육의 구조는 복합적인 형태로 변화되고 있으며, 그 과정은 진로 찾기와 커리어 관리같은 목표에 집중되고 있다. 따라서 고도화된 시스템과 행정력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반면, 사람이 직접 방대한 자료를 보고 판단해 상담이나 관리하는 것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제 대학은 학생을 잘 가르치는 것보다 맞춤형 관리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두 번째는 데이터 수집이다. 인공지능의 핵심이 빅데이터에 있는 만큼, 데이터 수집 없이는 인공지능 자체도 불가능하다. 데이터 수집을 시작한 대학과 그렇지 않은 대학은 이미 출발선이 다를 수밖에 없다. 최소한 어떤 질문들이 올라오는지만 분석해도 개발의 방향성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고, 데이터가 누적될수록 더욱 강력한 피드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앞서 소개한 조지아공대의 조교는 교수진이 사전에 준비한 4만여 개의 답변 데이터를 토대로 답변달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는 단순히 학생들이 인지하지 못한 채 인공지능과 함께 수업을 했다는 차원을 넘어, 수많은 데이터들이 어떻게 수업과정에 녹아들고 활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예다.

이제 우리 대학이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해야 할 시기가 아닐까? 우리 대학은 교육서비스 제공자로서 인공지능 지원이 과연 필요한가? 만약 필요하다면 언제, 어떻게, 어떤 목적과 방향을 가지고 구현돼야 할 것인가? 다양한 입장과 의견이 있을 것이고 서로 다른 면을 보고 판단하게 되면서 여러 난관에 봉착하겠지만, 필요에 대한 요구는 쉽게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시기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교육 관리의 성장은 더딜 수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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