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 인구 100만 명… 양지화 위한 논의 필요해
타투 인구 100만 명… 양지화 위한 논의 필요해
  • 이지윤 기자
  • 승인 2018.10.15
  • 호수 1483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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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투인협회에 따르면 올해를 기준으로 국내에서 타투를 받은 인구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과거 ‘문신’이라는 말로 더 많이 불렸던 타투는 한 때 조폭을 연상시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자 업계에서는 문신을 ‘타투’로 부르기 시작했고, 타투는 하나의 패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는 길거리에서도 타투를 한 사람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좌우명이나 소중한 사람의 얼굴, 반려동물의 모습 등 타투의 모양과 스타일도 제각각이다. 연예인, 운동선수 등 유명인들도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타투를 사용하고 있다. 임보란<한국패션타투협회> 회장은 “타투는 오래전부터 인류의 문화와 함께했고 사람들의 관심 대상이었기에 수천 년 동안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타투 시술은 불법에 가깝다. 현행법상 타투가 불법이라는 조항은 없다. 하지만 1992년 ‘타투는 의료행위’라는 대법원 판결이 타투를 불법처럼 여기게 했다. 해당 판결에서는 ‘타투를 의료라 하지 않지만 행위에서 수반되는 보건과 위생의 문제가 발생되기 때문에 고도의 전문지식을 가지지 못한 자의 문신행위를 의료법으로 처벌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이 판례로 인해 지금도 국내 대부분의 타투는 ‘불법’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이에 타투 시술을 받은 사람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타투 시술을 하면 ‘무면허 의료 행위’에 해당해 처벌을 받게 된다. 의료인이 아닌 타투이스트는 보건범죄단속법 제5조에 따라 2년 이상의 징역이나 100만 원 이상, 1천만 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받는다. 벌금이나 집행유예가 계속되면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다.

이에 지난 1998년부터 타투이스트들은 비의료인들의 타투 시술 합법화를 위한 헌법소원 청구서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제출했다. 하지만 헌재는 관련 헌법소원을 모두 기각했다. 한국타투협회에 따르면 2017년 한국에서 활동하는 타투이스트는 약 5천여 명이다. 그 중 의사 출신 타투이스트는 10명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약 300만여 회의 타투 시술이 진행되고 있는데, 10명의 의사 출신 타투이스트가 모든 시술을 감당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나 지자체가 타투이스트를 전문직으로 인정하지 않고 관리 규정을 둬 관리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선 일정 요건만 갖추면 타투 시술을 할 수 있도록 자격을 부여하거나 허가를 하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기준 미국의 총 41개 주는 타투 관련 자격증 또는 면허 제도를 운용해 업체들을 엄격히 관리한다. 더불어 영국은 최소 1년 이상의 도제식 교육을 통해 타투 기술과 위생, 안전에 대한 내용을 배운 뒤 타투 시술을 할 수 있다.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타투이스트는 지역 보건청에 신고해야 하고, 신고 시 최소 21시간의 위생‧보건 교육 이수증을 첨부해야 한다. 이 밖에 중국과 필리핀 등 아시아권 국가에서도 의사가 아닌 사람들이 타투 시술을 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자격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임 회장은 “타투로 인한 다양한 문제가 염려되기 때문에 전문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적 추세처럼 최근 우리나라도 타투 양지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타투 산업 자체가 음지문화로 남아있으면 기본적인 위생,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타투 시술을 받으면 후천성면역결핍증처럼 혈액을 매개로 한 감염병에 노출될 수 있다. 피부에 직접 닿는 타투용 바늘을 재사용하는 것 또한 감염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 지난 2016년 대한의사협회는 “대부분의 문신 시술이 불법으로 이뤄지고 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아 B형 간염 등 혈액매개 감염병 증가가 우려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임 회장은 “현재 다수의 타투이스트들은 스스로 보건과 위생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것이 국가나 사회로부터 타투이스트가 전문직이라고 인정받는 지름길이라 믿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타투 업계 종사자들은 타투를 하나의 문화로 인정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 회장은 “타투 관련 법제화를 통해 타투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타투이스트를 전문직으로 인정하고 국가가 나서서 자격과 면허 제도를 실시해야 한다”고 타투 양지화를 위한 해답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 2013년 당시 19대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었던 김춘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타투이스트를 양지화하는 내용의 ‘문신사법’안을 발의했다. 이에 해당 법안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공청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정부도 규제 개혁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타투 합법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했었다. 그러나 결국 법안은 반대 여론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김 전 의원은 “국회의원, 복지부 장관, 청와대 수석까지 만나 일일이 설득해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결국 사회적 반대 여론이 걸림돌이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타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인식도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7월 한 소방관은 왼쪽 가슴에 새긴 ‘나는 장기/조직 기증을 희망합니다’라는 타투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강희연<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5> 씨도 오랜 고민 끝에 타투를 했다. 좋아하는 문양을 몸에 새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강 씨의 타투는 ‘달’ 모양이다. 이는 강 씨의 인생관을 담고 있는 문양이다. 강 씨는 “타투는 자기표현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며 “타투를 음지 문화로 간주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 씨는 “의미 없이 새긴 타투는 후회를 불러일으킬 확률도 높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2015년 고용노동부는 타투이스트를 ‘미래에 유망한 신직업’ 중 하나로 선정했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타투이스트 합법화 시 4천여 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타투를 미용 행위로 봐야 하는지, 의료 행위로 봐야 하는지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하지만 타투 소비자들이 늘어난 만큼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나 위생, 안전 교육 등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타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지금, 더 이상 타투 양지화를 위한 논의를 미루지 말아야 한다.

도움: 임보란<한국패션타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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