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예술을 꽃피우다
한글, 예술을 꽃피우다
  • 이지윤 기자
  • 승인 2018.10.08
  • 호수 1482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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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9일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말과 글인 한글의 제572돌이다.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한글은 문자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됐다. 배지, 엽서, 머그컵 등에 한글 디자인을 덧입힌 ‘상품(goods)’이 불티나게 팔리고 한글 서체도 속속 등장해 인기다. 언어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문화콘텐츠로서도 자리 잡은 한글에 대해 알아보자.

진화하는 예술, 한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각 과들은 따뜻한 단체복 제작 준비를 한다. 최근 박영건<인문대 국어국문학과 18> 씨의 과도 단체복 제작을 위한 준비가 이뤄졌다고 한다. 박 씨는 “최근 과 학우들이 단체복에 들어가는 디자인을 여러 개 만들었다”며 “그 중 ‘국어국문’의 자음 초성인 ‘ㄱㅇㄱㅁ’을 사용한 디자인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글은 생활 전반에 걸쳐 여러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허경무<한국서체연구회> 이사장은 “한글 디자인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며 “활용범위가 다양해지면서 한글 형태를 응용한 △건축물이나 △기념 조형물 △의류와 패션 △TV나 영상의 자막이나 광고 등 다양한 분야로 한계가 없이 널리 확장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재준<서울여대 시각디자인전공> 교수는 “한글은 갤러리나 미술관에 전시돼 있는 고정형 예술이 아니라, 다양한 매체에서 활용 중인 진행형 작품이며, 진화하는 예술”이라고 설명했다. 한글은 예술로서의 형식을 모두 갖춘 문자이기도 하다. 사람 안에 하늘과 땅이 모두 녹아들어 있다는 천지인(天地人) 정신을 바탕에 두고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창작 동기와 철학뿐만 아니라 자음과 모음의 바탕, 문자의 형체를 전개시켜 나가는 전개 체계도 독창적이다. 한글의 모음은 하늘(‧)과 땅(ㅡ)과 사람(ㅣ), 세 개의 기호가 조화를 이뤄 표현된다. 자음은 소리를 만드는 발성 기관의 모양을 따서 만들었다. 더불어 한글은 28개의 자음과 모음이 가로 또는 세로로 묶여서 네모꼴 안에 든 음절 문자가 된다. 이 형체는 신속한 읽기와 뜻의 파악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문자는 전 세계적으로 한글뿐이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의 형태를 응용해 공원에 설치된 조형물의 모습이다. 

문화콘텐츠의 중심이 되다
한글이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은 사례들에는 △상품 △패션 △글꼴이 있다.

한글 디자인을 덧입힌 이용한 상품은 배지, 엽서, 머그컵 등이 있다. 이러한 상품들은 독특한 디자인으로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타벅스 코리아는 지난해 한글날을 맞아 ‘2017 한글날 머그’를 출시하기도 했다. 자음 창제의 기본 다섯 자인 ‘ㄱ‧ㄴ‧ㅁ‧ㅅ‧ㅇ’을 사계절 꽃인 매화(봄), 무궁화(여름), 국화(가을), 동백꽃(겨울)과 함께 수묵화의 형태로 조화롭게 표현해 낸 것이 특징이었다.

▲지난해 한글날을 맞아 스타벅스에서 출시한 ‘2017 한글날 머그’의 모습이다. 한글 자음을 수묵화의 형태로 조화롭게 표현해낸 것이 특징이다.

이상봉 디자이너는 한글을 패션에 주목시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디자이너다. 이 디자이너 역시 지난해 온라인 기부 포털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한글 자음을 활용한 한글날 기념 티셔츠를 펀딩 상품으로 내놓았다. ‘ㅅEOUL’과 같이 한글과 영어를 조합해 세계 6대 도시를 표기한 셔츠인 ‘뉴키즈 노앙’ 기부 프로젝트도 있었다. 김지원<인문대 사학과 18> 씨는 “한글이라는 문자가 디자인과 결합되면 전통적인 느낌과 현대적인 느낌이 공존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옷이나 한복 등에 결합되면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흥미를 가지고 즐겨 입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예와 캘리그라피는 광고 미디어 시장에서 더욱 각광 받고 있다. 캘리그라피는 단순히 글자를 쓰는 것이 아니라 언어의 의미와 조형적인 의미를 함께 버무려 표현한다. 이 점 때문에 즉각적인 메시지 전달뿐만 아니라 대중의 시선을 끌어들이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김주원<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5> 씨는 “한글 캘리그라피만의 매력은 *글리프(glyph)가 다른 글자에 비해 다양하다는 것”이라며 “그로 인해 사람들이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요소가 많고, 그 개성이 글자를 쓰는 사람에 따라 최종 글씨체의 다양함으로 나타나게 된다”고 전했다.

▲김주원 씨가 윤동주 시인의 문구를 이용해 제작한 한글 캘리그라피 스티커의 모습이다.

한글에 대한 꾸준한 관심 필요해
한글날이 공휴일로 재지정된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글날이 국경일이자 공휴일이라고 정확하게 답한 사람은 52.2%에 그쳤다. 한글의 예술성이 주목 받고 있는 것에 비해 한글날에 대한 무관심이 반영된 것이다.

2017년 국립한글박물관의 「한글 창제, 사용의 사회‧경제적 효과」라는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한글이 문자로서 우수한 것은 국내외의 학자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충분히 알고 있을 정도지만, 한글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주로 ‘한글날’ 앞뒤에만 주목 되고 있다고 한다. 한글날에만 반짝 한글에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매일 사용하고 있는 한글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갖고 우리 언어에 대한 사랑과 자긍심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글리프(glyph): 문자 단위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를 의미한다.

도움: 한재준<서울여대 시각디자인전공> 교수
허경무<한국서체연구회> 이사장
사진 제공: 한재준 교수
김주원<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5>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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