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를 통찰해 가치 있는 브랜드를 만들다
소비자를 통찰해 가치 있는 브랜드를 만들다
  • 김도렬 기자
  • 승인 2018.10.08
  • 호수 1482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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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브랜드 인사이터

바야흐로 브랜드 전쟁 시대다. 수많은 회사가 자신들의 브랜드 이미지를 상승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기업의 얼굴이라 불릴 정도로 ‘브랜드’는 기업의 매출과 이미지에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본교 영어교육과 출신(86) 박재현 동문(이하 박 동문)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가치를 가진 브랜드를 만들고 설계하는 ‘브랜드 인사이터’다.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만드는 게 브랜드의 핵심이라 표현하는 박 동문. 수십 년간 소비자들을 통찰하며 더 뛰어난 브랜드를 만들고자 했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본교 영어교육과 출신 박 동문은 브랜드를 만들고 설계하는 '브랜드 인사이터'다. 사진은 박 동문의 모습이다.
▲ 본교 영어교육과 출신 박 동문은 브랜드를 만들고 설계하는 '브랜드 인사이터'다. 사진은 박 동문의 모습이다.

‘프로정신’을 알게 된 한대방송국 시절
박 동문의 ‘끼’는 어렸을 때부터 남달랐다. 그는 학창 시절부터 ‘무대 체질’이었다. 각종 교회 단체의 문화 행사에 박 동문은 빠져선 안 될 존재였다. “저는 항상 행사의 총 기획자 겸 진행자였죠. 어렸을 때부터 많은 관객이 앞에 있는 무대에 나서는 것이 너무 즐거웠어요. 일종의 ‘무대 DNA’가 제 몸에 있는 셈이죠.”

이런 박 동문의 끼와 열정은 본교 입학 이후에도 이어졌다. 그의 대학 시절을 ‘한대방송국’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있을 만큼 박 동문은 방송국 활동에 몰입했다. “신입생 시절 가장 들어가기 힘든 단체에 들어가는 걸 목표로 삼았어요. 당시 한대방송국의 아나운서는 연예인처럼 보일 정도였죠. 방송국의 높은 인기와 진입장벽은 저의 모험 정신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수많은 시험과 악명 높은 6개월 간의 수습국원 트레이닝을 거쳐 정식 국원이 된 박 동문이 맡은 직책은 아나운서. 무대 DNA를 가진 그에게 안성맞춤이었다. 당시 축제의 가장 인기 있는 코너는 한대방송국이 주최하는 방송제였다. 학생들이 초대권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방송국의 일원으로 방송제와 같은 큰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며 그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보람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도 ‘그때 어떻게 견뎠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든 경험인 건 확실해요. 하지만 그런 어려운 과정에서 프로가 만들어진다는 걸 깨달았어요.”

똑같은 걸 다르게 바라보기
어떤 이들과 어울리는지에 따라 사람의 인생이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 박 동문 역시 방송국 시절 만난 동료들의 영향을 많이 받아 광고 쪽으로 진로를 결정했다. “방송국 내에 광고 분야와 연관 있는 학과 친구들이 많았죠. 당시 한창 선배들이 광고회사 쪽에 많이 진출하던 시기기도 했고요. 광고대행사 아르바이트나 공모전도 많이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광고를 많이 접하게 됐어요.” 이후 광고대행사에서 활동하던 그는 관련 업계 지인의 추천으로 30대 초반 브랜드 전문 회사로 이직하게 된다. 

브랜드 업계에 진출한 박 동문은 우리에게 친숙한 수많은 브랜드의 이름을 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휘센’, ‘SK이노베이션’ 등 그가 만든 브랜드 이름만 해도 무려 600여 개다. 그는 좋은 브랜드 네이밍을 위해선 소비자들의 마음을 통찰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꾸준히 소비자들과 접촉하고 대화를 하며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어떤 말에 매력을 느끼는지 알 수 없어요.” 이처럼 열린 자세로 소비자들을 파악하는 것이 ‘브랜드’라는 그림을 그리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면, 창의력은 그 그림을 마무리 짓기 위해 찍는 마지막 점과 같다. 박 대표는 창의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 ‘똑같은 것을 다르게 보는’ 노력을 했다. “휘센이라는 이름도 기존의 에어컨 브랜드들과 다르게 보이게 하고 싶다는 사고에서 시작된 거죠. 에어컨이니 이름에 Wind(바람)가 들어가야 한다는 일차원적인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바람을 느낌이 아닌 소리로 표현한 ‘휘’와 강력한 냉방력을 상징하는 단어인 센‘을 결합해 기존 에어컨 시장에 없던 신선한 이름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 실제 박 동문이 직원들과 함께 브랜드 네이밍 작업을 하는 모습이다. 그는 “단 몇 글자의 브랜드 이름을 만드는 데도 5주가 걸린다”고 말했다.
▲ 실제 박 동문이 직원들과 함께 브랜드 네이밍 작업을 하는 모습이다. 그는 “단 몇 글자의 브랜드 이름을 만드는 데도 5주가 걸린다”고 말했다.

박 동문은 브랜드 이름을 제작하는 것을 넘어 ‘브랜딩’이란 분야를 전체적으로 통찰하고 설계한다. 그가 자신을 ‘브랜드 인사이터’라고 지칭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그는 브랜딩을 평범한 것을 비범하게 만드는 것이라 정의했다. 그리고 그 비범함은 브랜드의 가치에서부터 나온다. “브랜드는 결국 가치가 있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그 가치는 소비자의 관점을 얼마나 분석적으로 이해하냐에 달려있죠. 자신들의 제품에 주파수를 맞추기보단 소비자를 이해하고 꾸준히 관계를 형성해야 그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어요.” 

브랜드전문가를 양성하다
그는 지난 2002년부터 연세대학교에서 브랜드전문가를 양성하는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연세대는 당시엔 없었던 브랜드 관련 강의의 적임자로 박 동문을 생각했다. 평소 우리나라에 더 많은 브랜드전문가가 양성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그 역시 제안을 흔쾌히 승낙했다.

올해까지 총 34기의 수료생을 낸 이 강의는 단 한 차례의 폐강 없이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단순히 브랜드 이름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봐요. ‘애플’처럼 브랜드의 가치에 문화를 접목해 끈임없이 사랑을 받게 할 수 있게끔 만드는 전문가가 더 많이 양성돼야 하죠.” 그는 브랜드 전문가과정과 약 20년이라는 세월을 함께했다. 그의 강의를 수강한 제자들은 현재도 수많은 현장에서 브랜드전문가로서 활약하고 있다. 제자들을 보며 느끼는 뿌듯함은 본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박 동문이 여전히 매년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포로’말고 ‘프로’처럼
박 동문은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기능과 제품력을 뛰어넘어 소비자들에게 판타지와 로망을 제공해줄 수 있는 브랜드가 탄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곧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의 국가 경쟁력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의 꿈 역시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브랜드전문가들이 나타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훗날 후배들에게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는 브랜드계의 명인(名人)이 되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프로정신을 강조하며 학생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포로’처럼 무기력하게 남들이 사는 것과 비슷하게 살아가지 말아요. 철저한 자기 관리를 바탕으로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는 ‘프로’다운 삶을 살아가길 바랍니다.” 

▲ 박 동문은 자기 자신을 대체 불가능, 모방 불가능 그리고 측정 불가능한 가치를 지닌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항상 비범함을 좇는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답변이다.
▲ 박 동문은 자기 자신을 대체 불가능, 모방 불가능 그리고 측정 불가능한 가치를 지닌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항상 비범함을 좇는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답변이다.

사진 손채영 기자 scyeong02@hanyang.ac.kr
사진 제공: 박재현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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