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법 개선안, 강사 고용불안정 해소할 묘수 될까
강사법 개선안, 강사 고용불안정 해소할 묘수 될까
  • 김종훈 기자
  • 승인 2018.10.08
  • 호수 1482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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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일, 교육부가 꾸린 대학 강사제도 개선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대학 강사제도 개선안’(이하 개선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올해 안에 개선안을 통과시켜 내년 1월 1일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사 처우 문제는 2010년 대학 강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이후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이에 정부는 심각성을 인지하고 강사 처우 개선 및 고용안정성 제고를 위해 다음해 ‘시간강사 처우 개선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강사측은 비정규직 교수 양산을, 대학 측은 비용을 우려해 반발했다. 이후 7년간 4번에 걸쳐 법 시행이 유예됐다. 특히 지난 개정안은 당사자들과의 협의 과정 없이 발표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개선안은 이해당사자인 △강사대표 △대학대표 △국회 추천 전문가로 구성된 협의회를 통해 마련됐다. 이번 협의 과정을 통해 논의가 시작된 이후 최초로 강사대표와 대학대표가 동시에 합의하는 개선안을 만들 수 있었다. 

▲ ‘대학 강사제도 개선안’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 표다. 교육부는 개선안을 발표하며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 및 강사의 처우·복무 여건 개선을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개선안 주요 내용으로는 △교원 신분 부여 △1년 이상 임용 보장 △방학 중 임금 지급이 있다. 개선안에서 가장 눈에 띠는 점은 강사에게 법적으로 교원의 지위를 부여한 것이다. 기존 고등교육법은 △교수 △부교수 △조교수만을 교원으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강사는 교원으로 인정받지 못해 제대로 신분을 보장받을 수 없었다. 협의회는 개선안에 ‘강사’라는 지위를 교원에 추가해 기존 고등교육법에 있던 ‘시간강사’를 대체했다. 개선안이 통과되면 강사들은 임용계약 위반이나 형의 선고 등을 제외하고는 임용기간 중 면직이나 권고사직을 당하지 않는다.

협의회는 또한 개선안에 최소 1년 이상 임용 원칙을 보장하는 조항을 넣었다. 현재는 임용기간에 대한 기준이 없어 대부분의 대학이 강사와 학기 단위로 임용계약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강사 A씨는 “매 학기 새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다음 학기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개선안은 1년 이상 임용을 보장해 고용안정성을 높였다고 볼 수 있다. 신규임용을 포함해 3년까지의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학교 측에서 이유 없이 재임용을 거부했을 때 소청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도 보장한다.  다만, 이것과 관련해 학교 측의 사정도 고려해 예외조항을 만들어 긴급하게 교원을 대체해야 할 경우, 1년 미만의 계약도 허용했다.

개선안이 통과되면 처우개선의 일환으로 방학 중 임금 지급도 보장된다. 기존에는 방학 중에 강사가 계절학기의 강의를 맡지 않는 이상 급여를 받을 수 없었다. 개선안이 통과되면 방학기간이 포함된 임용계약을 하는 경우 방학 중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에 대해 강사 A씨는 “방학 중에도 임금이 보장된다면 다른 일을 병행하지 않아도 돼서 수업 준비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방면으로 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고용안정화를 꾀했다고 평가받는 개선안이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현실적으로 마주한 가장 큰 과제는 예산 확보 문제다. 개선안에 포함된 모든 조항들은 추가 예산을 필요로 한다. 협의회가 추가소요예산을 계산한 결과 개선안대로라면 최대 2천331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대해 임순광<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전국에 필요한 돈이 3천억이지만 각 대학에는 10억 수준”이라며 “대학들의 전체 예산을 봤을 때 크지 않다”고 의견을 전했다. 이어 “그러나 시행 초기의 부담을 고려해 어느 정도 정부가 지원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정부의 재정 지원의 필요성도 말했다.

또한 개선안이 시행되면 강사 처우는 개선되지만 일자리를 잃는 강사가 늘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협의회에서도 우려했던 것처럼 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 예산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대학 측에서는 이런 부담을 피하기 위해 강사 채용을 줄이고, 다른 형태의 교원으로 이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된다면 오히려 강사를 위한 법이 강사들의 일자리를 줄이는 정책이 될 수 있다. 강사 A씨는 “정확한 시행안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일자리가 줄 수 있다는 말이 있어 동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불안감을 표했다. 이에 대해 임 위원장은 “합의된 개선안에는 초빙·겸임 교수를 무분별하게 채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이 포함돼 *풍선효과를  방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강사법 개선안에 대해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모두 존재한다. 강사법 시행이 7년 동안 4번이나 유예될 만큼 많은 진통을 겪었지만 마침내 대학대표와 강사대표가 합의한 개선안이 나온 것은 강사에 대한 처우가 부족했다는 것에 모두가 공감했기 때문이다. 아직 법 제정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 ‘강사’를 포함한 대학 구성원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강사법이 마련되길 기원한다.

인포그래픽 정수연 기자 jsy0740@hanyang.ac.kr
자료 출처: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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