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를 조심하라… 보이스피싱 피해, 청년도 예외 아냐
낚시를 조심하라… 보이스피싱 피해, 청년도 예외 아냐
  • 이율립 기자
  • 승인 2018.10.08
  • 호수 1482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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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18년 6월 14일 목요일 낮, 보이스피싱으로 454만 원을 날렸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우리 학교 학생 A씨의 이야기다. A씨는 본인을 서울중앙지검 정지용 수사관이라고 밝히는 전화를 한 통 받았다. 계좌가 중고나라 김명석 사기 사건에 대포통장으로 이용돼 수사가 필요하다는 전화였다. A씨는 검찰을 사칭한 이 한 통의 전화에 속아 적금을 해지했고, 큰돈을 잃었다.

‘보이스피싱(전화 금융사기)’ 범죄가 날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2만4천259건, 피해액 2천470억 원)는 2016년(1만7천40명, 피해액 1천468억 원) 대비 크게 상승했다. 보이스피싱 피해의 증가추세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경찰청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보이스피싱의 올해 상반기 피해 건수는 총 1만6천338건이다.

20~30대 청년층 역시 보이스피싱 범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올해 상반기 20~30대의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5천728건에 해당한다. 그러나 많은 청년이 자신도 피해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김소현<정책대 정책학과 17> 씨는 “보이스피싱의 주된 피해자는 노년층이라고 생각했다”며 “20대가 주요 피해 연령층 중 하나라는 사실이 의외”라고 말했다. 최진용<경찰청 수사과> 경감은 “전국 성인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를 살펴보면 청년들은 보이스피싱 피해가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그러한 인식이 청년들을 더욱 범죄에 취약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 2018년도 상반기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의 피해 현황을 나타낸 그래프다. 기관사칭형의 경우 20~30대 여성의 피해 건수가 유독 높다.

특히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의 20대, 30대 여성 피해 건수는 각각 1천549건과 527건으로, 둘을 합친 피해 건수는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전체 피해 건수의 65.3%를 차지했다(그래프 참고). 20~30대 여성들의 피해가 많은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은 경찰이나 검찰, 금감원을 사칭하는 형태다. 피해자 명의의 대포통장이 개설돼 본인 명의 계좌의 돈이 범죄 관련성이 있는 자금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거나, 계좌가 해킹돼 언제든지 돈이 출금될 수 있으니 안전하게 보호해주겠다며 돈을 편취하는 수법 등이 기관사칭형의 대표적 사례다. 최 경감은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의 여성 피해자가 많은 것에 관해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은 피해금을 계좌이체 받는 방식보다 금감원 직원 등을 사칭해 피해자와 직접 만나 돈을 가져가는 수법이 많다”며 “이는 범행이 현장에서 발각되더라도 여성이 남성보다 제압하기 쉽기 때문으로 본다”고 답했다.

A씨 역시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으로 피해를 봤다. 보이스피싱 가해자는 검사를 사칭, ‘전라도 광주에 사는 42세의 김명석 씨가 경기도 광명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철산지점에서 A씨의 명의로 통장을 개설해 대포통장으로 사용했다’며 사건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또한 자금 유통 확인을 위해 지폐의 일련번호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니, 돈을 인출해 전달할 것을 요구했다. A씨는 “수사에 비협조적이면 수사 비협조로 다른 기소가 들어갈 수 있다는 협박을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한 가해자는 ‘IP를 역추적하고 있으니 휴대폰의 와이파이, 데이터를 모두 꺼야 한다’, ‘제3자에게 말하는 것 또한 범죄’라는 등의 말로 A씨가 전화를 보이스피싱으로 의심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보이스피싱 조직은 치밀한 시나리오로 피해자를 위축시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한다. 임준태<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범죄자들은 사기 대상에 가장 근접한 상황으로 시나리오를 짠다”며 “시나리오에 딱 들어맞는 사람이라면 정상적인 판단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보이스피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의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임 교수는 “수사기관의 명칭을 대며 돈 얘기를 하거나, 계좌 얘기를 한다면 99% 사기”라며 “경찰, 검찰, 금감원은 어떤 경우에도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경감 역시 “통화과정에서 상대방이 돈을 요구하는 경우 무조건 보이스피싱을 의심해야 한다”며 “혼자 판단하기보다 주변 사람에게 통화내용을 얘기하고 함께 대응하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만약 보이스피싱으로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신속히 112에 신고해야 한다. 보이스피싱 피해 사실을 신고한 다음 금융기관 담당자와 연결되면 본인과 상대방의 계좌정보, 송금일시, 금액 등을 신고해 피해금 지급 정지를 요청하면 된다.

보이스피싱은 피해가 발생하면 범인을 검거하기까지 장시간이 소요되며, 피해금은 재빠르게 국외로 유출되기 때문에 피해복구가 매우 어렵다. 무엇보다 예방이 최선인 만큼 보이스피싱이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기관을 사칭해 돈을 요구하는 전화는 무조건 보이스피싱으로 ‘의심’하길 바란다.

인포그래픽 황가현 기자 areyoukkkk@hanyang.ac.kr
도움: 임준태<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
최진용<경찰청 수사과> 경감
자료 출처: 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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