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한국프로야구, 이제는 화재를 진압해야 할 때
[아고라] 한국프로야구, 이제는 화재를 진압해야 할 때
  • 손채영 기자
  • 승인 2018.10.08
  • 호수 1482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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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채영<부편집국장>

벌써 다섯 달째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불씨가 사그라질 줄을 모른다. 꺼지기는커녕 점점 더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모양새다. 이 불길은 누가,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선동열이 국정 감사에 증인으로 서게 됐다. 지난 6월 아시안게임에 참여할 24명의 선수 명단을 발표한 이후 계속해서 특정 선수들의 선발 과정에 대해 여러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당시 지속된 논란에도 불구, 선 감독은 그 선수들을 아시안게임에 출전시켰다. 우여곡절 끝에 대표팀은 금메달을 따내며 출전 선수 모두 병역을 면제 받았다. 그중에서 특히 선발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던 한 선수의 병역 기피에 가까운 그동안의 행적이 공분을 사며 논란이 더욱 거세졌다. 결국 선 감독은 4일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발표했지만 불씨가 진압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화염이 돼버렸다.

먼저 4일 열린 기자회견은 국정 감사 출석을 면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선 감독은 선수 명단 발표 후부터 아시안게임이 끝날 때까지 선수 선발에 대해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다. 대회가 막을 내린 후에도 계속되던 침묵은 국정감사에 출석하라는 요구가 제기되자 끝이 났다. 부랴부랴 기자회견을 열어 해명 같지도 않은 해명을 늘어놓으며 선수 선발 과정에는 어떠한 청탁도 없었으니 근거 없는 억측을 자제해달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당시 회의록과 녹취록에 대해서는 녹취록은 없으며 회의록은 공개 불가라는 입장을 밝혔다. ‘근거 없는’ 억측을 자제해달라면서도 정작 자신은 주장을 입증할 어떤 근거도 내놓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의심을 거둘 사람이 누가 있을까. 석연찮은 발언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선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 정서를 읽지 못해 죄송하다’면서도 ‘선발은 공정했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선발이 공정했다는 발언은 결국 다시 선발 과정 당시로 돌아간다 해도 똑같은 선택을 하겠다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자신의 선택은 옳았는데 무엇을 사과한단 말인가. 우리가 그의 사과에서 진실성을 느낄 수 없는 이유다.

이 사태는 물론 총 책임자인 선 감독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선 감독 뒤에 숨은 수많은 야구 관계자들의 책임도 없지 않다. 그동안 아시안게임만 믿고 선수의 병역 문제를 해결해오지 않은 구단뿐만 아니라, 이를 눈감아주었던 한국야구위원회(이하KBO) 등 수많은 관계자들의 묵인과 안일한 태도가 만들어낸 추태다.

아시안게임 이후 KBO리그 관중은 이전보다 20%정도 감소했다고 한다. 정운찬 KBO 총재는 리그 중단으로 인한 관심 하락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지만, 여론은 그렇지 않다. 당장의 불씨를 외면한 결과는 혹독했다. 이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한국프로야구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실망한 팬들의 마음을 하루라도 빨리 돌려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다. KBO는 이제라도 팬들 및 국민에게 확실한 진상규명과 적절한 후속 조치를 약속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실행될 때 한국프로야구는 화재를 진압하고 팬들의 사랑과 응원을 받는 스포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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