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미디어계의 공룡이 되다
OTT, 미디어계의 공룡이 되다
  • 조수경 기자
  • 승인 2018.10.08
  • 호수 1482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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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OTT(Over The Top) 전성시대다. 번잡한 출퇴근길 지하철부터 카페와 같은 휴식공간까지. 이제 주변에서 넷플릭스(Netflix)나 유튜브(YouTube)와 같은 OTT를 통해 미디어 콘텐츠를 접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부분의 OTT는 약 1만 원 정도의 금액만 지불하면 한 달간 원하는 미디어 콘텐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어 스마트폰 세대인 젊은 층 사이에서 특히 인기다. 이처럼 다양한 콘텐츠를 어디서든 감상할 수 있는 OTT는 우리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알을 깨고 나온 공룡, OTT
OTT는 통신 인프라가 개선되고 다양한 디바이스가 보급되며 성장했다. OTT의 성장 원인에 대해 김성철<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휴대용 기기가 보편화되면서 어디서든 원하는 콘텐츠를 볼 수 있게 됐다”며 “이러한 환경 변화는 장소와 시간적인 면에서 제한적이었던 시청 형태를 자유롭게 만들어 시청자들의 미디어 소비 방식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즉 OTT는 소비자들이 쉽고 편하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빠르게 성장한 것이다. 다양한 OTT를 이용하고 있는 조한나<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6> 씨도 “주로 휴식시간에 OTT를 통해 놓친 예능프로그램을 몰아본다”며 “시공간의 제약 없이 원하는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는 것이 OTT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OTT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전 세계의 미디어 시장이 OTT 사업에 열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OTT는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OTT 기업 넷플릭스는 올해 3분기 실적 보고서를 통해 가입자 수가 약 1억3천만여 명에 달했음을 알렸다. 우리나라도 국내 이동통신사는 물론이고 케이블TV 업계에서도 OTT를 내놓고 있어 OTT 시장은 점차 확장되는 추세이다. 더 나아가 OTT 기업은 단순히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며 미디어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몸집 불리는 OTT, 이대로 괜찮을까?
OTT의 등장으로 소비자가 향유할 수 있는 콘텐츠 역시 다양해졌다. 하지만 OTT가 성장하면서 이에 따른 문제점도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자본력이 강한 초국적 OTT 기업이 독과점 체제를 유지하며 콘텐츠 내용을 획일화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 상대적으로 OTT가 발달하지 않은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의 국가는 주요 글로벌 OTT 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져, 미디어 시장이 깨질 수 없는 비대칭 구조로 굳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OTT의 등장은 미디어 콘텐츠 시장의 국제화를 촉진해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혔다”고 긍정적인 영향을 설명했지만 “자본력이 강한 초국적 기업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우리나라도 ‘디지털 식민지’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또한 현재 OTT는 시장진입이나 방송 내용, 광고 등에서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불법 및 유해 콘텐츠에 무방비로 노출될 위험이 있다. 한지후<경영대 경영학부 13> 씨는 “유튜브를 이용하다가 검증되지 않은 자극적인 가짜뉴스 또는 음란물의 성격을 띠는 콘텐츠들이 올라와 불편함을 느낀 적이 있다”며 “자체적인 검증이나 선별의 필요성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방송은 공공성과 공정성 등을 이유로 엄격히 규제받지만 OTT는 해당 법안이 미비해 이용자 신고가 있는 경우에만 심의하는 실정이다. 이에 이상원<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절차에 따라 자격을 부여받고 시장진입을 허가받는 기존 유료방송과 달리 OTT는 신고만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며 “기존 방송과 법적 지위가 다르기 때문에 관련 규제를 적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건강한 미디어 문화를 위한 과제
여러 문제들이 수면위로 드러나기 시작하자 대안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생겨나고 있다. 이에 이 교수는 “그동안 방송이 규제를 받은 이유는 사회문화적으로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공공성이 요구됐기 때문”이라며 “기존 방송과 비슷한 성격을 가지는 OTT 콘텐츠의 경우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OTT가 기존 방송 서비스를 대체할 가능성이 커지면 규제를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한창 성장 중인 산업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OTT는 기존 유료방송과 다른 방송 매체인 만큼 기존 방송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보다 개정을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OTT 규제에 대해 김 교수는 “OTT 산업이 현재 시작 단계를 거치고 있는 만큼 섣불리 강력한 규제를 가하면 오히려 산업 발전에 피해를 줄 수 있다”며 규제를 서두르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이 교수도 “현재 OTT에 기존 방송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기존 방송법을 완화해 OTT에 적용하거나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 OTT의 유형을 세부적으로 나눠 개정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OTT의 유형이 다양하고 아직 법적 지위가 명확하지 않아 기업이 자체적으로 콘텐츠 책임성을 인지해 이용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 교수는 “이용자 보호는 규제의 주요한 목적 중 하나”라며 규제의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정부가 먼저 규제하기보다 OTT 산업이 자율 규제를 시행해 콘텐츠 책임성을 강화하고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기업의 책임을 강조했다.

OTT 산업은 미디어 시장에서 영역을 넓혀가며 더욱 발전할 전망이다. 하지만 커져 나가는 산업에 대한 대비가 없다면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올 것이며 방송 생태계에 큰 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제는 건강한 미디어 산업을 만들기 위한 논의가 선행돼야 할 때다.


*OTT(Over The Top): 인터넷망을 통해 교육, 방송프로그램, 영화 등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도움: 김성철<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이상원<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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