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진정한 가치를 세상에 들려주다
여행의 진정한 가치를 세상에 들려주다
  • 김도렬 기자
  • 승인 2018.09.17
  • 호수 1481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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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작가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버킷리스트에 ‘여행’을 적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여행은 사람들에게 기대감과 설렘을 가져다주는 일이다. 본교 연극영화과(89) 이태훈 동문(이하 이 동문)은 여행을 다니며 얻은 감동과 경험을 글과 사진 그리고 강의로 승화시켜 많은 이들에게 여행의 매력을 알려주는 삶을 살고 있다. 30년간 500개 도시를 여행하며 많은 깨우침을 얻었다는 그에게 여행의 가치와 의미에 관해 들을 수 있었다.

문학과 예술 그리고 여행
학창시절 이 동문은 문학과 예술에 관심이 많은 청년이었다. 고등학생 때 문학 동아리에 가입해 3년 동안 또래들과 문학을 함께 읽으며 열띤 토론을 했고, 그들과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음악과 그림까지 섭렵했다. 문학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영문학과에 진학하기도 했던 그는 한 권의 책을 읽으며 진로를 영화로 틀기로 결심했다. “제가 좋아했던 안정효 선생님의 책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를 읽고 영화계에 도전해봐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 책이 영화와 관련된 책이었는데 굉장히 인상 깊었죠.” 그는 꿈을 위해 과감히 대입시험을 다시 준비했고 결국 본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하게 된다. 

학업을 위해 상경한 그는 생활비와 등록금을 벌기 위해서 꾸준히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이로 인해 이 동문은 한때 돈과 학교 중 우선순위가 뭘지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그는 이처럼 고단했던 대학생활의 위안을 ‘여행’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제가 대학교 새내기였을 때,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해외여행 자율화가 실시됐어요. 그때부터 배낭여행을 다니며 다양한 세계를 만나기 시작했죠.” 그렇게 그는 첫 여행지인 일본 도쿄를 기점으로 여행의 매력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 이 동문은 사진과 글의 차이를 ‘시와 소설의 차이’와 같다고 했다. 그는 화자의 감정을 짧지만 강렬하게 나타낼 수 있는 시와 한 장으로도 많은 의미를 담아낼 수 있는 사진의 매력은 유사한 점이 많다고 했다. 해당 사진은 이 동문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여행 중 촬영한 가을 풍경의 모습이다.

여행 전문 기자로 인정을 받다
대학 졸업 이후, 더 많은 배움을 얻기 위해 홍익대 미술대학원에 진학하기도 했던 그는 새로운 진로를 개척하기로 했다. 1990년대 후반 우리나라에 닥친 IMF 사태로 일자리가 많이 줄어 영화 분야를 고집할 수 없었고, 지인들 역시 이 동문이 다른 길을 걷는 것을 추천했기 때문이다.

이 동문은 학창시절 문학 동아리 활동을 하며 길렀던 글쓰기 능력과 대학생 시절 잡지를 꾸준히 읽고 여행을 다니며 키운 견문을 잘 살려 ‘스포츠서울’의 기자로 입사하게 된다. 입사 이후 이 동문은 기자로 활동하면서도 간간이 여행을 다니며 다른 웹사이트에 여행 칼럼 기고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편집국장이 그의 칼럼을 발견했고, 이 동문의 능력을 인정하며 여행 전문 기자로 보직을 변경시켰다. “그때부터 카메라를 들고 전국을 거닐며 취재하러 다녔어요. 여행을 다니며 맛집에 대한 이야기도 썼는데, 이때 제 글로 인해 유명해진 맛집도 많이 탄생했습니다.”

여행과 인문학을 ‘맛있게’ 섞다
2009년 이 동문은 10여 년간 기자 생활을 마무리하고 자신만의 일을 하기로 한다. 학교와 회사 그리고 수많은 여행지에서 얻은 엄청난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선배들이 많이 말리기도 했죠. 하지만 앞으로 20년 동안 누군가의 밑에서 일을 하기보단, ‘내 일을 하면서 내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이 동문은 현재 기자 시절부터 해오던 집필활동을 계속하는 동시에 여행과 인문학을 융합시킨 ‘여행 인문학’ 강사로 10년째 활동하고 있다. 그의 강연은 단순히 여행지를 소개해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각 지역과 예술가의 삶을 결합해 하나의 스토리로 풀어낸다. “한 마디로 예술가의 흔적을 찾아서 가는 여행이라고 합니다. 그림이나 여행지의 유명한 곳을 건조하게 설명하기 보다는, 한 예술가가 이 장소에서 어떠한 삶을 살고 있을 때 그 작품을 만들어 냈는지 그 배경을 설명해주죠. 이런 방식으로 통해 강의하면 많은 분들이 잘 이해하고 좋아해주세요.” 

▲ 지난달 30일 코엑스에 위치한 ‘별마당도서관’에서 특강을 하는 이 동문의 모습이다. 그는 “강의를 듣는 그 누구라도 이태훈이라는 사람을 통해 감동하고, 이후에 다른 이들에게 꿈을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면 그 자체로 나는 성공한 인생일 것”이라고 말했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것
‘약 80개국 500개 도시’ 이 동문이 30년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 거쳤던 여행지의 수다. 가까운 일본부터 오지의 사막까지. 그는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배낭 하나에만 의지한 채 여행을 다녔다. 그러다 보니 여행 중 우여곡절을 느낄 때가 부지기수였고, 심지어는 생사의 기로를 건널 뻔한 적도 있었다. 이 동문이 실크로드를 따라 파키스탄 지역을 여행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그가 타고 있는 버스에 파키스탄 현지 군인들이 올라와 그를 데리고 가더니, 자신들의 군용차량에 이 동문을 태웠다. “군인들이 저를 태우고 제가 묵는 호텔로 데리고 가더라고요. 알고 보니 당시 제가 있었던 곳이 오사마 빈 라덴의 근거지가 있던 매우 위험한 지역이었죠. 파키스탄 군인들은 외국인인 저를 보호하고자 한 거예요. 실제 총격전의 위험이 있는 곳이라 중국 국경선을 통해 탈출할 때 고개도 못 들고 차 안에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처럼 죽음과 가까운 순간을 겪기도 했지만, 이 동문은 여전히 여행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 어려움과 고통 역시 여행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Travel(여행)의 어원인 라틴어 ‘Trepalium’은 ‘고문 기구’란 뜻이에요. 단어에서부터 여행의 본질은 고통이란 걸 말하고 있어요. 여행 자체가 나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통과 어려움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새로운 눈을 가지기 위한 여정
30년간 수백 개의 도시를 다녀본 이 동문이지만, 세상은 넓기 때문에 그가 가보지 못한 곳은 여전히 많다. 그래서 그는 은퇴와 동시에 자신의 아내와 함께 20년간 세계여행을 다닐 계획이다. 이미 여행의 테마는 정해져 있다. 바로 ‘세계인의 집밥 체험’이다. “유명한 여행지가 아닌 시골 동네의 민박에서 묵으며, 집주인이 장 보러 가는 걸 따라가는 거죠. 유럽 지중해의 외딴 섬이든 아시아의 험악한 산악 지대든 세계 곳곳을 다니며 각 지역의 집밥을 체험하고 다큐멘터리로 기록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그는 인터뷰를 시작하며 기자에게 자신이 쓴 여행 에세이 책 한 권을 선물했다. 그리고 그 책의 맨 앞 장에는 ‘여행은 새로운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 위함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기 위해 가는 것이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아마 이보다 그의 여행관을 잘 표현한 문장은 없을 것이다. 여행에서 얻은 수많은 경험으로 사소한 행복에 감사하며 겸손해질 수 있었다는 이 동문. 그의 인생에 대한 가치관을 바라보며 여행의 참된 가치를 깨달을 수 있었다.

▲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있어요. 그 말은 반대로 오늘의 비극은 시간이 지나면 희극이라는 거죠. 인생 뭐 있습니까! 어차피 인생은 희극으로 끝날 건데요.”

사진 김도렬 기자
사진 제공: 이태훈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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