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사설] 청와대, 신뢰받는 공직사회 위해선 스스로 세운 원칙부터 지켜야
[기자사설] 청와대, 신뢰받는 공직사회 위해선 스스로 세운 원칙부터 지켜야
  • 한대신문
  • 승인 2018.09.17
  • 호수 1481
  • 7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재인 정부(이하 문 정부)는 지난 1기 내각 구성 과정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장관 후보자 3명이 낙마했다. 그리고 내각에 임명된 장관급 인사도 22명 중 14명이 문재인 대통령(이하 문 대통령) 후보 시절 공약이던 ‘고위공직자 임명배제 5대 기준’ 중 한 가지 이상을 위반했다. 스스로 세운 기준을 위반한 후보자를 임명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이에 청와대는 지난해 11월 “명확한 도덕적 흠결이 있으면 인사 테이블에 올리지도 않겠다”며 고위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검증을 강화할 것임을 천명했다. 이 발표를 통해 문 대통령은 5대 원칙에 △성 관련 범죄 △음주운전을 추가해 7대 기준으로 확대했다. 이런 정부의 행보는 엄격한 기준을 통해 고위공직자 인사로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었다.

그러나 새롭게 발표된 7대 기준이 무색하게도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인사청문회는 준비 과정부터 후보자에 대한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 후보자(이하 정 후보자)는 위장전입과 논문표절에 대한 문제가 지적됐다. 정 후보자는 “학위 논문 작성 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인용 근거를 명시하지 못한 것은 불찰”이라고 말해 의혹이 사실임을 자인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 후보자(이하 유 후보자) 또한 딸의 위장전입 논란이 있었다. 유 후보자는 “딸의 주소지 이전이 보육 때문에 불가피했다”며 이를 시인했다. 이는 유 후보자가 열린우리당 부대변인이던 시절,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에게 “위장전입의 이유가 자녀 교육 문제라니 납득할 수 없고 기가 막힌다”고 한 발언과 정면으로 부딪친다. 

1년 동안 기준만 달라졌을 뿐 이번 후보자의 절반 정도가 청와대 스스로 제시했던 5대 원칙에도 미치지 못했다. 문 정부 1기 내각의 경우는 대한민국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 이후 인수위원회가 부재해 후보자 검증 시간이 부족했다는 이유라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인사청문회에서는 후보자 검증을 위한 시간이 비교적 충분했음에도 후보자의 도덕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사청문회는 사회 쟁점이나 현안에 대한 후보자의 견해를 들어보며 역량을 검증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면 후보자의 경험이나 정책 기조에 대한 것보다 온갖 도덕적 의혹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도덕적 검증도 중요하지만 인사청문회는 오로지 그것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 데에는 결국 기준에 맞지 않는 부적합한 인사를 추천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적재적소 인사로 신뢰받는 공직사회를 만들겠습니다.” 문 대통령의 선거공약집에 등장하는 말이다. 이는 적폐청산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문 정부를 관통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부실한 인사 추천이 이어진다면 신뢰받는 공직사회를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보여주기식으로 기준을 발표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스스로 기준을 세웠다면 이를 지키는 자세가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