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그들이 대안이 되지 못하는 이유
[장산곶매] 그들이 대안이 되지 못하는 이유
  • 김도렬 편집국장
  • 승인 2018.09.17
  • 호수 1481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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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렬<사진·미디어부> 부장
▲ 김도렬<편집국장>

지난 5일 국회에서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나온 단어가 연일 화제다. 그 주인공은 ‘출산주도성장’, 이름부터 참 괴상하다. 이 단어는 자유한국당의 원내대표가 이날 연설에서 처음 말한 것이다. 해당 공약의 이름에서 그 의미를 유추해보면 국가에서 출산을 장려해 경제 성장을 도모하자는 뜻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그는 이 발언으로 당연하게도 많은 질타를 받았다. 출산을 정책의 수단으로 여기고, 더 나아가 그걸 국가 성장 원동력으로 삼자는 다소 황당한 논리를 펼쳤기 때문이다. 그는 나름 자신만의 방법론도 제시했다. 출산장려금을 2천만 원씩 지급하고, 추가적로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 국가가 1억 원의 수당을 지급한다. 이를 통해 출산을 유도한다. 한술 더 떠 지난 6일에는 출산주도성장 T/F팀을 구성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에 같은 자유한국당 동료 의원도 한 마디 보탰다. 그는 저출산 문제의 원인을 “청년들은 자신들이 편하게 살려고 출산을 기피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하며 논란이 일었다. 이 의원 역시 “출산 시 등록금을 다 지원하거나, 집 한 채를 사준다면 젊은 세대들이 애를 낳는 것을 고민할 것”이라는 원내대표와 비슷한 ‘통 큰’ 해결책을 냈다.

이러한 골자의 공약들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주장했다는 것 자체가 사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출산주도성장과 결이 비슷한 아동수당 역시 포퓰리즘적인 정책이라며 반대했던 그들이기 때문이다. ‘출산주도성장’을 언급한 원내대표는 지난달 24일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소득주도성장이 아닌 세금중독성장”이라고 평가하며 비판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똑같은 관점에서 한 아이당 1억 2천만 원의 세금이 들어가는 출산주도성장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집이나 등록금을 준다는 공약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그들이 쏜 비판의 화살이 자신들의 공약으로 향하는 꼴이다.

이들의 공약이 더욱 현실성이 없는 이유는 저출산 문제를 바라보는 그들의 관점 때문이다. 이들은 현재 저출산의 원인을 단순히 금전적인 문제와 청년들의 가치관 변화에서만 찾으려고 한다.

필자는 현세대의 출산율이 점점 낮아지는 이유로 우리 사회가 지금껏 부모들과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했다는 점을 꼽고 싶다. 특히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은 부모와 자녀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 부모는 엄청난 교육비 부담으로, 아이들은 유치원 때부터 시작되는 무한 경쟁 체제의 교육으로 지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사회를 겪어본 많은 청년들은 나 자신은 물론이고, 내 미래의 아이에게도 행복을 보장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 실제로 지난 7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저출산·고령화 시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자녀가 없는 청년층 중 65%는 우리나라의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다고 바라본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가 유지된다면 그 어떤 규모의 양육 지원금도 출산율을 높이는 데 큰 효과를 주지 못할 것이다.

이번 ‘출산주도성장’ 해프닝은 왜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비교적으로 낮은지 잘 보여준 사례다. 심지어 여당과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음에도 말이다. 유권자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공감하기는커녕 여전히 구시대적인 진영 나누기 발언을 하는 자유한국당을 국민들은 외면하고 있다. 야당에는 지금이야말로 자신들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골든타임’인데 말이다.

실제 최근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 동향을 살펴보면 이러한 모습이 더 잘 나타난다. 최근 4개월간 여론조사 업체 ‘한국갤럽’에서 발표한 정당 지지도 추이를 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도가 약 15%p 떨어졌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이를 흡수하지 못했다. 그들의 지지율은 4개월 동안 10% 초반대를 유지했다. 오히려 무당(無黨)층이 20% 초반에서 후반으로 상승했다. 이는 여당에 대한 지지 철회가 무조건 야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야당들이 여당의 실수와 구설수에 대해 비판을 하는 것만큼이나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점도 잊어선 안 된다. 포도나무 아래에서 아무리 기다리고 있어도, 포도 열매가 떨어지진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자극적인 표현과 발언으로 국민들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정당은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품격 있는 표현과 날카로운 비판 능력으로 건설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문화가 정치계에 정착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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