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시행될 대체복무제, 치열하게 진행되는 논쟁의 중심은 무엇인가?
앞으로 시행될 대체복무제, 치열하게 진행되는 논쟁의 중심은 무엇인가?
  • 김민주 기자
  • 승인 2018.09.17
  • 호수 1482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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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병역법 제5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림에 따라 국회나 국방부 등은 오는 2019년 12월 31일까지 병역법 제5조에 대한 개선 입법을 해야 한다. 그리고 2020년 1월부터는 개정된 병역법에 따라 대체복무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지난 6월 28일 헌재는 입영 기피나 소집 거부 등의 처벌에 관한 조항인 병역법 제88조 1항에는 합헌 판정, 병역의 종류에 관한 조항인 병역법 제5조 1항에는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렸다. 이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을 거부하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는 병역법 제88조 1항은 헌법의 취지에 합치한다. 그러나 헌재는 병역법 제5조 1항이 병역의 종류를 △현역 △예비역 △보충역 △병역준비역 △전시근로역의 다섯 가지로만 규정하고 대체복무제를 병역의 한 종류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지난 2004년과 2011년에 진행됐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한 위헌 판결이 엎어졌다.

병역법 제5조 1항에 대한 헌재의 판결에 따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는 시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앞으로 시행될 대체복무제에 관한 많은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논쟁의 쟁점으로는 △기초군사훈련의 여부 △양심의 기준 △복무기간 △복무형태 등이 있다.

기초군사훈련은 일부 소집 제외 대상자 외의 모든 현역 혹은 보충역 대상자가 소집훈련소에서 4주간 받는 훈련이다. 현재 우리 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인 좌세준 변호사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게는 무기를 드는 것이나 전투적 업무 또는 그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것 자체가 양심에 반하는 행위”라며 “기초군사훈련이 대체복무제에 포함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구성한 자문위원회에 참여한 노동일<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게 기초군사훈련을 시행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

대체복무제 시행에서 가장 큰 화두는 양심을 판단하는 방법과 기준이다. 노 교수는 먼저 대체복무제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의 사례를 참고해 심사위원회 등을 구성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대체복무제를 시행하는 대부분의 국가는 △법학 교수 △심리학 혹은 사회과학 교수 △정신과 의사 △철학 교수 등으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노 교수는 “대체복무제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방법과 기준을 만들어 가야 한다”며 “상황에 맞는 개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좌 변호사는 지난 2004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해 최초로 무죄판결을 내린 당시 서울남부지방법원 소속 이정렬 판사의 판결문을 인용하며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게 된 인격적 결정 과정을 분명하게 밝히고,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특별한 사정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며, 근래에 병역거부와 관련된 사회 활동을 한 경우 등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복무기간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대체복무의 적정기간으로 1.5배를 권고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7월 조사한 ‘적정 대체복무기간에 대한 국민인식’에 따르면 응답자의 34%가 적정 대체복무 기간으로 ‘군 복무 기간의 1.5배’가 적당하다고 답했으며, ‘군 복무 기간의 2배’에 답한 비율은 30.8%다. 노 교수는 적절한 대체복무 기간으로 2020년부터 줄어드는 육군 복무기간(18개월)의 2배, 즉 36개월인 방안을 주장했다. 노 교수는 “육군의 복무기간만이 아닌 가장 긴 공군의 복무기간(22개월)도 고려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복무형태와 관련해서는 업무의 강도와 합숙 등이 논의되고 있다. 지난 8월 20일 이종명<자유한국당> 의원 외 10여 명은 대체복무자들을 지뢰제거에 투입하는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대해 좌 변호사는 “지뢰제거 업무는 그 자체가 ‘전투 관련 업무’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고, ‘징벌적’ 성격이 될 수도 있다”며 “이는 UN인권위원회의 ‘대체복무는 공익적이고 형벌적 성격이 아닌 비전투적 또는 민간 성격이어야 한다’는 결의에 위반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노 교수에 의하면 현재 가장 유력한 복무형태 중 한 가지는 교도소 배치다. 교도소 내의 업무는 군 복무의 노동 강도와 크게 차이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노 교수는 “영내에 합숙하며 의·식·주 모든 부분에서 제재당하는 현역복무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합숙의 형태로 대체복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러한 대체복무제에 대해서 이상엽<공대 도시공학과 13> 씨는 대체복무제의 업무 강도에 대해 “대체복무 또한 일정 기간 국가에 헌신하는 것이고, 현역 업무의 강도 또한 보직별, 개인별로 달라 ‘강도’로 현역과 대체복무를 비교하는 것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성예은<음대 관현악과 18> 씨는 “복무 기간은 27개월이 적당할 것 같다”며 “복무 기간이 긴 것으로 병역기피자를 거를 수 있기 때문에 업무는 현역과 비슷해도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 8월 30일 대법원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공개변론이 열렸다. 이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 예비군법 제15조 9항의 ‘정당한 사유’에 ‘양심’이 포함되는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국제법적․비교법적 해석 △병역의무의 형평성 문제, 대체복무제 도입논의 현황 △휴전상태인 한국의 상황에서 국제앰네스티나 UN인권이사회의 권고를 받아들이는 것 등을 쟁점으로 진행됐다. 대법원은 변론 내용을 검토해 연내 대법원에 기소된 3건의 사건에 대해 선고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좌 변호사는 “대법원이 그동안 하급심 판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정당한 사유’를 인정해온 현실과 헌재 결정의 취지를 감안해서 전원합의체 판례로 무죄를 선고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노 교수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한 거부감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많은 국민이 동의할 수 있도록 대체복무제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와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가 도입되기 위해선  병역법 개정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도움: 노동일<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좌세준<법학전문대학원 인권법전공>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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