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트 속에 숨겨진 음원 시장의 이면
차트 속에 숨겨진 음원 시장의 이면
  • 정서윤 기자
  • 승인 2018.09.17
  • 호수 1481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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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사이트를 애용하는 이정주<국제학부 17> 씨는 최근 인기 있는 음악이 무엇인지 궁금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음원차트를 확인한다. 주변에서도 음원차트 내 노래들이 자주 들리기 때문에 이 씨는 음원차트의 순위를 신뢰하는 편이다. “음원차트 순위권에 있는 노래가 가장 인기 있는 노래겠지.” 이처럼 음원차트 속 음악들은 우리 삶 속에 깊숙이 녹아 들어있다.

음원차트, 대중적인 음원 제공자
이러한 음원차트의 순위는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음원차트 순위는 온라인 음원 사이트에 발매된 음원의 스트리밍 횟수와 다운로드 횟수로 결정된다. 음원사이트 내에서 음원을 다운로드할 경우 곡당 약 600원을 지불해야 하지만 스트리밍은 단돈 몇천 원으로도 무제한 감상이 가능해 음원차트 순위에 큰 영향을 준다. 이처럼 음원차트는 대중이 좋아하고 즐겨 듣는 노래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일종의 결과물이다. 이 씨는 “음원 사이트에 접속하면 가장 먼저 음원차트 상위권에 있는 노래가 눈에 띈다”며 “이는 자신의 취향 외에 어떤 노래가 대중들 사이에서 인기인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라 생각해 순위를 신뢰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음원차트는 음원 시장 내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특히 음원차트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주목받지 못했던 가수들에게 ‘역전의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역주행 신화의 대표적인 예시인 아이돌 그룹 펜타곤의 ‘빛나리’, 모모랜드의 ‘뿜뿜’의 경우 음원차트 순위 역주행 후 광고, 예능 등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제의가 들어와 음원 수익 외 타 분야에서도 주가를 높였다. 이에 음악평론가 차우진 씨는 “음원차트에 이름을 올리게 되면 대중들에게 자주 노출되기 때문에 수익과 인지도를 모두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음원차트 순위권 진입은 음원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자 하는 가수들의 공통된 목표가 됐다.

끊임없는 논란의 중심, 음원 사재기
하지만 최근 음원차트 순위에 관해 논란이 불거지며 음원 차트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는 음원 사재기다. 음원 사재기는 보통 음원 사이트 가입 과정의 허점을 악용한다. 현 시스템에서는 한 사람이 여러 아이디를 만들어도 이를 잡아내기가 어렵다. 불법적으로 무한히 많은 아이디를 만들고 스트리밍 프로그램을 이용해 음원을 음원차트 순위에 올리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 속에는 수많은 인터넷 아이디를 돈으로 거래하는 전문 해커와 같은 브로커(중개업자)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노래 한 곡을 스트리밍하기 위해 불법 스트리밍 프로그램을 만들고, 스트리밍 기간이 끝나면 그 프로그램도 함께 삭제해 증거를 없앤다. 이처럼 음원 사이트의 빈틈을 통해 음원 브로커와 일부 가요 관계자들이 음원 시장 내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는 것이다. 이에 문화평론가 박성건 씨는 “음원 사재기는 평등과 정의를 왜곡하는 시장교란 행위”라며 “음악의 가치와 관계없이 돈을 벌기 위해 음원차트 순위를 조작하는 것은 중대한 범죄”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현재 음원 사재기는 제대로 된 처벌이 어려운 실정이다. 박 씨는 “음원 사재기로 법적 처벌을 받은 경우는 거의 없다”며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서 음원 사재기에 대한 처벌을 추가해 벌금과 영업중단조치, 저작권수입 몰수 등을 명문화했지만 사재기를 증명하기 쉽지 않아 실제로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즉 실제로 사재기를 적발해 처벌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야심찬 해결방안, 그 실효성은?
국내 음원 사이트들은 이러한 음원차트 내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방안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지난 7월, 사재기 논란이 커지자 국내 6개 음원 서비스 사업자(△네이버뮤직 △멜론 △벅스 △소리바다 △엠넷닷컴 △지니)로 구성된 가온차트 정책위원회는 오전 1시부터 오전 7시까지의 실시간 차트를 일시적으로 정지하는 ‘차트 프리징’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지난해 음원 추천제 폐지와 음원 자정발매를 금지한 1차 차트 개혁의 연장선으로, 새벽 시간대에 이뤄지는 사재기를 근절하기 위한 개혁안이다. 더 나아가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인 멜론(Melon)은 공식 입장을 통해 본인인증 폐지와 휴대전화 인증 절차 강화로 아이핀 불법 수집을 이용해 음원차트를 흔드는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해결 방안은 직접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차트 프리징 시행 후 불과 5일 만에 가수 숀의 사재기 논란이 불거지면서 제도의 무용론까지 대두됐다. 박 씨는 “차트 프리징이 시작되는 시각 직전에 음원 순위를 올려놔 새벽 내내 그 순위를 지속하려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며 “이는 역설적으로 음원시장을 더 불공정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멜론 인증 시스템 강화의 실효성 논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박 씨는 “비정상적인 아이피 차단과 휴대폰 인증 절차 시행으로 사재기 논란이 해결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멜론이 최근에 발생한 음원 사재기 논란의 원인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음원차트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지나친 순위 경쟁을 불러일으키는 실시간 차트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박 씨는 “사재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하는 실시간 차트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 낫다”고 의견을 표했다. 차 씨 또한 “사재기는 실시간 차트라는 것이 존재하기에 생기는 문제”라며 “차트 자체를 놔두고 일정 시간대만 진입을 막는다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양한 해결책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지만 음원차트 논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내려지지 않은 채 지속되고 있다. 가수 윤종신은 자신의 SNS를 통해 “차트는 현상의 반영인데 차트가 현상을 만들고 있다”며 어떻게든 음원차트 순위권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가 된 음원 시장의 현실을 꼬집었다. 음원 차트는 대중들에게 유행하는 음악을 빠르게 제공하는 장점도 있지만 조작 가능하다는 논란이 붉어지면서 신뢰성이 하락했다는 이면도 있다. 음원차트의 신뢰성 회복을 위해 실효성 있는 제도와 이용자들의 현명한 소비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도움: 박성건 문화평론가
차우진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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