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웹하드 카르텔’, 이제는 무너져야 할 때
[아고라] ‘웹하드 카르텔’, 이제는 무너져야 할 때
  • 조수경 기자
  • 승인 2018.09.03
  • 호수 1480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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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수경&lt;문화부&gt; 정기자<br>
▲ 조수경<문화부> 부장

지난 7월,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의 고발로 우리나라 디지털 성범죄 산업 구조의 실체가 수면 위에 올랐다. 특히 온라인상의 불법촬영물을 지워주는 디지털 장의사 일부와 웹하드 사업자가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 유통을 통해 이익을 얻은 것이 밝혀지며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방송 후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웹하드 카르텔’의 특별수사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고, 이에 약 20만여 명이 서명하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조속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규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가 증가하자 정부는 이에 대한 심각성에 공감하며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이후 정부 부처들도 나름의 대책을 내세우며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외치고 있지만 관련 법체계는 여전히 미흡한 상태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웹하드 카르텔은 위 정책이 무용지물이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의해 웹하드 사업자는 의무적으로 불법 음란정보 유통을 방지할 수 있는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검색 몇 번이면 누구나 불법촬영물을 볼 수 있다. 또 디지털 성범죄에 가담한 가해자를 적발해도 그들이 저지른 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받는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불법촬영을 하거나 유포한 범죄자가 징역형을 받는 경우가 드물고 벌금형에 처하더라도 불법촬영물로 얻는 수익에 비해 적은 금액을 내기 때문이다. 

반면 불법촬영물이 온라인상에서 영구적으로 삭제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경우가 많아 피해자의 상당수는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한다. 하지만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과 후속 조치는 너무도 미흡하다. 이처럼 정부가 내세운 대부분의 정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디지털 성범죄를 부추기는 웹하드 카르텔의 처벌 강도를 강화하고 피해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이 시급하다. 디지털 성범죄가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이유는 웹하드라는 판을 제공해 이익을 얻는 자, 불법촬영물을 유포하는 자 그리고 이를 소비하는 자의 시장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웹하드 카르텔을 디지털 성범죄의 주요 원인으로 인식하고 강력히 규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재정비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법과 처벌이 미약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디지털 성범죄를 방조하는 것과 다름없다.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잃은 피해자들은 삶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들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그리고 이로 인한 피해자들의 좌절감은 자신의 삶을 놓아버리는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디지털 성범죄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의 철저한 수사와 확실한 처벌과 더불어 이를 소비하는 행위 자체도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웹하드 카르텔: 웹하드 사업자와 디지털 장의사, 필터링 업체 등 불법촬영물 유통관련자들이 유통 과정을 하나의 산업 구조로 만들어 부당한 수익을 벌어들이는 유착관계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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