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문화생활 합시다
우리 ‘함께’ 문화생활 합시다
  • 조수경 기자
  • 승인 2018.06.04
  • 호수 1479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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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활동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권리로, 이는 ‘문화기본법’에 명시돼있다. 하지만 이런 법률적 테두리가 있음에도 장애인들의 문화예술 활동에는 여전히 제약이 많다. 특히 공연장이나 영화관 등의 보편적인 문화 공간은 장애인의 편의를 위한 시설 및 서비스를 갖추지 못한 곳이 많아 더욱 문제가 된다.

‘좁은 문’에 갇힌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영화관의 맨 앞과 뒤는 다른 좌석보다 관람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대부분 기피하는 좌석이다. 그러나 장애인들을 위한 휠체어 석은 보통 이 자리에 고정돼 있어 좌석 선택의 폭이 매우 좁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이정인<경영대 경영학부 17> 양은 “영화관이 대부분 휠체어 석을 맨 앞이나 맨 뒤에 두고 있어 영화를 편하게 관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전국 영화관의 장애인관람석 비율은 평균 1.76%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맨 앞 또는 맨 뒤 구석 자리에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른 문화 공간도 예외는 아니다. 이 양은 “공연을 볼 때도 휠체어 석은 앞쪽 한두 자리 정도로 한정돼 있고, 선택의 여지 없이 가장 비싼 가격으로 책정돼있다”며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것에 있어 제약이 있음을 언급했다.

공공체육시설을 대관해 진행하는 공연과 콘서트의 경우 자동문 또는 장애인용 승강기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아 이동하는 것조차 어려울 때가 많다. 이에 전병태<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술기반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장애인들이 보다 편하게 문화예술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며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되는 최소한의 장치나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설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장애인들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예술 콘텐츠도 부족하다. 이런 콘텐츠의 제약은 시각·청각장애인이 문화예술을 향유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만들어 더욱 문제가 된다. 한국농아인협회에 따르면 *배리어프리(barrier-free)영화는 연간 약 30여 편 정도만 제작 및 상영되고 있다. 왜냐하면 배리어프리영화는 한국농아인협회와 같은 특정 기구의 지원이 있어야만 만들어질 수 있어 제작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김정수<정책대 행정학과> 교수는 “남들과 동등하게 누려야 하는 것을 자신이 가진 장애로 인해 누리지 못한다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이 침해된 것”이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한계’를 넘어 ‘함께’가는 길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이 제정된 이후 장애인들의 문화생활은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 현재 장차법은 구체적인 규정이 부족하거나 법에 명시된 벌금보다 가벼운 처벌을 받는 경우가 많아 무용지물로 여겨진다. 실제로 장차법을 위반할 시에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돼 있지만 실질적인 벌금은 150만 원 내외이다. 이와 같은 제도의 부실함은 차별의 격차를 줄이기 어렵게 만든다. 전 부연구위원은 “장차법이 제정된 이후 장애인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하는데 여러 가지 지원책이 생겨났지만 아직도 사각지대가 많다”며 “정책적인 개선 외에도 정부에서 지원하는 장애인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지원금의 쓰임이 불투명할 때가 있어 지원 예산에 대한 철저한 감시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콘텐츠 다양화를 통해 장애인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차별이 줄어들 수 있는 개선 방안도 요구된다. 정종은<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예술의 핵심은 다양성”이라며 “장애인들이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더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콘텐츠는 상업적인 이윤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개발조차 등한시되고 있다. 이에 전 부연구위원은 “이러한 콘텐츠 개발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상업적인 이윤 부족 때문”이라며 “공공영역이야말로 경제적인 이익과 결부되지 않기 때문에 정부에서 이와 관련한 지원에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이’가면 얻는 ‘가치’를 위해
모두가 동등한 문화예술 활동을 즐기려면 정부의 노력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도 필요하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종종 편견어린 시선으로 쳐다보는 사람들이 있어 문화생활을 할 때 생활반경 밖으로 나오는 것이 부담될 때가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인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개선과 시민의식 향상”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장애인을 결핍된 존재로 여겨 자립을 도와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은 오히려 그들을 사회와 분리한다”고 전했다. 즉 장애 인식 교육 등을 진행해 장애인들이 마음 편히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사회를 바꿔나가야 하는 것이다.

변화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모두가 동등한 문화예술을 향유하기 위한 방법은 이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함께’ 내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국가가 강력하게 시행하는 것 이전에 시민들의 요구가 필요하다”며 “문화를 누리는 것은 보편적인 권리이기 때문에 장애인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모두가 동등하게 누릴 수 있게 사회가 변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차법이 제정된 후 10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장애인들의 문화생활 환경을 보장하는 것을 통해 차별을 줄여나가겠다는 입법 취지는 아직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제한된’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닌, 모두가 함께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보편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배리어프리(barrier-free)영화: 장벽(barrier)과 없음(free)을 합친 단어로 기존 영화에 화면해설과 자막을 넣어 시·청각 장애인들과 비장애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뜻한다.

도움: 김정수<정책대 행정학과> 교수
전병태<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술기반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
정종은<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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