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사설] 20대 나의 꿈의 목록
[교수사설] 20대 나의 꿈의 목록
  • 한대신문
  • 승인 2018.05.28
  • 호수 1478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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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고, 책임감이 있고 항상 내 방에 들르셔서 인사해주시는 아버지의 딸이며, 비온 뒤 갠 하늘과 히말라야의 설산, 그리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람입니다. 힘든 일이 있어도 희망을 잃지 않고 나를 사랑하는 누군가가 있다고 믿는, 축구, 여행,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어두운 면과 그 속에서 아파하는 사람들을 위한 봉사, 가르침에 대한 열의에 대해 끝없이 반성하고 고민하는 사람입니다. 무서운 놀이기구와 수학시험, 원하는 않는 세상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돌아본 나의 인생이 후회되지 않기를 꿈꾸며, 우리나라에 정의가 바로 서는 것을, 팔만대장경의 마지막 전시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입니다. 나는 ○○○입니다.”


‘10문장 내외로 자신을 설명하시오’에 대한 어느 대학생의 글이다. 우리 사회 20대 대학생에게 흔한 좋은 성적으로 대학 졸업, 10개 이상 자격증 취득, 3개 국어 구사 등의 희망과 조금 내용을 보면서 묘하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녀의 글은 자신의 삶에 대한 생각을 존중하고 깊이 성찰하는 마음이 담겨진 작은 희망목록이었기 때문이다.

살다가 허탈감, 고독감, 공허함, 애매모호함, 혼란스러움에 빠지면 ‘나의 삶에서 돌아가고 싶은 때는?’이라는 질문을 한다. 과거를 바꾸고 싶은 것보다는 예전의 나를 기억하고 지켜내는 것 자체가 탄탄하고 나답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나이 듦을 겪다보니 시대별로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나 고민이 달라지는 것 같다. 열정적으로 살았으며 아쉬움도 많지만 늘 지금 나의 모습을 이해하고 위로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나는 20대로 돌아가고 싶다. 대학시절 혹은 20대는 처음으로 자신의 삶에 주도적으로 생각하는 때라고 생각한다. ‘나다움은 무엇일까’, ‘학과 혹은 일을 선택한 이유는’, ‘어떤 일이 나를 행복하게 할까’ 그럼에도 바쁜 일상을 핑계로 당시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아 아쉽다. 20대 후반 대학원 수업에서 ‘살면서 꼭 해보고 싶은 것은?’이라는 교수님 질문에 별 생각 없이 ‘책을 써보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다행히도 20년쯤이 흘러 오래 묵혀둔 나의 생각을 꺼내어 2013년 책을 냈다. 완벽하거나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나와의 약속을 지켰다는 것에 보람과 가치를 느꼈다. 

 20대 꿈의 목록은 당시 삶의 진중한 고민이고 존재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무언가이다. 삶의 여정에서 젊은 시절에 지키고 싶거나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는 다음 시기에 힘과 지혜를 더해준다. 학점, 시험, 취업의 막막한 현안으로 나다움을 찾거나 생각하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지는 세상이지만 나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으면 한다. 그 시간마다 느낄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20대의 자신을 향한 질문, 꿈에 대한 깊은 자기와의 대화를 게을리 하지 않았으면 한다. 급변하는 사회에 저항하듯 아날로그식으로 노트 하나 준비해서 내가 하고 싶은 것, 도전해보고 싶은 것을 적어보는 시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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