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 see 先
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 see 先
  • 정서윤 기자 外
  • 승인 2018.05.28
  • 호수 1478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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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바로 너!  추리 수사극 「쉬어매드니스」

연극 「쉬어매드니스」의 한 장면이다.
▲ 연극 「쉬어매드니스」의 한 장면이다.

공연 시작 10분 전, 미용실 입구로 미용사 장미와 조지가 무대로 들어온다. 준비 공연으로 시작하는 이 연극은 실제로 손님의 머리를 감기고 관객에게 물과 거품을 뿌리며 무대와 관객 사이의 간극을 없앤다. 배우들은 관객들과 수다를 떨기도 하고, 관객들이 하는 대화에 참여하며 관객이 그 세계의 사람이라고 착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평범해 보이는 미용실이지만 살인현장의 아래층인 그 곳, 연극 「쉬어매드니스」를 만나보자.
 
쉬어매드니스 미용실은 어느 미용실과 다를 바 없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화려한 입담과 수다스러운 성격을 가진 조지와 장미는 특유의 재치로 여러 농담을 주고받으며 미용실을 운영해나간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예상치 못한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연극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모든 전개의 시작은 2층에 사는 유명 피아니스트 바이엘 하의 피아노 소리이다. 수년 동안 이어진 피아노 소리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린 미용사 둘과 손님 두 명은 수상한 행동을 보인다. 그리고 바이엘 하가 살해되며 1부는 끝나고 관객이 참여하는 추리가 시작된다. 관객의 의견에 따르기 때문에 연극은 매회 결말이 다르다. 형사가 관객들에게 수상한 점을 물어보기도 하고, 관객이 직접 추리를 하면서 능동적으로 극에 참여한다. 이처럼 매회 범인이 바뀌는 만큼 모든 범인의 이야기를 보고자 여러 번 관람하는 이들도 찾아볼 수 있다.

무더위에 지쳐가는 5월 말, 조지의 화려한 언변과 유머러스한 행동은 스트레스 해소에 제격이다. 쉼 없이 웃으며 흐름을 따라가도 좋지만 배우 한명 한명의 행동에 주의를 기울여야 연극을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다가오는 여름에는 「쉬어매드니스」를 보며 명탐정 코난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관객과 소통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매력을 뽐내는 「쉬어매드니스」는 대학로 콘텐츠박스에서 *오픈런 공연으로 상연한다.


*오픈런: 공연이 끝나는 날짜를 지정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공연하는 것을 말한다.

김민주 수습기자 mjeve99@hanyang.ac.kr
사진 출처 :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8055360&memberNo=7039772&vType=VERTICAL



괴짜가 되는 공간, 전시회 '이상한 나라의 괴짜들: Geek Zone'

▲ 전시회 ‘이상한 나라의 괴짜들: Geek Zone’ 의 내부 전시 모습이다.

당신은 자신이 평범하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대부분 자신이 평범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전시회 ‘이상한 나라의 괴짜들: Geek Zone’은 숨겨진 ‘괴짜성’을 자극하는 환상적인 공간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괴짜. ‘괴상한 일을 잘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 부정적인 의미로 자주 쓰인다. 하지만 행동과 시각의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이는 기발한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작가들은 독특한 아이디어로 현 시대의 상황을 작품에 녹여냈다. 31명의 젊은 작가들은 순수한 호기심으로 우리 사회를 비틀고 뒤집어 보며 끊임없이 의문을 던진다. 

작품들은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개성이 넘친다. 특히 4층 전시회장 곳곳에 배치된 변경수 작가의 조각품은 가장 눈에 띠는 작품 중 하나다. 인간의 모습을 한 조각상들은 현대인의 특성을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사람의 얼굴을 비닐봉지, 풍선 등으로 묘사해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예민한 현대인으로 표현한 작가의 상상력은 관람객들에게 놀라움을 자아낸다.

작가만의 예술적인 방식으로 ‘성(性)’을 풀어낸 작품들은 관람객에게 은근한 쾌락과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분홍색과 흰색의 성인용품들이 커다란 디지털 화면을 가득 채운 이혜림 작가의 작품이 그중 하나이다. 이들은 감히 직접적으로 사회에 표출하지 못하는 그들의 사회적 욕구를 예술 작품으로 재치 있게 표출하며 유쾌한 반란을 일으킨다. 

작품들은 생활 속 오브제를 활용해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한다. 작품의 친근하고 세련된 이미지는 미묘한 재미와 진한 여운을 남긴다. 이처럼 예술가들만의 작품 세상이 아닌, 관객들 모두가 공감하고 보편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예술 공간 속에서 관객들은 자유로운 상상의 기회를 갖게 된다.

‘이상한 나라의 괴짜들: Geek Zone’에 발길을 옮기는 순간 이 시대의 ‘괴짜’는 더 이상 먼 곳에 있는 존재가 아님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상한 나라’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고, ‘괴짜’는 곧 자신이라는 사실을 접하게 해주는 전시회이기 때문이다. ‘이상한 나라의 괴짜들: Geek Zone’은 K현대미술관에서 오는 7월 8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글·사진 정서윤 기자 kate0518@hanyang.ac.kr



우리의 자화상, 영화 「레이디 버드」

▲ 영화 「레이디 버드」의 한 장면이다.

세상을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은 누구에게나 벅찬 일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향하는 자아와 본연의 모습 사이의 괴리를 채워나가며 온전한 ‘나’를 만들어야 한다. 영화 「레이디 버드」의 주인공 크리스틴은 그 간극을 스스로 지은 이름인 ‘레이디 버드’라는 새 정체성으로 채워나가려 한다. 매번 그녀의 앞길을 막는 어머니의 간섭과 잔소리가 가득한 고향 새크라멘토를 벗어나 몰래 대도시 뉴욕으로 떠나려는 크리스틴. 우리도 그런 시절을 겪어봤기에, 무작정 더 넓은 세상이 최고라고 믿었던 그녀의 모습에서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

영화 속 크리스틴은 10대의 끝자락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인물이다. 그녀가 겪고 있는 시절은 우리 모두가 한번 쯤 지나와 본 긴 터널같은 시간이다. 꿈과 열정이 있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이 시기가 특히 그렇다. 그녀는 집안 사정을 원망하며 사사건건 간섭하는 어머니로부터 떠나기 위해 발버둥친다. 하지만 막상 원하던 곳에 도착한 후 그녀가 마주한 것은 허무함과 익숙함에 대한 그리움이다.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 않는 과정을 통해 크리스틴은 ‘레이디 버드’가 아닌 그녀 본연의 모습인 ‘크리스틴’으로 성장하게 된다. 그렇기에 고향의 아름다움과 부모님의 사랑을 깨닫고 어머니께 음성 메시지를 남기는 장면은 관객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

영화가 끝날 때쯤이면 어머니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우리는 매번 부모님께 아픈 마음을 알아달라고 떼를 썼지만 정작 그들의 아픔에는 관심이 없었다. 내 삶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게 여기면서, 부모님의 삶은 옆에 항상 자리하는 일상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보다 먼저 아픔을 겪어 단단해져 있는 부모님은 우리의 철없는 아픔까지 안아주고 사랑해줄 수 있었던 것이다.

「레이디 버드」는 어린 시절의 성장통과 부모님의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그 날 우리의 ‘자화상’이다. 5월의 끝자락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레이디 버드」를 보며 그 시절의 추억을 함께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글·사진 정서윤 기자 kate0518@hanyang.ac.kr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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