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문을 여는 과정도 충분히 특별하다
[취재일기] 문을 여는 과정도 충분히 특별하다
  • 조수경 기자
  • 승인 2018.05.14
  • 호수 1477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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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수경<문화부> 정기자

필자가 ‘한대신문’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신문사 활동을 통해 특별한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기자가 꿈도 아니었고 글 쓰는 것에 자신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전공과 관련된 활동인 만큼, 신문사 활동이 추후 진로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주위로부터 교내 언론사가 무척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배우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리고 그런 목적으로 들어간 신문사는 생각보다 버틸만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즐거웠고 배우는 것도 많았다. 수습기자였기 때문에 선배 기자들이 하라는 대로 하면 마감도 별 탈 없이 지나갈 수 있었고 기사 작성에 대한 부담도 없었다.

하지만 수습기자 딱지를 떼고 정기자가 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자신이 책임져야 할 기사가 생기며 신문사에 투자해야 하는 시간이 몇 배로 늘어났다. 친구들과의 만남은 물론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정기자가 되면서 가장 먼저 겪은 방중 회의는 전쟁같이 치열해서 다수의 이탈자가 발생했다. 애써 준비한 기획안은 끊임없는 피드백으로 밤새 수정을 거쳐야 했고 심지어 허무하게 없어져 버리기도 했다. 그렇게 방중 회의를 무사히 넘겨도 취재라는 큰 산이 남아 있었다. 완성된 기획안은 취재하는 과정에 있어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 무용지물이 됐다. 전문가 인터뷰를 구하지 못해 기사가 펑크날까봐 마감 직전까지 손을 떨며 몇십 통의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건 적도 있었다. 기사가 무사히 나가도, 발견하지 못한 실수로 큰 문제가 생길까 봐 수시로 메일함을 확인하기도 했다. 발행할 때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자, 신문사에서 기계의 부품처럼 돌아가는 필자의 모습에 회의감이 드는 순간이 많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신문사 활동을 끝까지 하겠다고 다짐하는 이유는 고된 활동 속에서도 얻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바로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이 생겼고, 낯을 잘 가리는 성격도 모르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며 질문을 건넬 수 있을 만큼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내가 직접 기획하고 취재한 나만의 기사를 만들어내며 책임감과 성취감은 덤으로 얻었다.
 
드라마 「미생」에서 “입사하고 나서 보니까 말이야. 성공이 아니라 그냥 문을 한 개 연 것 같은 느낌이더라고. 어쩌면 우린 성공과 실패가 아니라 죽을 때까지 다가오는 문만 열어가면서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어”라는 대사가 나온다. 인생에는 수많은 문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 문을 연다고 성공과 실패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냥 한 단계 성장할 뿐이다. 신문사도 그런 존재라고 생각한다. 신문사 활동을 마무리하고 문밖을 나설 때, 특별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문을 두드리고, 열어온 과정 그 자체가 필자를 성장시킬 자양분이 돼 충분히 뜻깊은 의미로 남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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