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투더 1990’s
빽★투더 1990’s
  • 김민주 수습기자 外
  • 승인 2018.05.14
  • 호수 1477
  • 9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험이 끝나 어느 때보다 한가로운 5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초입에 있는 만큼 화창한 날씨가 이어져 어디론가 놀러 가고 싶어지는 때이다. 매일 다니는 카페나 전시회, 영화관 등이 지루해졌다면 서울 곳곳에 숨어있는 1990년대의 레트로 감성을 찾아 떠나는 것은 어떨까? 

종이 내음 불어오는 곳, 청계천 '헌책방거리'

▲ 청계천 헌책방거리에서 사람들이 책을 보고 있다.

모자가게와 수건가게 사이로 드문드문 10여 개의 헌책방이 줄지어 있다. 그 길을 따라 어릴 적 읽던 책들이 여기저기에 놓여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만화 「마법천자문」부터 「메이플스토리」까지 친구들과 함께 즐겨 읽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곳, 바로 ‘청계천 헌책방거리’이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내려 청계천을 향해 북쪽으로 계속 걸어가다 보면 헌책방들이 모여있는 거리에 도착하게 된다. 모퉁이를 도는 순간부터 오래된 책에서 풍기는 종이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그 진한 냄새만으로 헌책방거리에 도착했음을 알 수 있다. 모자와 수건, 옷가지들을 운반하는 수레가 바쁘게 움직이는 거리 사이로 책들만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각각의 헌책방은 소유하고 있는 책의 종류에 따라 △미술 △무협지 △사전 △전문서적 △종교 서적 등으로 나눠져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었던 곳은 바로 아동서적을 주로 판매하는 헌책방, ‘대원서점’이다. 한 평이 채 되지 않는 공간에 만화 「마법천자문」, 「메이플스토리」, 「내일은 실험왕」 등 어린 시절 많이 읽었던 만화들이 시리즈별로 묶여 진열돼 있었다. 노끈으로 묶여 있지 않은 책 한 권을 꺼내 펴보니 여러 개의 필체로 ‘수학 시간 지루해’, ‘배고파’, ‘체육이나 했으면’과 같은 낙서들이 적혀있었다. 전주인이 학교 수업시간에 몰래 적어놓은 듯한 낙서들이었다. 이러한 낙서들은 전주인의 삶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동시에, 그 책을 읽게 될 사람이 자신의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이처럼 헌책방은 과거의 사람과 현재 그 책을 읽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장소이다. 따뜻한 5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청계천 헌책방거리에서 지나간 추억을 떠올려보자.

글·사진 김민주 수습기자 mjeve99@hanyang.ac.kr



옛 감성을 찾아 떠나는 여행, 우리 동네 골목 속 '통인시장'

▲ 통인시장 곳곳에는 향수를 자극하는 상점들로 가득하다.

경복궁 서쪽에 있는 마을 서촌. 골목과 골목 사이를 지나 동네 사람들이 담소를 나눌 법한 정자 옆에 통인시장이 있다. 통인시장은 6.25 전쟁 이후 서촌 지역에 인구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옛 공설시장 주변으로 노점과 상점이 들어서면서 현재 시장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고 한다.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마을을 지켜온 이 시장은 이제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문화 시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겉보기에 여느 시장과 다른 점이 없어 보이지만 시장 내부의 몇몇 가게는 옛날 다방이나 상회 같은 느낌으로 꾸며져 있었다. 옛 영화에서 볼 법한 군것질거리와 게임기들은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한 데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고 있는 상인들의 정겨운 모습을 보니 이곳에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통인시장의 많은 가게는 음식 가격의 지불 수단을 현금 대신 ‘엽전 1개’로  표현한다. 이는 통인시장만이 가지는 독특한 특징으로, 돈을 엽전으로 바꿔 원하는 음식을 도시락에 골라 담는 ‘도시락 카페’로 불린다. 엽전 판매처에서 엽전을 구매한 뒤 이를 사용해 시장 음식을 구매할 수 있다. 현금 대신 엽전으로 음식을 고르는 색다른 재미를 통해 통인시장의 묘미를 한껏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통인시장으로 가는 길은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함께 소중한 기억을 쌓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색적인 경험과 함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통인시장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글·사진 이지윤 수습기자 kelly0125@hanyang.ac.kr



그 때 그 시절 오락실, 지금은 레트로 카페 '트레이더'

▲ 레트로 카페 내부의 가정용 게임기 '재믹스(Zemmix)'이다.

어릴 적 하굣길 문방구 앞에는 오락실 게임기가 줄지어 있었다. 당시 아이들의 인기를 독점했던 게임기 앞은 ‘탁탁탁’ 거리는 조이스틱의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거리에 줄지어 있던 오락실 게임기는 물론 ‘문방구’라는 간판조차 보기 어렵게 된 지금, 어린 시절 즐겨했던 고전 게임을 모아둔 레트로 카페 ‘트레이더’는 이색데이트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카페에 들어서니 내부의 유리 쇼케이스에 진열된 수 백 개의 게임 소프트와 게임팩을 볼 수 있었다. 이는 한대윤<트레이더> 대표의 개인소장품과 카페 방문 고객들이 위탁한 것으로 다른 고객들과 옛 게임에 대한 추억을 함께 공유하려는 목적이 담겨있다. 다른 한쪽에는 LP판과 LP플레이어, 옛날 음반들도 전시돼 있어 더욱 짙은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알록달록한 버튼과 아케이드 스틱으로 이뤄진 게임기로 △갤러그 △마리오 시리즈 △보글 보글 △스트리트 파이터 등의 고전 게임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다. 고전 게임기의 한 종류인 닌텐도64로 ‘마리오 카트’와 같은 경주 게임을 하다 보면, 게임기를 잡고 있는 자신이 화면 속 운전대를 잡고 있는 캐릭터와 일심동체가 돼 이리저리 몸을 기울이며 점점 게임 속에 빠져들게 된다. 닌텐도64, *패미컴과 같은 고전 게임기들은 3040세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1020세대의 신선함도 만족시켜 준다.

곧 다가올 더운 여름, 뻔한 데이트 코스에 지치고 있진 않은가. 그렇다면 시간을 ‘순삭(순간삭제)’시켜주는 레트로 카페에 방문해 시원한 음료 한 잔을 마시며 친구, 연인과 함께 게임 배틀을 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패미컴: 패밀리컴퓨터의 약칭으로 일본 닌텐도사가 출시한 게임용 8비트 컴퓨터이다.

글·사진 윤홍주 수습기자 ghdwn0729@hanyang.ac.kr



음악과 LP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아지트, '김밥레코즈'

▲ LP음반매장 ‘김밥레코즈’를 찾은 손님들이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레코드판(이하 LP)에서 카세트테이프와 시디, 그리고 디지털 음원까지. 사람들이 음악을 듣는 방식은 계속 변화해왔다. 이렇게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은 달라졌지만, 과거의 감성을 느끼기 위해 LP나 카세트테이프를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LP 음반매장 ‘김밥레코즈’는 음악과 LP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안식처와 같다.

분주한 홍대입구역 3번 출구를 나와 걷다 보면 한적한 골목길에 작은 간판을 단 LP 가게가 있다. 가게에 들어서니 턴테이블에서 흘러나오는 LP 선율이 손님을 반겼다. 디지털 음원처럼 선명하고 깨끗한 소리는 아니지만, 이어폰으로 듣는 음악이 익숙한 이들에게 LP 음악은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가수들의 음반뿐 아니라 △DVD △OST △영화 포스터 △잡지 등을 보유하고 있는 김밥레코즈는 단순한 음반매장이라기보다 음악과 LP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아지트’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아담한 가게 내부는 각종 음반으로 가득 차 있는데, 음반은 자주 방문하는 손님들의 취향이나 입고 신청에 따라 채워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시디보다 비싸고 보관하기도 힘든 LP를 찾는 이유는 뭘까. 김영혁<김밥레코즈> 대표는 “LP를 샀을 때의 만족감 때문”이라고 답했다. 시디보다 상대적으로 큰 사이즈의 LP를 소장할 때 더 뿌듯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김밥레코즈는 사람들이 LP 음반을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구매하지 않아도 해당 음악을 미리 들어볼 수 있게 하고 있었다.

이곳은 매일 오후 2시부터 9시까지 문을 열지만, 방문 전 페이스북 페이지나 트위터를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 가게 사정에 따라 오픈 시간이 늦춰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화창한 5월, 김밥레코즈에서 LP만의 따뜻한 감성을 되살려보자.

글·사진 김종훈 수습기자 usuallys18@hanyang.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