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힙합 음악, 이대로 괜찮은가?
한국 힙합 음악, 이대로 괜찮은가?
  • 정서윤 기자
  • 승인 2018.05.14
  • 호수 1477
  • 7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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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net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4’에 출연한 래퍼 블랙넛의 모습이다.
▲ Mnet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4’에 출연한 래퍼 블랙넛의 모습이다.

과거의 힙합 음악은 마니아층의 전유물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힙합 음악은 점점 대중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Mnet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등에서 신곡을 발표하면 음악 플랫폼에서 순위차트의 상위권을 장악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힙합 음악 속에 포함된 특정 인물에 대한 비하·혐오 표현은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대표적으로 Mnet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4’에서 인지도를 높인 래퍼 블랙넛의 사례가 있다. 그는 자작곡 ‘투 리얼’을 통해 수차례에 걸쳐 노래 가사에 래퍼 키디비를 성적 대상화 해 언급하며 비판을 받았다. 결국 그는 성폭력 범죄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과 모욕 혐의로 고소 됐다. 하지만 이는 방송에 나와 유명세를 얻었기에 비교적 논란이 커진 경우일 뿐, 아직도 힙합 음악 속에서 비하·혐오 표현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정 성별이나 사회적 소수자를 폄하하는 표현도 힙합 음악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에픽하이가 발매한 정규 9집에 수록된 ‘노땡큐’라는 노래는 장애인 비하·혐오 표현이 담긴 가사로 인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처럼 힙합 음악 가사 속의 비하·혐오 표현에 대한 논란이 매번 일어나는 데도 힙합 음악은 대중문화로서 공고히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한동윤 음악평론가는 “논란이 있음에도 힙합 음악 속 혐오 표현이 굳어진 것은 개인주의의 영향이 크다”며 “사람들은 ‘나만 아니면 된다’라는 사고방식으로 힙합 음악에서의 모멸적 표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어 문제의식을 품기보다 재미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 음악평론가는 “자극적일수록 대중의 반응이 좋기 때문에 래퍼들은 가사에 대한 주체적인 검열을 하지 않고 더욱 자극적인 표현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힙합 음악의 주요 소비층이 1020세대이기 때문에 이러한 비하·혐오 표현은 더욱 문제가 된다. 특히 비교적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청소년층이 비하·혐오 표현을 자주 접하게 되면  이에 대해 둔감해질 가능성이 크다. 한 음악평론가는 “우리나라는 지역갈등, 세대갈등, 남녀갈등 등 계층 간의 대립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와중에 힙합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혐오 표현은 구성원 간의 불화를 더욱 부추겨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 사회에 이렇게 힙합이 잘못 전해진 것은 자극적인 힙합 콘텐츠를 선호하는 방송 프로그램의 원인이 크다. 1990년대 말에 한국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힙합은 2010년대 초반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며 대중화 됐다. 이런 프로그램에서 주로 남을 깎아내리는 *디스나 자기과시와 같은 왜곡된 힙합 문화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로 인해 힙합은 단순히 ‘자극적인 것’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타인을 조롱하고, 래퍼들도 대중들의 관심만을 쫓게 된 것이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힙합의 기본 정신은 새로운 세대 문화의 저항적 모색인데 지금의 힙합 문화는 성공 지향적인 장르로 전락했다”며 “디스가 상품화돼 언론 또는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기 위해 비하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소수자를 폄하하거나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해 디스나 랩이 생긴 것이 아니다”라며 “혐오 표현은 힙합 음악의 정신적 가치가 아니기 때문에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힙합이 대중들에게 더 설득력 있는 음악이 되려면 힙합 음악계 차원의 자기반성과 청취자들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한 음악평론가는 “자극적인 표현 또는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표현보다는 청취자들이 깊게 음미할 수 있는 가사를 쓰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문화는 바람직한 가치를 포함하고 있는 관습을 지칭한다. 따라서 바람직하지 못한 가치를 지닌 힙합 음악의 비하·혐오 표현은 힙합 문화가 아니다. 그들도 이제는 음악 속 표현의 자유에 따르는 책임을 스스로 인식해야 할 때이다. 한국 힙합이 진정한 대중음악으로 자리 잡기 위해 우리 모두에게 윤리적 고찰이 요구된다.


*디스: 디스리스펙트(disrespect)의 준말로 상대방의 허물을 공격해 망신을 주는 힙합의 하위문화이다.

도움: 김헌식 문화평론가
한동윤 음악평론가
사진 출처: 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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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현 2018-05-21 12:26:37
에픽하이 노땡큐 가사중 도대체 어느 부분이 장애인 비하 혐오 표현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