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카페, 즐거움 속에 가려진 그림자
야생동물카페, 즐거움 속에 가려진 그림자
  • 조수경 기자
  • 승인 2018.04.23
  • 호수 1476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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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려동물 인구가 증가하며 카페와 동물이 결합한 동물카페가 늘고 있다. 동물카페는 힐링문화와 체험문화가 공존하는 이색 공간으로 자리 잡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라쿤, 미어캣 등을 만날 수 있는 야생동물카페도 하나둘 생겨나는 추세다. 하지만 그 공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직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생태에 맞지 않는 곳에서 살아가는 야생동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야생동물카페,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
야생동물카페에 들어서면 좁은 실내 안에서 생활하는 동물들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야생동물카페는 야생동물들이 자신의 생태와 맞지 않은 환경 속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특히 이런 한정된 공간은 그들의 야생성을 드러내지 못하게 만들어 큰 스트레스를 받게 한다. 이항<서울대 수의과> 교수는 “대부분의 야생동물카페 동물들은 야생의 행동을 재연할 수 없는 실내 환경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이러한 환경은 동물들의 본능을 억제하기 때문에 이상행동이나 공격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야생동물카페의 경우 일반 동물카페와 달리 여러 종의 동물들이 같은 생활공간에서 함께 사육된다. 다른 종의 동물과 생활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동물들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정신적인 피해를 받거나 서로의 신체에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야생동물카페는 비단 동물들에게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위생과 공중보건 측면에서 사람들에게도 위험한 공간이 될 수 있다. 특히 야생동물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라쿤과 사향고양이는 *인수공통감염병의 매개 동물이기 때문에 공중보건학적으로 위험성이 높다. 이 교수는 “야생동물카페는 병원체와 사람이 직접 접촉할 기회를 만들기 때문에 공중보건 측면에서 매우 위험한 시설”이라며 “특히 라쿤은 다양한 전염병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데, 그중 기생충 질병인 북미너구리회충(Baylisascaris procyonis)은 감염되면 치사율이 높고 아직 치료법도 없어 인간에게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또한 야생동물들은 폐업 후 방치되거나 유기되며 생태계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보다 먼저 라쿤을 수입한 일본과 스페인의 경우 유기된 라쿤이 생태계를 교란시켜 문제가 됐다. 이 교수는 “황소개구리의 사례처럼 유기된 야생동물로 인해 망가진 생태계는 본래 상태로 되돌리기 어렵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의 사각지대 속 방치되는 동물들
일반적인 동물카페는 동물보호법, 동물원법의 적용을 받아 운영된다. 하지만 이런 야생동물카페는 식품위생법 외에는 별다른 규제 방안이 없기 때문에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현행 법령상 동물전시업으로 분류된 동물은 △개 △고양이 △기니피그 △토끼 △페럿 △햄스터로 총 6종에 불과해 이에 해당하지 않는 야생동물들은 동물보호법으로 규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동물원법은 10종 50개체 이상의 동물이 있는 곳만을 법적 대상으로 정하고 있어 이보다 규모가 작은 야생동물카페는 규제에서 제외된다. 이상희<녹색당 정책2팀> 팀장은 “동물보호법에서 규정하는 6개 동물이 아니고, 10종 50개체보다 적은 동물이 있는 곳이라면 법적인 책임을 피할 수 있다”며 “동물전시업에 규정되지 않은 동물도 함께 보호받기 위해서는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처럼 허점이 많은 법안은 동물 학대 문제와도 연결된다. 지난해 녹색당에서 제작한 ‘서울 시내 야생동물카페 전수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 라쿤의 송곳니를 강제로 발치하거나, 미국너구리과 포유류인 코아티의 목에 케이블 타이(cable tie)를 묶어 철창에 가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행위는 엄연히 학대에 해당된다. 하지만 현재 동물보호법은 학대와 관련된 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이거나 고의로 상해를 입히지 않는 한 처벌이 어렵다. 이처럼 야생동물카페에서 사육되는 동물들은 법의 사각지대 속에서 기본적인 동물복지도 보장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진정으로 사랑하기 위해서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안 제정이 필수적이다. 이 팀장은 “세부적인 규제가 부재한 상태에서 야생동물카페가 확대되는 것은 문제”라며 “야생동물을 키우고 전시하는 것에 대한 규제가 더 늦춰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국회에서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개정안은 현재 동물보호법에 규정된 6종 외의 동물이더라도 동물전시업에 적용되는 시설과 인력을 갖추도록 요구하고 있다. 정부 역시 이런 심각성을 인지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실제로 환경부는 수입 과정에서 야생동물의 검역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과 야생동물이 인수공통질병 보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를 들며 전문기관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김찬호<김성찬 국회의원실> 비서관은 “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동물 개체 보호와 관리 면에 있어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동물을 사랑하는 방법은 그들에게 필요한 환경을 제공해 공존하는 것”이라며 “그들의 생활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고 전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인간의 필요와 즐거움을 위해 동물들을 이용한 것이 아닐까. 진정으로 이들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그들과 공존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우선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인수공통감염병: 사람과 동물 사이에서 상호 전파되는 병원체에 의한 전염성 질병으로, 특히 동물이 사람에 옮기는 감염병을 말한다.

일러스트 정수연 기자 jsy0740@hanyang.ac.kr
도움: 김성찬 국회의원실
이상희<녹색당 정책2팀> 팀장
이항<서울대 수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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