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청년 고용시장··· 추경안이 녹일 수 있을까?
얼어붙은 청년 고용시장··· 추경안이 녹일 수 있을까?
  • 김도렬 기자
  • 승인 2018.04.23
  • 호수 1476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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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갔지만, 냉각된 청년 고용시장은 여전히 녹아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통계청이 지난 11일 발표한 ‘2018년 3월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의 청년(15~29세 기준) 실업률은 약 11.6%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동월(3월)과 비교했을 때 약 0.3%p 상승한 수치이다. 3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률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1). 2008년 7.6%였던 청년 실업률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 올해 11.6%까지 치솟았다. 11년 사이 약 4.0%p나 상승한 것이다. 같은 기간 전체 실업률이 약 1.1%p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 역대 3월 전체 실업률과 청년 실업률을 나타낸 그래프다.
▲ 역대 3월 전체 실업률과 청년 실업률을 나타낸 그래프다.

박철성<경금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지속적인 청년 고용 한파의 원인에 대해 “현재 고용시장에 청년들이 선호할 만한 일자리의 수가 많지 않다”며 “대다수의 일자리가 청년들의 눈높이에 비해 노동 환경이나 전망이 좋지 않다 보니 생기는 문제”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청년 실업률 ‘11.6%’
청년들이 원하는 수준의 일자리가 많지 않아


실제 취업을 준비 중인 청년들의 반응도 전문가들의 분석과 비슷했다. 통신업계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유희상<서울과학기술대 전자IT미디어공학과 13> 군은 “모두가 가고 싶어 하는 일자리는 합격을 보장할 수 없고,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미래에 대한 전망과 경력 인정에 대한 기대감이 적다”며 “이런 불확실성이 취업을 준비하는 데 큰 어려움이 되는 부분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양대에 재학 중인 익명을 요청한 취업준비생 A씨는 “상반기에는 대기업 개발직과 정유회사 위주로 지원했다”며 “아무래도 수도권에서 근무할 수 있고 근무 환경이 좋다는 장점 때문에 대기업 위주로 취업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취업을 준비하고 있냐는 질문에 A씨는 “우리 과 출신 학생 대부분이 대기업으로 취업을 준비하기 때문에 아직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청년 고용위기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정부는 지난 6일 청년 일자리 대책이 포함된 추가경정예산안(이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 3일 정부청사에서 열린 추경안 사전 브리핑에서 “청년 일자리 문제를 계속 방치할 경우, ‘재난 수준의 고용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추경안 추진 배경에 관해 설명했다. 김 부총리가 언급한 대로, 이번 추경은 말 그대로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특단의 대책”인 셈이다. 이번 추경안을 기획한 기획재정부는 지난 5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추경안과 지속적인 대책 마련으로, 18~22만 명의 추가 고용창출을 기대하고 있다”며 “다가오는 2021년까지 청년 실업률을 8% 이하로 안정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정부, 청년 일자리 대책 추경안 내놓았지만…
큰 효과를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

2018년 추가경정예산안 중 청년 일자리와 관련된 정책을 정리한 인포그래픽이다.
▲ 2018년 추가경정예산안 중 청년 일자리와 관련된 정책을 정리한 인포그래픽이다.

이번 청년 일자리 추경안의 주요 내용을 분석해보면 주로 청년 중소기업 취업자와 창업자에 치중돼 있다(그림2). 중소기업 취업 지원의 경우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청년내일채움공제 △내일채움공제 △주거비 지원 △교통비 지원 등이 주요 대책이라고 볼 수 있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청년들을 중소기업에 취업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정부가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에 대한 수요가 적은 이유를 임금 문제로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고용장려금을 통해 중소기업의 청년 채용 규모를 늘리도록 유인하고, 목돈을 모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인 청년내일채움공제와 내일채움공제를 함께 시행함으로써 중소기업 취업 청년들의 자산 형성에 정부가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는 △생활혁신창업 *성공불융자 △기술혁신창업 *바우처 지원 △*TIPS 프로그램 신설 및 지원 확대 △창업기업 회계·세무 지원 등의 창업 지원 정책을 통해 청년들의 ‘창업 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 이상민<경영대 경영학부> 교수는 “창업 실패 시 융자금을 전액 감면해주는 성공불융자 정책과 여러 지원 정책들을 통해 청년들이 창업에 도전하도록 정부가 도와주는 것”이라고 해당 정책의 취지에 관해 설명했다.

‘재난 수준’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정부의 이번 추경안이 실제 고용시장에 얼마나 큰 효과를 거둘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양했다. 박 교수는 이번 추경안이 전체적으로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견해를 드러냈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 이와 비슷한 정책이 많았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며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주저하는 것은 임금 문제뿐만 아니라 열악한 노동환경도 큰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임금을 보전해주는 방식의 정책은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 욕구를 높일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해석이다. 특히 박 교수는 “중소기업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원하는 대졸자들에게는 더 아쉬운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과 같이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형식의 정책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박 교수는 “자칫 잘못 보면 고용보조금으로 인해 기업들의 청년 고용이 늘어날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며 “하지만 고용보조금에 대한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했을 때, 대부분의 경우는 보조금이 없었어도 생겼을 일자리였다는 분석이 많았다”며 이러한 정책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 “구조적인 문제 해결할 근본적인 일자리 정책 마련돼야”

이 교수는 이번 추경안으로 당장의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어느 정도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한다고 바라봤다. 이 교수는 “하나하나를 봤을 때 그다지 나쁜 정책은 없다고 본다”며 “시장 자체가 완벽하지 않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정부의 공적 개입이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교수는 이러한 대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책을 편 이후의 분석과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정부 역시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고 완벽할 수 없다”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책을 실시한 이후에 그것이 어떻게 시장에 반응하는지 면밀하게 분석해서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게 더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 정부는 지속적인 고용 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익명을 요청한 취업준비생 B씨는 “정부가 청년 구직자들을 위해 노력해준다는 점은 만족스럽지만, 아직 체감은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현 정부의 청년 일자리 정책에 대해 박 교수는 “전반적으로 아쉽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청년 구직자 특성상 고용시장에 새롭게 투입되는 인력이 대부분”이라며 “하지만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이미 일자리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정책에 치중된 편이라, 이에 대한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과 같이 전체 고용시장에서 국가가 직접 고용한 비율이 늘어나는 정책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국가가 고용한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것은 이를 유지하기 위한 세금이 더 필요하다는 뜻”이라며 “세금 부담은 고스란히 민간 기업이 짊어질 것이고 결국 기업들의 고용에 대한 투자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구조적인 문제 해결과 당장의 고용 효과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이해한다면서도, 보다 섬세하고 지속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이 교수는 “정부가 모든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효율적이지도 않다”며 “정부가 일정 정도는 발을 떼면서, 민간이 자발적으로 청년 고용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는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가 지금처럼 장기화된다면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이를 막기 위해선 정부의 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청년 일자리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성공불융자: 정부가 실패 시 위험부담이 큰 사업을 장려하기 위해 해당 기업에 자금을 빌려주고 사업이 실패할 시 융자금 전액을 감면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바우처(Voucher): 정부가 특정수혜자에게 비용을 보조해 주기 위해 내놓은 지급을 보증한 전표를 뜻한다.
*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 민간 회사가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면 정부도 같이 투자하는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 지원이다.

인포그래픽 정수연 기자 jsy0740@hanyang.ac.kr
도움: 박철성<경금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이상민<경영대 경영학부> 교수
황가현 수습기자 areyoukkkk@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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