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행동통제'를 데이트폭력 유형으로 규정할 수 있을까?
[설왕설래] '행동통제'를 데이트폭력 유형으로 규정할 수 있을까?
  • 옥지회, 김민주 수습기자
  • 승인 2018.04.16
  • 호수 1475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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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SNS에 공개된 폐쇄회로 영상이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이별을 요구한 여자친구에게 폭력을 가해 나체로 끌고 다니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부산 데이트폭력’이라는 이름으로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를 뜨겁게 달궜다. 그로 인해 최근 어느 때보다 데이트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하지만 데이트폭력이라는 행위가 우리 사회에 개념으로 명명된지 20년이 채 되지 않아 유형 정의가 부족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개인차가 큰 ‘행동통제’가 논의의 중심에 서있다. 과연 ‘행동통제’를 명확한 데이트폭력 규정으로 정의하는 것이 가능할까?

행동통제도 데이트폭력으로 봐야해
행동통제는 ‘연인’ 관계처럼 친밀한 사이라면 사생활을 간섭해도 된다는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언제든지 살인, 폭력과 같은 심각한 데이트폭력으로 발전할 수 있어 더욱 위험하다. 그러나 현재 데이트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주로 성적·신체적 폭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행동통제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실정이다. 

2015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데이트 폭력 피해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연인 간의 행동 통제는 단순히 ‘통제’의 수준에 그치지 않았다. 협박 등 한층 더 폭력적인 대응으로 이어져 그 수위가 점차 높아지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해하거나 죽이겠다고 위협하는 등의 더욱 폭력적인 방식으로 반응을 보였다는 응답도 종종 있었다. 홍영오<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의 ‘여성 대상 폭력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행동통제를 했던 가해자들이 나중에 심리적 폭력이나 신체적 폭력을 가하는 비율이 높았다”고 지적했다.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tvN ‘현장토크쇼 택시’에서 “집착은 일회성이 아닌 상습적·지속적 폭력”이라고 강조했다.

행동통제는 더이상 개인 간 사적 영역의 문제로 치부 돼서는 안된다. 하지만 신체적 폭력 등 물리적 폭력만을 데이트폭력으로 인식하는 사회에서 통제의 문제는 비가시화 되기 쉽다. 피해자들에 대한 관심과 적절한 지원 대책이 필요하며 데이트폭력의 ‘행동통제’ 유형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옥지회 수습기자 jenna0023@hanyang.ac.kr 
참고문헌: 홍영오 외. “여성대상 폭력에 대한 연구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을 중심으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15, 143호, 251-331쪽

행동통제, 개인 인식차 커
지난 3일 서울시는 데이트폭력·사이버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안내서를 제작해 발표했다. 이 안내서에 따르면 행동통제 사례로는 △금연 요구 △복장 제한 △수십 차례가 넘는 통화 등이 해당 된다. 데이트폭력 유형 중 성적·신체적 폭력의 경우에는 피해사실을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어 법적 처벌이 쉽게 이뤄진다. 이에 비해 행동통제는 개인 간의 사적영역으로 치부돼 그동안 뚜렷한 해결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 그 원인으로는 행동통제를 느끼는 개인차가 커 명확한 규정이 힘들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데이트폭력 중 성적·신체적 폭력은 △강제성 유무 △물리적 폭력의 유무 △욕설 및 협박의 유무 등을 통해 명시적으로 범죄 사실 판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행동통제는 그 경계를 정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행동통제를 판단하는 척도인 ‘과한 통제’는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자칫 진심으로 상대방을 걱정하는 의도의 발언도 데이트폭력으로 일반화할 수 있어 규정하는데 위험성이 따른다.

따라서 행동통제를 데이트폭력의 한 유형으로 단독 규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행동통제는 물리적 폭력과 같은 심각한 데이트폭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행동통제를 다른 데이트폭력 유형의 하위개념으로 규정하는게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행동통제가 다른 유형의 데이트폭력으로 연계될 때의 구체적인 처벌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뤄진다면 방향을 더 명확하게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김민주 수습기자 mjeve99@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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