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연예인, ‘이른 복귀의 늪’에 빠지다
음주운전 연예인, ‘이른 복귀의 늪’에 빠지다
  • 정서윤 기자
  • 승인 2018.04.16
  • 호수 1475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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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은지원, 개그맨 김준현. 배우 이정재. 이들은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연예인들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음주운전 전과자들이기도 하다. 이처럼 음주운전을 일으킨 연예인들은 방송계 곳곳에 만연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진정성 있는 사과 대신 복귀 후 자신의 범죄를 스스로 희화화해 웃음으로 승화시키며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안겨주고 있다.

음주운전 후 짧은 자숙기간이 문제
음주운전을 일으킨 연예인들의 복귀는 다른 범죄에 비해 단시간에 이뤄진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6년까지 연예인들이 범죄를 저지른 후 자숙기간은 △병역비리 37.3개월 △성추문 29.8개월 △도박 16.1개월 △마약 12.7개월 △음주운전 및 뺑소니는 4.7개월로 나타났다. 주목해야할 점은 ‘음주운전 및 뺑소니’는 다른 범죄유형과 달리 타인의 생명에 해를 끼침에도 불구하고 자숙기간이 가장 짧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배우 구재이의 복귀가 있다. 지난해 음주 운전이 적발된 후 자숙에 들어갔던 그녀는 약 9개월 만에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로 복귀하면서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그렇다면 이런 연예계 음주운전 범죄자들의 빠른 복귀는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먼저 그들의 짧은 자숙 기간과 자신의 범죄를 희화화하는 모습은 자칫 음주운전을 가볍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음주운전이 결코 가벼운 행위가 아님에도 웃음으로 승화시켜 방송의 소재로 활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개그맨 유세윤, 노홍철 등 음주운전 후 복귀한 연예인들은 음주운전을 개그소재로 사용해 하나의 웃음코드로 이용하고 있다. 박기묵<언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방송에서는 그들이 재개할 가능성이 보일 때 시청률 상승도 동반되기에 프로그램 인기 몰이의 전략으로 사용하는 것”이라며 “복귀한 연예인들도 셀프 디스하며 방송 복귀에 스스로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인규<언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자숙 연예인을 대체할 만한 실력 있는 신인 방송인이 부족하기 때문에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을 짧은 자숙 후 다시 복귀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로 인해 연예인들의 음주운전 재범이 잦아지는 것도 문제다. 실제로 가수 길은 세 차례의 음주운전으로 징역 8개월의 실형을 구형을 받았다. 가수 강인 또한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로 벌금 8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고 이후에 또 다시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켜 물의를 빚었다. 이는 음주운전에 대한 가벼운 인식이 초래한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다.

미미한 처벌도 원인
앞서 언급한 음주운전 문제의 원인은 애초에 음주운전으로 처벌이 되는 경우가 적기 때문이다. 실제로 음주 관련 사고에 대한 실형선고 비율은 20%내외로 낮은 수준이며 해마다 재범률도 높은 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2회 이상 적발된 재범률은 지난해 45.1%를, 3회 이상 적발 비중은 19.3%를 기록했다. 특히 첫 번째 음주운전 적발 후 두 번째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는 데까지의 기간은 평균 4년 9개월에 불과했다. 이는 매년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되는 운전자 10명 중 4명 이상은 과거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경험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우리사회에서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습관적 행위로 만연해 있음을 알 수 있다. 

강력한 처벌과 제도가 확립돼야 
이젠 음주운전 연예인들의 범죄 행위가 가볍게 여겨져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음주운전의 처벌기준의 강화가 수반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박 교수는 “연예계 내에서는 음주운전에 대한 명확한 처벌 규제가 부재한 상태”라며 “현재까지는 연예인 혹은 소속사 측에서 자진해서 자숙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연예계의 고착화된 음주운전 면죄부 문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처벌 수위를 강화한 명확한 규제가 필요하다. 

나아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같은 전문 위원회에서도 이를 제도적으로 규제해야 한다. 대부분 음주운전을 일으킨 연예인들은 주로 종합편성채널ㆍ케이블 방송을 통해 복귀한다. 하지만 방송출연규제 심사위원회를 통해 논란을 빚은 연예인들에게 출연 정지 처분을 내리는 공영방송 MBC·KBS 외에는 이들의 출연정지나 복귀와 관련해 특별한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즉 제작진의 판단에 따라 복귀 여부를 결정하는 식이다. 이에 박 교수는 “연예인이 음주운전을 저질렀을 때 방송 출연을 금지시키는 ‘패널티제’와 같은 규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방송 출연 금지 제도 또는 자신의 범죄에 대해 언급 시에 적용되는 패널티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패널티제 병행 시 중요한 것은 시청자들의 태도”라며 “비판적인 태도로 그들의 복귀나 희화화 전략을 바라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물의를 일으켰음에도 당당히 방송에 얼굴을 거듭 내비치는 그들에게 이젠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범죄 행위가 하나의 장난거리가 돼버린 상황에 불과한 것이다. 이젠 자숙 연예인들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도 음주운전이 결코 가벼운 범죄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때다. 

도움: 최인규<언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박기묵<언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자료 출처: 경찰청
노진호. 성추문 물의 빚고 벌써 복귀?…사고친 연예인 복귀 살펴보니. 중앙일보, 2017.03.14,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752578.html?_fr=mt1,  2018.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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