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사로] 새로 시작하기 딱 좋은 날
[진사로] 새로 시작하기 딱 좋은 날
  • 한재범<사범대 교직과> 강사
  • 승인 2018.04.16
  • 호수 1475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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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재범<사범대 교직과> 강사

날짜를 적는 란에 2018년을 써넣는 것에 대한 어색함이 이제 겨우 사라져 갈 무렵, 4월은 그렇게 무섭게도 빨리 다가왔다. 새해를 맞이하며 다짐하던 자신과의 약속, 계획, 목표들 중 많은 것들이 잊혀지고 수정되었다. 

운 좋게도 1월 1일 새해만큼이나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드라마틱한 기회는 상당히 많다. 2월경에 있는 음력 1월 1일, 새학기가 시작되는 3월 등... 새로운 시작에 어울리는 날들이 우리에게 또 다른 시작의 기회를 주고, 아직 늦지 않았음을 이야기 한다.

우리는 새로운 시작을 다짐할 때 대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모습을 버리고 내가 바라는 모습을 취하려고 한다. 다이어트, 독서, 영어 능력 향상 등이 대표적인 목표로 꼽히는 것들일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우리는 지금까지 해오던 것과는 매우 다른 행동을 매일 반복적이고 의식적으로 해야 한다.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서는 즐겨먹던 야식을 끊어야 하는 것이고, 독서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언제 어디서든 책을 펴고 읽는 행동을 해야 하며, 영어를 잘하려면 매일 영어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세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러한 행동을 일상화 시켜야 한다. 우리는 이것을 습관이라고 부른다.  

영국의 시인 존 드라이든은 “처음에는 우리가 습관을 만들지만 그 다음에는 습관이 우리를 만든다”라고 했다. 즉, 좋은 습관을 많이 만드는 것은 자신이 바라는 모습, 좋은 사람의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습관으로 만들고자 하는 행동들은 본래 내 방식이 아니었고, 기존의 행동들은 이미 오랜 습관으로 나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습관을 만든다는 것은 기존의 습관을 버리는 일이면서 궁극적으로 나를 바꾸는 일이 된다. 그래서 새해의 다짐과 목표는 3일도 지켜내기 어렵기 마련이다. 도달하지 못한 목표는 이내 좌절과 후회로 돌아온다. 그리고 또 다른 시작을 다짐할 새로운 날을 기다리게 된다. 

눈부시게 찬란한 자태를 뽐내고 사명을 다한 듯 떨어지는 벚꽃 잎을 보면서 이렇게 미련 없이 내 모든 것을 다 하였을 때가 언제였는지 문득 생각하게 된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살아가면서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워하며 보내는 일이 매우 많다. ‘벌써 중간고사라니!’, ‘벌써 5월이네?’ 올해 계획했던 일들을 제대로 시작하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항상 어떠한 일이 일어나고 나서 ‘이렇게 할 걸’, ‘저렇게 했어야 하는데...’ 하면서 후회하며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많은가. 

후회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습관처럼 아무렇지 않게 넘기게 된다. 작년 이맘 때도 이렇지 않았을까? 내년 봄엔 달라질까? 

습관이라는 것은 이렇게 무섭다. 항상 벗어나려고 하면서도 그 습관의 굴레 속에서 살아가고, 후회한다. 그러면서도 내일부터, 다음 달부터, 내년부터를 말하며 새로운 시작을 하기 좋은 날을 기다린다. 

어느 샌가 잊혀진 새해의 다짐들이 떠오를 때, 지키지 못한 자신과의 약속이 후회로 다가올 때, 그 순간들을 새로운 다짐하는 기회로 삼는 습관을 기르자. 벚꽃 잎이 흩날리는 오늘이 다시 시작하기 딱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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