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사설] 슬픔과 상실을 잘 다룬다는 것
[교수사설] 슬픔과 상실을 잘 다룬다는 것
  • 한대신문
  • 승인 2018.04.02
  • 호수 1474
  • 7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맘 때 계절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기억이다. 4·16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도 벌써 만 4년이 되었다. 세월호 사건은 우리 온 국민에게 생생한 아픔 그 이상으로 다가왔던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당시, 사건을 겪은 유가족들의 고통은 말로서는 형용할 수 없었거니와, 그들과는 무관한 여느 집의 2-3세 어린 아이들까지도 부모님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다양한 심리적 증상들을 나타내면서 상담실에 방문하곤 하였다. 이렇듯 슬픔과 상실감을 느낀다는 것은 어른, 아이와 같은 연령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또한 이를 위해 반드시 엄청난 사건을 겪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슬픔과 상실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주제다. 누구든 이를 겪고 싶어 하지 않지만, 피할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떠올리는 상실의 대표적인 예는 아마도 ‘죽음’이 아닐까 싶지만, 상실에는 우리 생활 전반에 걸친 다양한 주제들, 예를 들어 소속감의 상실, 생활환경의 갑작스런 변화, 부모님의 사업실패, 성적 하락, 연인과의 이별 등 무수히 많은 주제들도 포함된다. 슬픔과 상실에 대한 정의를 살펴볼 때, 이들은 어떤 것이 끝이 난 결과로 나타날 뿐 아니라 생활상의 변화나 혼란으로 인해서도 발생할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슬프거나 부정적인 경험이 아닌 ‘대학 입학’, ‘결혼’과 같은 행복한 생활 사건들을 통해서도 슬픔과 상실감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 기쁜 마음으로 입학한 대학교였는데 입학 후 왠지 우울하고 집중이 안 된다고 호소하는 A군, 집 떠나서 자유를 만끽하며 혼자 사는 것이 꿈이었지만 막상 자취하면서 의욕이 떨어지고 삶의 의미까지 잃는 것 같다는 B양, 최근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수업을 못 챙기고 술을 먹지 않으면 잠들 수 없는 C양, 이들 모두는 어쩌면 상실감에 압도된 것일지도 모른다. 슬픔과 상실에 따른 반응은 저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슬프거나 화난 감정을 표출하고, 어떤 이는 정서를 억누르거나 회피한다. 슬픔과 상실 반응에 있어서 한 가지 정답은 없는 것이다. 

슬픔과 상실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것들을 우리 안의 자연스러운 감정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입학은 즐거운 사건임에 틀림없지만, 동시에 엄청난 생활변화에 적응하는 것 또한 개인에게는 커다란 상실감이다. 오랜 고등학교 친구들과도 지금보단 멀어져야 하고, 때로는 아주 먼 곳으로 이사해야 하며, 고등학교 분위기와는 다른 차갑고 낯선 대학 건물과 분주한 학교 분위기에 적응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힘든 마음을 스스로 발견해 보는 것이 슬픔과 상실을 다루는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다. 그리고 힘든 마음과 소소한 생각들을 주변의 친한 사람들에게 기회 될 때마다 표현해보는 것이 그 다음 단계이다. 슬픔과 상실을 받아들이고 표현하기 시작할 때, 대다수는 일상의 건강했던 자신으로 서서히 돌아가게 될 것이다. 

최근에 여러분은 어떠한 슬픔과 상실을 경험하였는가?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어떤 이에게는 충분히 힘들고 견디기 힘든 감정일 수 있다. 힘들어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위로하며, 그 마음을 누군가와 공유하기 바란다. 그 과정에서 서서히 단단해지는 여러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