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특수학교 설립 논쟁, ‘같이의 가치’를 알아야 할 때
[아고라] 특수학교 설립 논쟁, ‘같이의 가치’를 알아야 할 때
  • 노은지 사진·미디어부 차장
  • 승인 2018.04.02
  • 호수 1474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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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은지<사진·미디어부> 차장

지난해 9월, 수십 명의 장애 아동 학부모가 서울특별시 강서구에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향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저희 딸하고 저는 어떡할까요?”라고 말하는 장애 아동 학부모에게 “당신이 알아서 해!”라고 외친 주민도 있었다. 이 모습은 매스컴을 통해 퍼지며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그로부터 6개월 후인 지난달 26일, 서울시교육청이 주최한 ‘주민과 교육공동체가 함께하는 특수학교 설립 추진 설명회’가 설립 예정지인 강서구에서 열렸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주민들 20여 명이 “왜 하필 강서구냐”며 고성과 욕설을 뱉어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특수학교를 설립한다면 주민편의시설을 함께 제공할 것임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반발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장애 아동 학부모가 무릎을 꿇으며 호소한 지 반년이나 지났지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모든 국민은 누구나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이는 헌법 제31조 1항에 명시된 교육권에 대한 내용이다. 장애를 가졌건, 가지지 않았건 모두가 권리를 보장받아야 할 국민이다. 즉, 그들이 비장애 아동과 마찬가지로 평등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교육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서울시 내 특수학교 수는 29개밖에 되지 않는다. 한 곳도 없는 자치구도 8개나 된다. 가장 최근에 설립된 학교마저도 2002년도에 세워진 것이다. 이는 비단 서울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전국 6개 광역시 중 특수학교 수가 10개 이상인 지역은 부산 한 곳밖에 없다. 이 때문에 특수학교로 아이를 보내고 싶은 장애 아동 학부모들은 거주지 근처에 아이를 보낼 수 있는 학교가 없다면, 이사를 하거나 왕복 몇 시간이 걸리는 원거리를 통학해야만 한다. 장애 아동이 비장애 아동만큼의 교육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 아동의 교육권을 보장하는 특수학교가 ‘혐오 시설’ 취급을 받고 있다. 장애 아동들에게 특수학교란 장애에 특화된 교육을 받기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다. 국민이라면 반드시 누려야 할 교육권을 보장하는 특수학교를 기피·혐오시설로 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우리 지역에 장애인을 위한 시설은 안 돼’라는 부족한 공동체 의식이 장애 아동과 그 부모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2022년까지 전국에 특수학교 22개교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선 강서구의 사례처럼 많은 주민의 반발이 이어진다면, 모든 학교가 순조롭게 지어질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것은 사회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란 것이다. 주민들의 반대보단 ‘지지와 격려’로 개교한 특수학교가 우리 사회에 ‘같이의 가치’를 보여주는 상징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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