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甲)’질 교수에 ‘을(乙)’이 된 대학원생
‘갑(甲)’질 교수에 ‘을(乙)’이 된 대학원생
  • 윤혜진 기자
  • 승인 2018.04.02
  • 호수 1474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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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내 교수 갑질 
*‘도제식 교육방식’ 때문
‘솜방망이 징계’ 또한 문제
전국대학원노동조합, “제도적 개선 시급”
연대와 소통도 필요

대학원생 A씨는 오늘도 지도 교수 아들에게 과외를 해주러 간다. 물론 과외비를 따로 받지는 않는다. 과외를 마치고 나면 지도 교수가 맡은 프로젝트를 대신 해줘야 한다. 이 프로젝트를 끝내려면 오늘 밤도 새야 할 거 같은데… 더 억울한 것은 일을 대신해줘도 “이것밖에 못 해?”라는 식의 폭언만 돌아올 뿐이다. A씨는 한숨을 내쉬며 길을 걷는다.

이는 전국대학원노동조합에서 전해준 대학원생이 겪는 교수 ‘갑질’의 예시를 재구성한 것이다. 이처럼 교수의 ‘갑질’ 논란으로 대표되는 대학원생 인권 침해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서울대 인권센터가 공개한 ‘2016 서울대 대학원생 인권실태 및 교육환경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1222명 중 인권상황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한 응답자는 34.6%로, 긍정적으로 답한 응답자가 23.1%인 것에 비해 11.5%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그래프 참고).

“피해 입어도 말 못 해요”
끊임없이 대학원생 교수 갑질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로 이병훈<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원의 ‘도제식 교육방식’을 들었다. 대학원에서는 지도 교수가 학점을 부여할 뿐 아니라 학위 수여를 위한 논문 심사까지 하므로 대학원생들이 교수의 권력에 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런 권력 구조 때문에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대해 구슬아<전국대학원노동조합> 위원장은 “학계를 떠날 각오를 해야 겨우 자신의 피해를 세상에 알릴 수 있는 환경”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피해 원생이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실제 처벌을 받는 교수가 적다는 것도 문제다. 노웅래<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국립대에서 총 35명의 교수가 성범죄로 징계를 받았지만, 중징계에 속하는 파면과 해임으로 강단에서 퇴출당한 교수는 3분의 1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솜방망이 징계’는 대학원생이 입을 열기 더 힘들게 만든다.

학교의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교수 갑질 문제 해결을 위해 구 위원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근본적인 대학원 구조의 변화”라고 말하면서도 “이는 쉽지 않기 때문에 학교의 제도적 개선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전했다. 안진걸<참여연대 시민위원회> 위원장 역시 “학교 당국의 노력이 중요하다”며 “신고 센터를 설치하거나 대학원생 인권 현황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등 대학이 먼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노웅래 의원실 관계자도 “피해자가 상담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구가 부재한 상태”라며 그 예시로 “2017년 기준으로 전국 97개 대학 중 인권센터가 설치된 곳은 단 19곳에 불과하다”는 것을 들었다. 이에 노웅래 의원은 ‘대학인권센터 설치 의무화법’을 발의했다. 이는 총장으로부터 독립적이고, 전문상담 인력과 인프라를 갖춘 대학인권센터를 대학마다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구 위원장 역시 “현재 설치돼 있는 인권센터가 잘 운영되고 있는지 주기적인 전수조사를 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가해 교수에 대한 징계 강화를 통해 ‘솜방망이 처벌’을 없애야 한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공감하며 “한 명의 갑질 교수가 강화된 징계를 받으면 다른 갑질 교수들에게도 학습효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징계 강화를 위해 의결 절차 내의 학생 참여가 요구된다. 구 위원장은 피해자의 입장을 대변해 줄 수 있는 대학원생의 배석을 의무화하는 방안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갈등’에는 ‘소통’이 약
안 위원장과 이 교수는 미투(Me Too) 운동처럼 권력 구조상 약자인 대학원생들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안 위원장은 “최근에 대학원생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것과 같이 계속해서 학생들이 힘을 모아 갑질 횡포 교수들의 문제를 폭로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활동을 활발하게 한다면 분명히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 위원장은 “학내 공동체의 의식 개선을 위해 서로 소통하는 장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좌담회를 열어 어디까지가 상호존중의 영역인지, 어느 정도 선을 넘으면 갑질로 규정할 수 있는지 등 구성원이 공유할 수 있는 기준들을 함께 세워가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하루 빠른 대학원생의 인권향상을 위해 당연시돼버린 교수와 대학원생 사이 권력 구조 변화가 시급하다.


*도제: 직업에 필요한 지식과 기능을 배우기 위해 스승의 밑에서 일하는 직공을 뜻한다.


인포그래픽 정수연 기자 jsy0740@hanyang.ac.kr 
도움: 노웅래<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구슬아<전국대학원노동조합> 위원장
안진걸<참여연대 시민위원회> 위원장
이병훈<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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