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으로 사랑을 실천하다, 교수 이선영
나눔으로 사랑을 실천하다, 교수 이선영
  • 이화랑 기자
  • 승인 2018.04.02
  • 호수 1474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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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대 재료화학공학과 교수 이선영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각자의 일상에 치여 오로지 ‘누군가를 돕기 위한’ 시간과 여유를 내어주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 이처럼 선뜻 나서기 어려운 것이 ‘봉사’임에도 불구하고, 본교 ERICA캠퍼스 이선영<공학대 재료화학공학과> 교수(이하 이 교수)는 일 년에 한 번씩 ‘ERICA 공학봉사단’이라는 이름의 학생봉사단을 꾸려 해외 벽지로 봉사를 떠난다. 항상 제자들에게 ‘나를 뛰어넘는 학자가 돼라’고 말하는 그녀는 학생들이 자신의 재능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쓸 수 있기를 소망한다. 한양의 건학 이념인 ‘사랑의 실천’을 몸소 보여준 이 교수. 그녀의 삶을 쌓아올린 재료는 무엇일까.

▲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이 교수의 모습이다.

과학과 공학, 그 중간 지점을 택하다
이 교수는 어려서부터 ‘과학자’를 꿈꿀 정도로 과학을 좋아했다. 그녀는 고등학교 3학년 때 규모가 큰 과학 경진대회에서 입상하며 강한 희열을 경험했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공부했던 ‘화학공학’에 큰 흥미를 느낀 그녀는 ‘과학이 가미된 공학’을 더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에 ‘재료공학’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물리, 화학이 공학으로 발전한 재료공학은 타 공학보다 기초과학과 연계성이 높다. 이 교수는 워낙 화학을 좋아했던 데다가, 과학을 공학으로 개발하는 기술에 관심이 많았기에 당시로써는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고 말하며 재료공학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결국 모든 기술의 핵심은 ‘재료’인 것 같아요. 이렇게 바꿔보고 저렇게 바꿔보고 해도, 결국 재료에서 항상 부딪히거든요. 재료가 모든 문제의 근본이기 때문에 제일 까다롭지만 그만큼 재밌어요.”

대학 졸업 후 한 기업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던 그녀는 돌연 교수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는 대학 시절부터 이어져 온 ‘다른 이를 돕는 삶’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된 결정이었다. 이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가르친다면, 연구원으로 일할 때보다 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녀는 다시 학교로 돌아와 필요한 공부를 마치고 재료공학을 가르치는 교수의 길로 들어섰다.

▲ 과학캠프에 참여한 탄자니아 아이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이 교수의 모습이다.

나누면 배가 되고 베풀면 돌아온다 
현재 이 교수가 단장을 맡고 있는 ‘ERICA 공학봉사단’은 2012년부터 올해에 이르기까지 매년 겨울마다 해외 벽지로 나가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그녀는 2012년 서울대 ‘솔라 봉사단’으로부터 합류 요청을 받고 ‘ERICA 공학봉사단’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계공학이 중심이었던 솔라 봉사단 측에서 다양한 공학의 협업을 목적으로 이 교수에게 연합 봉사를 제안한 것이었다. 이 교수는 ERICA 공학봉사단 기획 당시, 봉사 활동에 참여할 학생들의 금전적인 부담을 덜기 위해 공학대학, 혁신센터, 사회봉사단 등 학교 여러 기관의 문을 두드렸다고 한다. 그녀가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지원을 요청해온 결과, ERICA 공학봉사단은 공학대에서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 잡게 됐다.

지난 5년간은 네팔의 고산 지역을 찾아다니며 봉사했지만, 올해 이 교수와 봉사 단원들은 탄자니아로 향했다. 몇 년 전 네팔을 다시 방문했을 당시 더 이상 도움을 주지 않아도 될 만큼 해당 지역 주민들이 놀라울 정도로 ‘자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네팔에 처음 방문했을 때는 불이 하나도 없었는데, LED 전등을 1백 가구에 3대씩 설치해주고 3년 후 다시 방문하니 어떤 집에는 위성 TV가 있고, 사람들 옷차림이 달라져 있더라고요”라며 “주민들의 삶이 어두워지면 자고, 날 밝으면 일어나는 수동적인 삶에서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삶으로 변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올해 초, ERICA 공학봉사단은 24시간을 꼬박 걸려 도착한 탄자니아의 ‘음칼라마’라는 지역에서 전기 공급 사업을 비롯한 과학캠프와 의료캠프 활동을 했다. 물론 이 모든 활동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녀는 지역 주민들이 봉사단의 순수한 의도를 오해하고 의심할 때 가장 힘들었다고 말한다. 이처럼 ‘소통’의 문제로 봉사 활동 중간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이 교수는 학생들과 함께한 매 순간순간이 행복했다면서 봉사 활동의 성과만큼 함께 해결해나간 ‘과정’을 뿌듯해했다. 

이 교수는 봉사 활동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네팔의 ‘호박 아주머니’와의 일화를 소개했다. 봉사를 마치고 떠나려는 봉사단의 차를 급히 막으며 감사의 의미로 큰 호박을 건네던 아주머니를 회상하는 그녀의 감동이 기자에게도 그대로 전해졌다. “네팔 주민들은 정말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도 더 불우한 환경의 이웃에게 양보하고 도와주려 했어요. 그런 모습을 통해서 저희가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 이 교수가 탄자니아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고 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학생들에게 ‘배움’과 ‘나눔’의 가치를 강조하는 이 교수는 아직 많은 나라에서 우리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며, ‘봉사단이 계속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평소 수업시간에도 격려 차원에서 ‘여러분들도 할 수 있다’, ‘배워서 남 주는 기술이니까 꼭 해보자’는 말을 많이 해요. 우리의 재능으로 많은 사람들의 불편함을 해소해줄 수 있고, 세계 곳곳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걸 가르쳐주고 싶습니다.”
 
봉사를 하기 위해선 어떤 금전적인 보상 없이 나의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그래서인지 봉사는 언제나 뒷전으로 밀려나곤 한다. 이처럼 봉사에 나서기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이 교수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며 우선순위를 다시 설정해 볼 것을 권했다.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시간 남으면 가야지’라는 생각으로는 결국 가지 못하더라고요. 마음을 먹으면 길이 분명 생깁니다.”

이 교수는 마을에 불을 켠 것을 넘어, 사람들의 생각에까지 불을 켜며 문명의 씨앗을 심었다. 이 교수와 봉사단의 ‘열흘’간의 봉사가 몇백 명, 더 나아가 몇천 명의 ‘남은 인생’을 바꾼 것이다. 진실된 마음과 곧은 신념으로 ‘나눔’을 넘어 ‘베풂’을 행하는 그녀가 앞으로도 세상에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길 수 있기를 고대한다.

▲ 이 교수는 본인을 ‘고마운 일이 많은 사람’이라 칭하며 ‘고맙습니다’라는 말로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앞으로도 모든 일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이 교수. 그녀 역시 다른 이들로부터 감사를 받기에 이미 충분한 사람이었다. 


사진 임해은 기자 godms0328@hanyang.ac.kr
도움: 김종훈 수습기자 usuallys18@hanyang.ac.kr
사진 제공: 이선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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