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기사는 그냥 나오지 않고 기자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취재일기] 기사는 그냥 나오지 않고 기자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 한대신문
  • 승인 2018.03.26
  • 호수 1473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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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2학기부터 시작된 수습기자로서의 생활은 그럭저럭 버틸만했다. 신문 표기지침을 틀리는 실수를 해 선배 기자들에게 혼이 나거나 새벽까지 신문사에 남아야 했던 일은 조금 힘에 부쳤어도, 신문을 직접 만든다는 게 꽤나 즐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습 딱지를 뗀 후 맞닥뜨린 정기자로서의 하루하루는 힘겹기 그지없었다. 수습은 말 그래도 배워나가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기사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갖지 않았다. 선배 기자들이 미리 작성해놓은 기획안에 맞춰 지시된 할당량만을 채우면 그만이었다. 그렇지만 정기자는 오롯이 자신만의 기사를 갖는다. 기사의 뼈대가 될 주제부터 세부 내용들, 인터뷰까지 모든 걸 기획하고 진행해야 한다. 정기자가 맡은 기사에 대해서는 아무도 간섭하지 않지만 그 누구도 책임지지 못한다는 걸 의미했다. 필자는 기사를 쓰기 위한 시작단계부터 거대한 벽을 만났다.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써냈던 기획안들은 신문사 전체 회의에서 10분도 채 버티지 못하고 버려졌다. 애써 담담한 척 했지만 씁쓸한 마음을 감추기는 어려웠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정말 버티지 못할 것 같다고 느끼기도 했다. 그 때마다 필자는 습관적으로 누군가에게 의지하길 원했고, 그 부담감을 떠넘기고만 싶었다. 하지만 신문사에서 함께 일하는 모든 기자들이 필자가 느꼈던 부담감과 고뇌를 똑같이 짊어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내뱉는 하소연은 누구도 용인해줄 수 없는 어리광일 뿐이다. 각 기자가 매주 써내야 하는 기사는 정해져 있고, 그걸 지키지 못한다면 자기 손해일 뿐이다. 한 달 가량 진행된 신문 발간과 마라톤 회의는 필자의 나약했던 마음가짐에 회초리가 됐다.

어찌어찌 기획안이 통과된 뒤에는 숨 돌릴 틈도 없이 기사 작성에 착수해야 한다. 짧으면 삼 일 이내에 기사 하나를 완성시켜야하는 입장에서는, 단 하루의 나태라도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고 해서 일사천리로 기사를 완성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자는 가능한 더 객관적이고 정확한 기사를 위해 계속해서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적절한 자료를 수집한다. 이 과정을 진행하면서 기사의 신뢰도를 높여줄 인터뷰 대상자들을 찾는데, 가장 어려운 단계가 바로 이 부분이다. 대학신문이니만큼 대부분의 인터뷰는 교수나 대학 관계자들로 이뤄진다. 적게는 다섯 명부터 많게는 스무 명까지 인터뷰를 요청한다. 운이 좋을 때는 빠르게 인터뷰대상자를 구하고 기사에 필요한 내용을 얻어낼 수 있지만, 대다수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하다. 원체 소심하고 타인에게 부탁하는 걸 특히 어려워하는 필자에게 이 과정은 적잖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밥을 먹거나 자거나 강의를 듣는 시간 외에 모든 시간과 신경을 쏟아 부어 인터뷰를 성사시키고, 대강이라도 기사를 완성시키고 나면 맥이 탁 풀리기도 한다. 항상 기사 하나를 매듭지으면 ‘이번에는 이렇게 원만히 마무리했지만 다음에도 별일 없이 끝낼 수 있을까’라는 상념에 빠진다. 원해서 하는 일이고 적절한 보람도 느끼지만 그와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과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필자가 걷고 있는 길이 꽃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진정 가치 있는 것을 얻을 때까지 가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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