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상으로 트렌드를 엿보다
색상으로 트렌드를 엿보다
  • 정서윤 기자
  • 승인 2018.03.12
  • 호수 1472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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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을 하나의 색상으로 표현하자면 어떤 색이 떠오르는가. 바로 울트라 바이올렛(Ultra Violet)이다. 이는 미국 색채 전문 회사인 ‘팬톤(Pantone)’이 2018년의 트렌드를 이끌어나갈 올해의 색으로 선정한 색상이다. 팬톤은 2000년부터 매해 12월 올해의 색을 선정하는데 이는 한 해 동안 산업 전반에서 표준색채 언어로 적용되고 있다. 이렇게 팬톤이 선정한 올해의 색이 매년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선정 과정에서 해당 연도의 사회, 경제, 정치 등 다양한 상황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팬톤의 올해의 색은 경제 성장률과 유사한 경향을 띤다. 대표적인 예로 전 세계의 금융시장을 뒤흔든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있다. 이 사태가 발생하고 난 2010년 올해의 색 선정에는 경제 위기 회복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가 반영됐다. 그 결과, 안정‧희망‧편안함을 뜻하는 터코이즈(Turquoise)가 올해의 색으로 선정됐다. 
 

▲ 팬톤 올해의 색과 연도별 경제 성장률을 설명하는 그래프다.

팬톤이 매년 선정하는 올해의 색은 컬러 마케팅의 중심 요소가 되기 때문에 기업 비즈니스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컬러 마케팅은 색상으로 소비자들의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마케팅 기법으로 각종 시각예술 분야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술, 건축, 패션, 뷰티 등 산업 전반에서 쓰이고 있다. 김현경<한양사이버대 마케팅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 때 모양, 촉감 등 다양한 시각적 요소들이 영향을 주는데 그 중 색상이 제품 선정에 크게 작용한다”며 컬러 마케팅 전략에 대해 분석했다.

뷰티, 패션 분야에서도 올해의 색을 활용해 마케팅 전략을 펼쳐 브랜드 매출을 올린 기업들을 찾아볼 수 있다. 팬톤의 공식 파트너인 코스메틱 브랜드 ‘VDL’은 2016년 팬톤과 협업해 당시 올해의 색이었던 로즈쿼츠(Rose Quartz)와 세레니티(Serenity)를 활용한 메이크업 제품을 출시해 브랜드 성장에 유의미한 변화를 창출했다. 출시 3일 만에 일부 품목 초도 물량의 2개월 치가 완판되는 성과를 거뒸고, 색조 메이크업 제품 생산량도 10% 포인트 증가하는 성장을 이뤘다. 더 나아가 지난 1월에는 올해의 색인 울트라 바이올렛을 담은 2018 리미티드 에디션 화장품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패션 브랜드 ‘나이키’는 에어포스1 모델에 팬톤의 데이터를 활용한 컬러 마케팅을 하기도 했다. 

2018년 올해의 색인 울트라 바이올렛은 다른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여태까지 보라색은 색채심리학에서 정서적 안정을 주는 색으로 널리 알려졌다. 리아트리스 아이즈먼<팬톤> 소장은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 속의 현대인에게 정서적 안정을 주기 위한 의미도 있다”고 올해의 색 선정 이유를 밝혔다. 또한 김 교수는 “울트라 바이올렛은 신비롭고 신선한 색상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어 침체된 사회적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대변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색은 소비자들의 심리를 움직이는 강렬한 힘을 가지고 있다. 나아가 이는 유행을 이끄는 선구자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이제는 우리도 칙칙한 겨울옷을 벗어 던지고 옷장을 울트라 바이올렛 색깔로 물들이는 것은 어떨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 2007년에 발생한 경제위기로 미국의 초대형 모기지론 대부업체들이 파산하면서 신용경색을 불러온 국제적인 경제위기다.

도움: 김현경<한양사이버대 마케팅학과> 교수
사진 출처: 세계은행·팬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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