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그들’의 사생활을 알 권리?
[아고라] ‘그들’의 사생활을 알 권리?
  • 김지하 문화부장
  • 승인 2018.03.12
  • 호수 1472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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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하<문화부> 부장
▲ 김지하<문화부> 부장

지난달 27일,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고정 출연진인 전현무와 한혜진이 열애설을 인정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이 열애 인정 후 처음 출연하는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졌다. 하지만 의외로 해당 프로그램을 시청한 필자의 관심을 사로잡은 건 그들의 연애담이 아니었다. 굳은 표정으로 ‘어디서나 파파라치와 카메라가 따라다녀 불안하고 두려웠다’는 심정을 고백하는 한혜진의 모습이 더 눈길을 끌었다. 연예매체의 도를 넘은 보도행태와 이로 인한 사생활 침해는 과연 언제까지 묵인돼야 할까?

연예매체의 지나친 취재 관행과 이로 인한 사생활 침해 문제는 비단 하루 이틀일이 아니다. KBS2의 ‘섹션TV 연예통신’은 송중기·송혜교의 열애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몰카 논란과 송혜교의 비공개 SNS 계정에 올라온 사진 도용으로 인해 지난 22일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심의를 받았다. 수많은 유명인의 열애설을 보도하는 ‘디스패치’, ‘더팩트’ 등의 온라인 매체도 도를 넘은 취재와 사생활 침해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의 열애설을 보도한 ‘디스패치’는 사생활 침해와 당사자 명예훼손 문제로 인해 법적 고소까지 당한 바 있다.

하지만 앞선 김연아의 경우처럼 법적 대응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다. 대법원에서 언론사의 취재나 보도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했는지를 판단할 때, 보도된 내용이 ‘공중의 정당한 관심 사항’인지를 먼저 결정한다. 이때 ‘공중의 정당한 관심 사항’은 사람들이 취재 내용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궁금해할 만한지를 뜻하는 기준이다. 그렇기에 ‘공인’ 혹은 ‘유명인’으로 분류되는 연예인의 사생활은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로 보일 가능성이 높아 사생활 침해로 인정받기 힘든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또한 연예매체의 과도한 취재 관행을 법적으로 규제하기도 힘들다. 취재 관행과 관련된 법률을 제정함으로 인해 헌법 제21조에 명시된 ‘언론출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예매체와 같은 언론사의 과도한 취재행태는 법으로 규제되기보다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시정조치를 내리는 등 ‘권고’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법률적 측면만큼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알권리를 앞세워 연예매체의 과도한 보도행위를 묵인하고, 이로 인한 사생활 침해를 ‘연예인이니까’, ‘유명인이니까’ 일정 부분 감수해야 할 ‘페널티’로 치부하는 여론이다. 전현무와 한혜진의 열애설이 보도됐을 때도, 디스패치가 새해에 새로운 열애설을 터뜨릴 때도 그들의 지나친 보도 행태를 꼬집고 당사자의 사생활 침해를 걱정하는 반응보다 더 많은 내용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궁금증 섞인 반응이 더 컸다. 우리도 그리고 이를 취재하는 연예매체도 연예인의 사생활까지 침해할 권리는 없다. 언제까지고 이를 묵인하고 있을 수는 없는 셈이다. 과도한 보도행태를 되돌아보는 언론사의 윤리적 고찰과 함께 연예인 사생활 침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성숙한 여론이 수반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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