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예계에 정치 발언 바람이 불다
국내 연예계에 정치 발언 바람이 불다
  • 조수경 기자
  • 승인 2018.03.05
  • 호수 1471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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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투표권으로 힐러리 클린턴을 
 뽑게 돼 흥분된다.”

지난 미국 대선 당시 유명 배우인 클레이 모레츠는 자신의 정치 신념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이렇듯 해외 연예계에서 자유롭게 이뤄지는 정치적 발언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에도 공개적으로 정치적 가치관을 표현하는 연예인이 많아졌다. 특히 배우 정우성은 자신의 정치 신념을 솔직하게 말하는 소신 발언으로 주목받으며 시민들의 호응을 얻어내기도 했다. 이처럼 과거 부정적으로 여겨졌던 연예인의 정치 발언은 개인의 한 신념을 드러내는 행위로써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이유로 ‘미닝 아웃’을 통해 자신의 신념을 표출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서복경<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그 원인으로 ‘촛불 광장 효과’를 언급하며 “촛불 시위를 통해 시민들이 ‘내가 말을 하면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경험을 했고 이는 유권자가 정치에 참여하여 자신이 의도한 바를 반영시킬 수 있다고 느끼는 정치효능감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또한 SNS로 연예인이 대중과 친숙하게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열리며 사회적 분위기를 변화시켰다. 실제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이승환과 같은 유명 가수들이 촛불집회 콘서트 무대에 오르고 이준, 윤종신 등도 SNS를 통해 촛불집회 참석을 인증하며 연예계 정치 발언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보여줬다. 이를 통해 연예인들은 유명인이 아닌 한 개인으로서 자신의 신념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고 연예계는 정치와 거리가 멀다는 대중들의 시선도 바꾸었다. 

연예인들의 직·간접적인 정치 참여는 대중들의 이목을 끈다. 서 연구원은 “정치와 무관해 보이는 사람이 정치 발언을 했다는 행위는 정치가 특정한 집단이나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관심을 두고 발언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신호를 전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즉 연예인이 가진 영향력이 정치적 행보와 결합해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두는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이는 정치적인 사안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정치에 무관심한 사회의 분위기를 환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아직 연예인이 정치색을 드러내는 건 ‘양날의 검’과 같은 성격을 갖기도 한다. 정치 발언을 하는 연예인이 *폴리테이너가 되어 ‘우리 편 유명인’으로 소비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악용돼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연예인들은 이미지를 활동 기반으로 삼기 때문에 보여주기식의 언행이 있을 수 있다”며 “그들이 마케팅을 위해 정치 발언을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잘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예인들의 정치 발언은 정치적 무관심을 끊는 긍정적 매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공인의 위치에 있는 만큼 자신의 발언에 책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성숙한 정치 발언 문화의 정착을 위해 우리들은 연예인들의 발언을 지켜보되, 합리적으로 수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폴리테이너: 정치인과 연예인의 합성어로 작게는 정치적 소신을 가지고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정치적 행위를 하는 연예인, 크게는 대중적인 인지도를 이용하여 정치적 지위를 획득하는 연예인을 의미한다.

도움: 서복경<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김헌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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