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사로] 빅데이터 분석과 사회학적 상상력
[진사로] 빅데이터 분석과 사회학적 상상력
  • 김세현<서울 산학협력단> 연구원
  • 승인 2018.03.05
  • 호수 1471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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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현<서울 산학협력단> 연구원

최근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의 쇼핑몰 이용기록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제 건수가 가장 많이 이루어진 ‘쇼핑 골든타임’을 제시하였다. 데이터 분석결과 인터넷 쇼핑몰 이용자들의 결제를 가장 많이 진행한 요일은 ‘월요일’이었으며, 하루 중 ‘오전 11시’에 가장 많은 주문이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월요일에, 그리고 오전 11시에 쇼핑을 하는 것일까? 혹시 월요병에서 벗어나지 못한 직장인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중독적 쇼핑을 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일까?

빅데이터는 행위자의 다양한 행위를 디지털화시켜 누적 기록한 자료이다. 이러한 빅데이터를 이용한 예측분석은 대부분 행위의 이유보다는 행위 간 상관성에 주목한다. 미국의 대형 소매점 타깃(Target)의 ‘임신-예측 모델’이 빅데이터 분석의 대표적 사례이다. 임신-예측 모델은 애틀란타에 거주하고 있는 23세의 여성이 최근 로션, 기저귀가방, 아연과 마그네슘 보충제, 청색 카페트를 구입했다는 구매기록을 통해 이 여성이 87%의 확률로 8월말에 출산을 준비 중이라 예측한다. 그리고 예측결과를 바탕으로 기업은 여성에게 임신·육아와 관련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제공하게 된다. 하지만 이 예측 모델은 왜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의 소비패턴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경향성을 보이는지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다. 결국 행위 간의 상관관계에 기초하는 빅데이터 분석은 현상을 피상적으로 보여줄 뿐 사람들이 왜 그러한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해답을 제시하지는 못하며, 이 ‘왜?’에 대한 해답은 현상을 해석하는 분석가의 몫으로 남아있다.

이러한 빅데이터 분석에서 사람들의 행위를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은 사회학적 상상력(sociological imagination)을 통해 발휘 된다. 미국의 사회학자 찰스 라이트 밀즈(C. W. Mills)에 의해 널리 알려진 사회학적 상상력은 미시적인 인간행위와 사회의 거시적 힘들 사이의 연관성을 파악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개인의 작은 행위들이 누적되어 구성된 빅데이터를 분석할 때 사회학적 상상력은 보다 큰 사회적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 사회학적 상상력을 갖추기 위해 우리는 사람의 행동을 끊임없이 관찰함과 더불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측면들이 개인의 행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개인의 행위들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구성되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월요일에, 그리고 오전 11시에 가장 많이 쇼핑을 하는 것일까? 물론 다양한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개인적으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추측 해본다. 인터넷 쇼핑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주말이나 월요일이나 주문한 상품은 화요일에 도착할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오전 11시쯤에는 주문을 해야 다음날 물건을 받아볼 수 있기 때문에 ‘월요일’과 ‘오전 11시’에 쇼핑이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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