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대학가에 요동치는 ‘미투’ 물결, ‘위드유’로 돌파하자
[장산곶매] 대학가에 요동치는 ‘미투’ 물결, ‘위드유’로 돌파하자
  • 김도렬 편집국장
  • 승인 2018.03.05
  • 호수 1471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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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렬<사진·미디어부> 부장
▲ 김도렬<편집국장>

#MeToo ‘나도 피해자다.’

지난 1월, 한 검사의 용기 있는 날갯짓이 한국 사회 전체를 강타하는 거대한 폭풍을 만들었다. △문화계 △정치계 △종교계 등, 미투 운동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사회 전 분야에서 피해자들의 ‘나도 당했다’는 응어리진 외침이 이어지고 있다. 그 외침은 심지어 우리 사회에서 가장 깨끗하고 깨어있어야 할 ‘지성의 요람’ 대학가도 피할 수 없었다. 그들은 친구, 선배 혹은 스승의 탈을 쓰고 권력과 인간관계를 무기로 피해자의 가장 아픈 치부를 건드리고 협박했다. 이 얼마나 추악하고 졸렬한 행태인가.

우리 학교 역시 안타깝게도 이러한 미투 운동의 거센 불길을 피해 가지 못했다. 최근 우리 학교 대학원에서 미투 운동의 일환으로 한 피해자가 개인 SNS 계정을 통해 지도교수와 강사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다. 이에 대해 본교 인권센터는 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이 사건이 우리 학교 내 미투 운동의 끝이 아닌 시작일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 때문이다. 물론 공식적으로 밝혀진 미투 폭로 사건은 아직 단 하나에 불과하지만, 이미 지난해에도 ‘단톡방 성희롱 사건’, ‘지인 음란물 합성 사건’ 등으로 온 캠퍼스가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는 우리 학교이기 때문에 필자의 그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미투 바람’이 막 시작된 이 시점에서 이 피할 수 없는 거대한 태풍으로부터 우리 학교가 심각한 피해를 받지 않기 위해선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까? 필자는 학교 차원에서 피해자들을 지지하고 그들과 함께한다는 ‘위드유(With You)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위드유 캠페인이란 ‘당신과 함께 하겠다’는 뜻으로 미투 운동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피해자들은 지지하며 함께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각종 성 추문에 대해 보수적이고 수동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대부분의 성폭력 사건은 단지 집단의 명예를 실추시킨다는 명목 하에 묵인되거나, 최대한 축소·은폐되기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사회가 바람을 타고 변화하고 있다. 이젠 어느 집단이든 과거와 같이 집단 내 성 추문에 대해 숨기기 급급하거나, 사건이 터지고서야 부랴부랴 수습하는 수동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거센 반발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더 이상 피해자들은 숨지 않을 것이며, 이를 바라보는 여론 역시 이번 미투 운동을 계기로 자성하며,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적 흐름을 잘 파악해 학교가 먼저 나서 피해자들의 손을 잡아준다면, 분명 대학가에서 더 나아가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우선, 학교 차원의 위드유 캠페인은 미투 운동 자체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 교내 성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사회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미투 운동이지만, 언론의 시야에 벗어나 있는 대다수의 일반인 피해자들에겐 거대한 집단을 상대로 미투 운동을 진행해야 한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폭로와 고발에 대한 위험 부담으로 여전히 주저하고 있고, 미투 운동을 진행하더라도 피해자들에겐 아주 외로운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학교 차원에서 먼저 나서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피해자들이 처할 2차 피해들을 예방해 준다면, 훨씬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교내에 쌓여 있는 성 적폐를 청산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학교 측에서 성관련 문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함께 마련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본부가 주도하는 위드유 캠페인은 우리 학교가 선진적으로 올바른 성의식을 함양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이미지를 교내외에 각인시킬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껏 학생 개인 차원에서의 미투 운동 혹은 위드유 캠페인은 많았지만, 학교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캠페인을 진행한 적은 없었다. 이를 통해 학교는 오히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며, 동시에 교내 구성원들에게도 많은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사랑’이 아닌 ‘사심’을 실천하는 이들로 인해 많은 갈등과 위기를 겪고 있다. 분명한 건 한양이 표방하는 ‘사랑의 실천’이란 가치가 우리 사회에서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란 것이다. 필자는 학내 구성원으로서 우리의 자랑스러운 건학이념이 부끄럽지 않도록 학교가 성숙하고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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