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사설] 미세먼지에 갇힌 대한민국, 해결의 첫걸음은
[기자사설] 미세먼지에 갇힌 대한민국, 해결의 첫걸음은
  • 한대신문
  • 승인 2018.03.05
  • 호수 1471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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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봄이 반갑지 않다는 여론이 다수다. 봄이 오길 기다렸다는 듯이 하늘을 뒤덮는 미세먼지 때문이다. 송길영<다음소프트> 부사장은 자사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미세먼지가 신체 질환뿐만 아니라 우울증, 스트레스 등의 정신 질환을 유발하며 이민까지 고려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처럼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을 위협하는 단계에까지 이른 미세먼지는 더 이상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문제가 돼버렸다. 
 
이에 서울시는 경유차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 말 ‘미세먼지 경보 시 출퇴근 시간대 대중교통 무료화’ 정책을 발표했다. 해당 정책이 실제 시행된 것은 지난 1월 15, 17, 18일 세 차례였다. 사흘 동안 150억여 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실제 교통량 감소율은 각각 0.3%, 1.73%, 1.7%에 불과했다. 막대한 세금을 퍼부은 것에 비해 그 효과가 미미했던 탓에 해당 정책을 두고 실효성 논란이 일었고, 서울시는 결국 정책 시행 두 달여 만인 지난달 27일에 정책 폐기를 선언했다. 

핵심은 거둔 것 없이 시민들의 혈세만 낭비했다는 사실이다. 서울시는 올해 이 정책에 배정된 250억 원 예산 중 1월에만 이미 150억 원가량을 써버린 상태이다. 남은 100억 원으로는 무료 운행을 두 번밖에 할 수 없고, 혈세 낭비라는 비판은 거세지고 있기에 정책 철회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이 정책은 미세먼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었다는 말이 된다. 이 같은 ‘수박 겉핥기’식의 정책으로는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지긋지긋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할까. 그 해답은 간단하다. 문제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한국은 아직까지도 미세먼지에 대한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연구물이 없는 실정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확하고 정밀한 원인 규명이 우선인데, 주요 원인조차 파악 되고 있지 않은 것이 해당 문제의 현안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 국립환경과학원과 미국 항공우주국의 합동 연구 결과가 존재하긴 한다. 하지만 해당 연구는 5~6월에 이뤄졌기 때문에 국민들이 괴로워하는 겨울철과 봄철의 고농도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아직 원인을 규명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나 위 연구에서 중국 대기가 서울 대기의 미세먼지에 미치는 영향이 이미 34%에 달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이 부분에서 편서풍이 부는 겨울과 봄에는 중국의 영향이 더욱 막대할 것임을 가늠할 수 있다. 정병국<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로부터 유입되는 미세먼지로 곤욕을 겪던 싱가포르는 객관적 데이터와 국제기관을 통한 압력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우리나라 역시 중국에 문제 해결을 위한 압박을 가하려면 공신력 있는 자료가 필요하다.

미세먼지로 인해 국민의 신체와 정신이 병들고 있다.  무엇이,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더 광범위하고 정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특단의 조치도 중요하지만 객관적인 원인 파악이 먼저다. 그리고 그 원인을 표적으로 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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