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낳은 선거시행세칙, 학생의 목소리 담아 개정돼야
논란 낳은 선거시행세칙, 학생의 목소리 담아 개정돼야
  • 이율립 기자
  • 승인 2018.03.05
  • 호수 1471
  •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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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하지 못한 선거시행세칙이 논란을 낳아
중선관위원장, 선거에서는 충분한 논의를 거칠 것
하지만 실질적 개정이 가능할지 미지수

지난해 진행된 2018학년도 서울캠퍼스 총(여)학생회 선거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선관위)의 선거시행세칙 해석이 학우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학생 사회 내에서는 명확하지 않은 선거시행세칙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먼저, 현 선거시행세칙은 조항이 세밀하지 못하거나 표현이 모호하다는 문제가 있다. 이는 선거시행세칙의 해석 범위를 넓혀 중선관위의 결정 권한을 크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지난 선거 당시 논란이 된 부분 중 하나는 선거권 및 피선거권의 박탈에 관련한 해석이다. 선거시행세칙 ‘제26조의 3’에 따르면 투표 당일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홍보물에 대해서는 부착 및 배부 장소를 불문하고 중선관위에서 임의 제거 또는 제재할 수 있다. 여기에 쓰인 ‘투표 당일 선거 결과에 영향’이라는 표현은 여러 해석을 낳는다. 황성기<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세칙 내용이 투표 당일 날 홍보물을 뿌리는 것을 제재하는지 아니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을 얘기하는지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표현이 모호하고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선거시행세칙을 해석하기가 어렵다”며 세칙의 모호성을 꼬집었다. 회칙개정 준비모임에 참여했던 최재혁<자연대 물리학과 12> 군 역시 “선거시행세칙 자체가 해석의 여지가 많기 때문에 중선관위가 자의적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높아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징계 절차가 명시돼 있지 않은 점도 문제다. 선거시행세칙 ‘제26조의 3’은 투표 당일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홍보물의 해당 게시자에 대해 1년간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박탈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현 선거시행세칙은 징계 당사자의 소명 절차 등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이 때문에 선거시행세칙에 따르면 중선관위가 징계 당사자의 소명을 듣지 않고 징계를 내려도 무방하다. 지난해 중선관위원을 지낸 김재훈<정책대 행정학과 15> 군은 “징계 절차와 소명 절차 등이 세칙에 구체적으로 명시돼있지 않아 선거 과정에서 기준을 정하게 됐다”며 “징계에 관련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문제는 선거시행세칙은 학생회칙 ‘제59조’에 따라 총학생회 선거를 주관하는 당해 연도 중선관위에 의해 매년 제·개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를 통해 의결된 상위 규정인 학생회칙이 선거시행세칙과 관련해 명확한 규정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규정의 안정성을 위협한다. 황 교수는 “당해 연도 중선관위가 선거시행세칙을 수정할 수 있다는 점은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황 교수는 “학생회칙에서 명확히 규정한 후, 시행세칙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공백 영역 정도만을 중선관위가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안정성 측면에서 나을 거라 본다”고 말했다.

학생회칙과 선거시행세칙의 규범 체계가 정확히 확립되지 못한 것 또한 문제다. 중선관위에 의해 제·개정되는 선거시행세칙은 학생회칙의 하위에 놓인다. 하지만 이러한 체계적 정당성이 무시된 조항들이 선거시행세칙에 일부 존재한다. 대표적인 조항이 앞서 언급된 선거시행세칙 ‘제26조의 3’이다. 선거권 및 피선거권 박탈에 관련된 조항의 경우, 학생으로서의 기본적 권리를 규제하기 때문에 학생회칙에서 규정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황 교수는 “비유하자면 학생회칙은 헌법에, 선거시행세칙은 공직선거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며 “체계적 정당성을 위해서라도 선거권 및 피선거권 박탈에 관련된 조항 같은 경우 가장 상위의 규정, 예컨대 학생회칙에서 규정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선거시행세칙은 학우들이 선거권을 행사에 영향을 주는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다. 따라서 학우들의 목소리가 선거시행세칙에 담길 필요가 있다. 최 군은 “선거시행세칙은 우리가 투표권을 행사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기 때문에 쉽게 개정돼서는 안 된다”며 “전학대회 이상의 의결기구를 통해 많은 학우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군은 “지난 선거 당시 중선관위 내부 인원만으로 논의를 진행하는 데에 한계를 느꼈다”며 “최종 결정 권한은 중선관위가 갖더라도 토론회 등의 방법을 통해 대표자가 아닌 일반 학우들의 의견을 듣고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군은 “지난 선관위는 나무만 봤지, 전체적인 숲은 보지 못했다”며 “이번 중선관위나 앞으로의 중앙운영위원회에서는 끊임없이 세칙에 문제가 있는지 고민하면서 숲을 봤으면 한다”고 전했다.

공석인 총학생회장을 대신해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장훈<공대 원자력공학과 16> 군 역시 지난 선거 당시의 논란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군은 “특정 세칙이 문제라기보다는 만약 중선관위가 부정을 저질렀을 때, 이에 대해 일반 학우들이 항의할 수 있는 조항들이 세칙에 없었던 것이 문제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선거시행세칙이 모호한 점이 많다”며 “선관위의 재량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 군은 “선거시행세칙 개정과 관련해서는 아직 논의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정할 부분이 있기에 선거 전에는 분명히 개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중선관위 위원장이 직선제로 선출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개정에 관해 얼마나 정당성을 가지느냐가 의문스러워 조심스러워하고 있다”면서도 “학우들이 문제 삼았던 부분은 개정을 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중선관위에서 충분한 논의를 해본 뒤에 선거시행세칙의 수정이 분명히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비대위원장의 말처럼 선거시행세칙 개정 작업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보궐선거까지는 약 3주가 남아있다. 과연 지난 두 달 동안 진행되지 않은 선거시행세칙 개정 작업이 다소 촉박한 일정 속에서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 또한, 남은 시간동안 중선관위가 진행할 선거시행세칙 개정이 학우들의 의견을 진정으로 수렴할 수 있을지 역시 미지수다. 보궐선거는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된다. 지난 선거의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앞으로 선관위를 어떻게 운영해나갈 것인지 중선관위가 깊이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도움: 황성기<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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