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이쯤이야' 라는 생각, 이젠 내려놓아야 합니다
[아고라] '이쯤이야' 라는 생각, 이젠 내려놓아야 합니다
  • 이화랑 기자
  • 승인 2018.01.02
  • 호수 14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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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화랑<사진·미디어부> 정기자

연일 사건사고다.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전국 곳곳에서 들려오는 안타까운 소식들은 우리의 마음까지 시리게 만든다.

세상에 딱하지 않은 사고가 어디 있겠느냐마는, 최근 있었던 제천 화재 참사는 예견된 ‘인재(人災)’였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다. 지난해 12월 21일 충북 제천시의 한 복합상가건물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는 29명의 사망자와 29명의 부상자를 내며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던 안전 불감증에 다시 한번 경종을 울렸다.

화재는 건물 1층 주차장에서 발생해 삽시간에 건물 전체로 번지면서 많은 인명피해를 냈는데, 갖가지 요인들이 모여 피해를 크게 키운 것으로 파악된다. 건물 내외부는 ‘값이 싼 대신 불에 취약한’ 드라이비트 소재로 시공됐고, 화재 초기에 불길을 잡을 수 있는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았다. 또, 20명의 사망자를 낸 2층 여성 사우나의 비상구는 평소 창고로 사용된 탓에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불법 주차된 차들이 한시가 급한 소방차의 진입로를 막고 있었다는 점, 소방당국의 초동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도 문제였다.
 
이번 사고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들이 하나둘 쌓여 크게 터진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건물 규제 완화, 형식적인 안전점검 실태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점 그리고 불법 주차에 거리낌이 없는 시민들의 준법정신 부재 등이 한데 모여 만들어낸, 총체적인 안전의식 부실이 빚은 참사다. 즉, ‘기본’만 지켜졌더라도 이 참사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말이다.
 
이처럼 원칙을 무시한 탓에 일어난 인재는 비단 위 사고뿐만이 아니다. 제천 화재 참사가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드라마 「화유기」 촬영 현장에서도 천장부에 구조물을 설치하던 스태프가 3m 높이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로 해당 스태프는 허리뼈와 골반이 부서져 하반신이 마비되는 심각한 중상을 입었다. 제작진이 비용 절감을 위해 세트 시공에 부실한 목재를 사용했고, 안전장비를 제공하지 않은 채 해당 스태프에게 무리한 업무를 수행하게 했던 것이 그 원인으로 지적됐다. 애초에 세트장을 지을 때 적정 재료를 사용했더라면, 작업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안전장비를 지급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세월호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여러 참사를 겪고도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무시하는 사회 배경 속에서 이런 사고들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한 이 같은 참사는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 

사소하다고 해서 무심코 넘겨도 되는 것은 아니다. 예방에 있어서는 그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중요한 법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방치돼있는 ‘작은 불법’들에 눈감는다면, 안전한 대한민국은 기대할 수 없다. 더 이상 ‘이쯤이야’라는 생각으로 안전과 타협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관행이란 이름으로 묵인되어온 ‘안전 불감증’, 이제는 내려놓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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